북유럽 신화, 재밌고도 멋진 이야기
H. A. 거버 지음, 김혜연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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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유럽은 겨울이 길다. 그래서 자연적 특성이 차갑고, 음산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 토르를 보면 그러한 경직된 환경을 느껴볼 수 있다. 북유럽 신화를 읽어서 인지 지명이나 그들이 부르는 영화 속 신들의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영화를 보는데, 토르라는 주인공이 진정한 망치의 힘을 얻게 되어 인간을 지켜준다. 그리스 신화가 우리들의 상상의 세계를 자극하고 점령했었는데, 이제는 북유럽 신화마저 우리들의 상상력의 공간을 넓혀 가고 있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북유럽 신화에 나온다. 보수를 지급하지 않아 더 큰 재앙을 입게 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내용이다. 신화를 생각하면서 읽으니 훨씬 더 재미가 있다.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신화만을 보아도 그 당시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 부당 대우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현재는 노동법상 구제제도가 있으니 법의 규제를 받을 수 있다.

  바다가 성이 난 것처럼 폭풍을 크게 일으킬 때가 있다. 그것을 신화에서는 로키의 쫓겨난 아이중 하나인 뱀이 몸을 뒤틀기 때문이라고 했다. 쫓겨난 후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렇게 크게 몸트림을 하는 걸까? 육지를 집어 삼킬 듯 해일을 일으킬 때는 살인적인 기운이 느껴져 무섭다.

  하늘에서 지상으로 목욕을 하러 내려오는 발키리에 관한 신들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선녀와 나무꾼에 얽힌 이야기와 비슷하다. 발키리의 옷을 숨기면 하늘로 다시 올라가지 못한 발키리들은 옷을 숨긴 인간과 결혼을 하고 살았다는 그런 신화이다. 그러다가 날개를 찾은 발키리들은 다시 하늘로 돌아가 버려서 아내를 잃은 슬픔을 겪는 이야기였다. 이왕 숨길 거면 날개를 아예 태워 없앴어야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로렐라이 전설을 읽는데, 자꾸만 물결치는 거친 강이 연상이 되고, 달빛이 비치는 날 로렐라이가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처녀귀신이 생각나기도 한다. 로렐라이의 도움을 받아 물고기를 잔뜩 낚았던 젊은 어부는 너무 욕심을 부린 걸까? 어느 날 강으로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작고 귀여운 드워프에 관한 이야기도 즐겁게 읽었다. 선하고 인간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종족인 드워프는 놀림을 받으면 드워프는 집을 떠나버린다고 한다. 그리고 옛 신들을 숭배하지 않게 되었을 때 드워프는 인간을 영영 떠난다고 한다. 이렇게 선하고 인간의 집안일을 도와주는 드워프들도 인간의 큰 키만큼은 시기를 한다고 한다. 이밖에도 하나씩 밤마다 읽기 좋은 신화들이 이 책에는 가득하여 겨울밤이 즐겁다. 아직은 많은 신들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 자꾸만 앞 내용으로 돌아가 이름을 다시 찾아본다. 그러나 우리의 상상력과 더불어 이 책이 주는 묘미를 느낀다면 훌륭한 독서가 될 것 같다.

 

  북유럽 신화를 읽기 시작하는데, 모두가 한 편, 한 편의 시 였다. 아름답거나 처절하게 비극적이거나 그러면서도 신도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더 권력에 예속되어 무참하게 벌을 받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북유럽 신화를 읽으니 신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나 소설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북유럽 신화가 널리 잘 퍼져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리스 신화나 북유럽 신화가 이렇게 동양권에 자리 잡은 것처럼, 동양의 신들도 서양에서 뿌리 내려 대중적으로 알려 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의 문학이나 우리의 영화를 외국인이 볼 때 그만큼 거리감이 없고, 친숙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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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6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6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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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에 트렌드 코리아를 읽는 재미는 꽤 좋은 편이다.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생각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김난도 교수 이하 책을 펴낸이들이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수고를 아끼지 않으셔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 든다. 소비는 경제 흐름의 과정에서 생성되는 단계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그러한 소비를 예측하고 준비한다는 것은 고도의 안목을 필요로 한다. 딱 맞는 옷이라고는 볼 수 없으나 흐름의 전망으로 볼 때 그러하리라는 각 해의 트렌드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전망하는 일을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사고의 과정이라 하겠다.


