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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을 멈춰 세우는 동유럽 1 ㅣ In the Blue 3
백승선 글.사진 / 쉼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여행은 사람의 가슴을 넓고 크게 만드는 마술을 지니고 있다. 작은 울타리를 열어젖히고 바람을 받아들이고, 지나가는 공기를 들이마시며 나 아닌 세상의 나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다. 먼 세계를 동경으로 끝내지 않고 실행으로 옮겼을 때 여행은 의미 있어진다. 여행이 의미 있어지는 데는 여행가의 열정이 최고조에 달해야 가능하다. 그런 여행가의 기록을 책으로나마 보게 되어 기쁘다. 누구나 가보고 싶을 만큼 책속의 유럽은 도도해 보였다.
“동유럽1”의 책 속에 나오는 건물들은 모두 화려하고 예술적이다. 사진을 보니 거리의 돌멩이조차도 유럽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고층 아파트처럼 높은 집과 집의 뾰족한 지붕을 보고 있으니 그들은 겉모양도, 겉으로 드러나는 품위도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기는 민족이었을 것 같다. 폴란드의 수도 크라쿠프의 바벨성당과 중앙 광장 사진을 보니, 광장을 오고 갔을 사람들의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폴란드의 성당은 우리나라에서도 멀지 않은 몽골에 의해 파괴 된 적이 있다는 역사적 사실이 낯설다. 그것은 성당의 야경사진에서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몽골인의 용맹 앞에 무릎을 꿇은 콧대 높아 보이는 유럽인도 때론 별거 아니었나보다. 동화책에서 자주 보던 인어가 바르샤바에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쇼팽의 심장이 묻혀 있는 곳이라 하니 건물 하나가 아니라 전체 그곳에서 작곡을 하였고 죽어서는 심장이 묻힌 곳이라고 하니, 평이 하거나 뾰족한 건물들이 악보처럼 보인다. 성당의 천정이나 창문에 그려진 그림들은 화가의 영혼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중 발견한 귀