  2015년의 소비트렌드count sheep이었. 그 약자를 따라가며 2015년을 책과 함께 회고해 본다. 햄릿증후군(Can't Make up My Mind)은 생필품 구매와 같은 간단한 선택에서도 머뭇거리며 선택을 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일컬어 나타난 신조어다. 즉 결정에서 우유부단 했던 햄릿을 빗댄 말이다. 감각의 향연(Orchestra of All the Senses) 2015년은 맛방, 먹방, 쿡방의 인기 몰이를 했던 한 해였다. 더불어 장기불황을 단맛으로 종결지었다고 보고 있다. 옴니채널 전쟁(Ultimate 'Omni-channel' Wars)은 온라인, 오프라인, tv 홈쇼핑 등 유통채널 확장으로 유통채널을 통합하는 형태를 말한다. 모바일의 예로 카톡플친맺기 등으로 손쉽게 쇼핑을 할 수 있도록 광고를 하고 있다. 증거중독(Now, Show Me the Evidence) 대형사건 사고가 사회를 흔들고 난 후, 불안이 만연한 사회가 되었다. 사람들은 사실에 대한 증거를 요구하게 되는데, 지나치게 증거를 요구하게 되는 증거중독증이 바로 그것이다. 꼬리, 몸통을 흔들다(Tail Wagging the Dog) 2015 트렌드로 점찍은 덤과 관련된 꼬리 몸통을 흔들다는 사실 1+1제품은 2015년 트렌드로 보기 어렵다. 그 이전부터 1+1은 히트를 쳤기 때문이다. 일상을 자랑질하다(Showing off Everyday, in a Classy Way) 누군가의 경험을 엿보게 하는 일은 대단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치고 빠지기(Hit and Run) 2015년에 가장 성행했던 행위중의 하나라고 본다. 럭셔리의 끝, 평범(End of Luxury: just Normal) 2015년에는 평범함 속에서 여유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Elegant 'Urban-granny') 자신의 인생을 즐기며 살게 되었다. 숨은 골목 찾기(Playing in Hidden Alleys) 2015년에는 골목길이 유행을 다시 타고 있었다.


  2015년 한 해 가장 이슈가 되었던 소비트렌드를 위와 같이 전망하였고 그것에 맞추어 회고를 해 보았지만, 단연코 트렌드를 여기에 국한 시켜서는 안 된다. 위의 트렌드중 감각의 향연은 가장 많은 인기몰이를 하였기에 2015년은 감각의 향연에 빠진 해 이었던 거 같다. 즉, 요리와 먹거리 등으로 우리들의 감각을 집중시켰던 해이다. 그리고 정치나 일상생활에서의 치고 빠지기 수법이라든가,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등이 꽤 유행했던 것 같다. 이제 2015년도 모두 사라지고 남은 날은 10일도 되지 않는다. 벌써 2016년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


  김난도 교수외 5인의 저자가 말하는 2016년 소비트렌드 전망을 알아보자. IMF이후로 크게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나날 속에서 늘 해가 간다. 그렇더라도 더 나은 미래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해의 경제성장에 대해 점 처 보는 것이다. 2016년은 ‘붉은 원숭이의 해(Monkey Bars)’로 원숭이처럼 능숙하고 재빠르게 경기침체의 늪을 넘기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들은 Monkey Bars라고 예견하고 있다. 'Plan Z' 나만의 구명보트 전략은(Make a 'Plan Z') 합리적 소비를 일컫는 용어이다. 즉, 적게 쓰고 만족은 크게 얻자는 전략이다. 과잉근심사회, 램프증후군(Over-anxiety Syndrome)불안정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불안을 상품과 연결시키는 소비형태가 새롭게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한다. 1인 미디어 전성시대(Network of Multichannel Interactive Media) 현재 계속 활성화 중인 1인 미디어가 2016년에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Knockdown of Brands, Rise of Value for Money) 2016년은 노브랜드화로 질적 가치로 살아남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극적 개념소비(Ethics, on the Stage)는 이타적인 선의와 이기적인 과시의 조화가 있는 소비 형태를 말한다. 미래형 자급자족(Year of Sustainable Cultural Ecology) 잘 늙는 다는 것과 소비가 새로운 소비 형태를 만들어 낸다.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s) 수년간 지속된 경기침체는 말초적이고 적나라한 자극을 선호하도록 만들었다.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All's Well That Trends Well)하는 꿀팁에 목말라하는 시대다. ‘아키텍키즈’, 체계적 육아법의 등장(Rise of 'Architec-kids' SNS를 통해 육아에 대한 정답을 찾아가는 체계적 육아법의 새로운 스타일을 일컫는다. 취향 공동체(Society of the Like-minded)들의 소비시장이 형성된다.


  2016년의 소비트렌드 전망인 ‘Monkey Bars’의 내용은 의외로 2015년의 생활들과 차별화 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불황의 연속이고, 취업난의 연속이고, 미래가 투명해 보이지 않은 까닭일수도 있겠다. 연속선상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튀어 나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의 말에서처럼 붉은 원숭이처럼 “능숙하고 재빠르게 경기침체의 늪을 넘”었으면 좋겠다.

  트렌드 코리아는 소비의 트렌드를 전망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를 한다. 책의 뒷면에 나와 있는 것처럼, 트렌드 헌터가 활동을 하여 워크숍과 세미나 참여하기도 하고, 다음 해의 트렌드 전망을 위한 사례를 모집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으로 트렌드를 전망하니, 이 책은 현실성 강한 트렌드를 전망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연말이면 한 해를 정리하고, 다음해를 계획하기 위해 한 번쯤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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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 프라하 - 꽃보다 아름다운 체코 낭만 여행 컬러링북 낭만 여행 컬러링
최윤선 지음 / 보누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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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 프라하 거리에는 악사들이 많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반영이라도 한 듯 5월이면 해마다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체코의 거리는 이렇듯 풍요로운 분위기를 주는 풍경이다. 유럽의 콧대만큼 건물들의 높이는 뾰족하다. 뾰족하면서도 고풍스럽고 기품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무슨 때문일까? 뾰족함 속에 현관문이나 창문의 벽에서 곡선을 잃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아치형 건물에 그림을 그려 넣었는데, 그림이 우아하여 건물의 분위기를 한껏 더 우아하게 만들고 있다. 컬러링 작가 최윤선의 컬러링북인 “아모르 프라하”에서도 그것들은 드러난다. 또한 체코의 건물들은 웅장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작가의 그림들은 건물그림이 많은데, 검물 그림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직선과 곡선의 조화가 이루어내는 세상이 바로 체코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그림 중 음식 그림도 꽤 많이 나온다. 체코가 맥주 축제로도 유명하여 5월과 9월에 축제를 한다. 커다란 통에 든 맥주는 축제를 흥에 겹도록 만들었으리라. 프라하는 체코 공화국의 수도로서 국토의 3분의 1이 독일, 폴란드,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에 둘러싸여 있다고 한다. 체코여행길에 두루두루 연결하여 여행을 하여도 좋을 것 같다. 체코어는 습득하기가 까다롭고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카프카의 <변신>과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체코의 문학이라고 한다. 체코는 음악뿐 아니라 여러 예술 장르가 돋보인다. 그 중 최윤선 작가가 그린 컬러링 발래하는 여자를 색칠해 보았다.

 

  색을 칠하다가 색칠하는데 열중해서 다른 모든 걱정은 잊어 버렸다. 색칠 명암을 넣다가, 어두운 명암이 발레리나의 힘겨운 연습의 증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무엇엔가 열중할 필요성이 있다.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잊고, 다른 기쁨에 젖을 필요가 있다. 다른 기쁨은 단순 할수록 효과가 크다고 보는데, 바로 컬러링 색칠도 그런 효과를 가져왔다. 그 나라에 간 듯한 컬러링의 그림들을 보면서 색칠에 집중을 하니 건물의 곡선이며, 직선들이 만져 지는 것이다. 여행을 컬러링 북으로도 체험을 할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의 맛과 향이 살아나는 것이다. 맥주의 흥에 덩달아 멋진 삶을 계획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가 그린 컬러링을 색칠하면서 체코의 문화와 환경과 풍경들이 색감으로 각인되어 내내 잊히지 않게 될 것이다. 책의 재질은 켄트지처럼 색칠해도 괜찮을 만큼 두껍다. 색연필이나 파스텔을 이용해서 색을 칠해도 좋고, 물감을 좋아하면 물감으로 칠해도 좋다. 또 책속의 그림을 따라서 그려 보는 것도 재미있는 책과 함께하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읽는 위주의 여행책에서 벗어나 눈으로 보는 여행책으로 시각의 효과를 살린 것이 특징이어서 글의 정형적인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들이 사 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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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을 멈춰 세우는 동유럽 1 In the Blue 3
백승선 글.사진 / 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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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은 사람의 가슴을 넓고 크게 만드는 마술을 지니고 있다. 작은 울타리를 열어젖히고 바람을 받아들이고, 지나가는 공기를 들이마시며 나 아닌 세상의 나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다. 먼 세계를 동경으로 끝내지 않고 실행으로 옮겼을 때 여행은 의미 있어진다. 여행이 의미 있어지는 데는 여행가의 열정이 최고조에 달해야 가능하다. 그런 여행가의 기록을 책으로나마 보게 되어 기쁘다. 누구나 가보고 싶을 만큼 책속의 유럽은 도도해 보였다.


  “동유럽1”의 책 속에 나오는 건물들은 모두 화려하고 예술적이다. 사진을 보니 거리의 돌멩이조차도 유럽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고층 아파트처럼 높은 집과 집의 뾰족한 지붕을 보고 있으니 그들은 겉모양도, 겉으로 드러나는 품위도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기는 민족이었을 것 같다. 폴란드의 수도 크라쿠프의 바벨성당과 중앙 광장 사진을 보니, 광장을 오고 갔을 사람들의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폴란드의 성당은 우리나라에서도 멀지 않은 몽골에 의해 파괴 된 적이 있다는 역사적 사실이 낯설다. 그것은 성당의 야경사진에서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몽골인의 용맹 앞에 무릎을 꿇은 콧대 높아 보이는 유럽인도 때론 별거 아니었나보다. 동화책에서 자주 보던 인어가 바르샤바에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쇼팽의 심장이 묻혀 있는 곳이라 하니 건물 하나가 아니라 전체 그곳에서 작곡을 하였고 죽어서는 심장이 묻힌 곳이라고 하니, 평이 하거나 뾰족한 건물들이 악보처럼 보인다. 성당의 천정이나 창문에 그려진 그림들은 화가의 영혼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중 발견한 귀엽고 아름다운 성니콜라스 교회는 그 어느 건축물보다도 예뻤다.


  책을 보면서 계속 감탄만 하는 유럽의 거리와 건축물을 직접 눈으로 보며 걷는 여행가를 생각해 보니 부러운 생각도 든다. 한 번쯤 그들의 문화와 그들의 삶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거리에 현혹되지만, 그들의 수수하고 가난한 모습도 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그려낸 부분도 보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책을 펼쳐 놓고 그들의 모든 건축물에 드러난 화려하고 뾰족한 문장들이 유럽인의 진짜 삶과는 어떤 어우러짐이 있을지도 상상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동유럽1”은 아름다운 여행을 함께한 기분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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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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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성석제에 대한 약력을 보니 1994년에 첫 소설을 발표 한 후 20여 년 동안 활발히 활동해온 것으로 기록 되어 있다. 그의 발표작들을 많이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제목만 보아도 한국적인 소설의 향기가 나는 것 같다. 내가 읽게 된 “투명 인간”도 한국적인 시대적 삶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었다.


  “투명인간”은 덮어 두었던 내 이웃의, 나의 삶의 한 시대적 모습이 담겨 있어서 그 옛날을 생각나게 한다. 두메산골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 소쿠리 하나씩 들고 봄이면 들로 나가 나물을 캐고, 겨울이면 땔감 구하러 산으로 갔던 그 모습들이 나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중학교 때 인가? 다른 도시에서 공부하던 고등학생이던 어떤 오빠는 학생들을 잡아들이는 경찰을 피해 몇 달이고 시골 마을에서 숨어 지냈던 기억도 난다. 돈이 없어 초등학교만 간신히 마치고, 서울 봉제공장에 취업하러 떠났던 동네 언니들도 떠오른다. 자신을 희생해서 가족을 살려내는 만수 같던 엄마도 생각난다. “투명인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참 많은 어려운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다. 이 책속에 다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그 시절에는 그랬었다. 연탄가스를 마시면 김칫국이 특효라고 했었다. 병원이나 약국을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시절 가난한 사람에게는 천국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었다. 할아버지 세대에서 아버지 세대로, 그리고 만수세대를 보게 하는 “투명인간”을 읽고 나니 대하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또한 주인공 만수를 가운데 두고 돌아가며 자신이 처한 입장으로 화자의 이야기가 연결된다. 전개되는 모양이 여러 편의 생활수필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묶은 듯 한 느낌이다. “투명인간”에 등장하는 화자들이 처한 상황 묘사가 잘 되어 있어서 만수가 주인공인데도, 주인공에게만 마음의 무게가 기울어지지 않고, 가족, 혹은 이웃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는 소설 이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책임의 굴레를 쓴 만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와 가까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살았다. 그런데 만수는 그들의 그림자로 살았을 뿐이다. 그것은 그의 목표가 가족 혹은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 삶의 목표였기 때문일까? 어쩔 수 없이, 정말 어쩔 수 없이 그냥 자신의 상황을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한 결과물인 걸까? 그렇지 않으면 그의 우유부단한 성격이 그의 삶을 좌우하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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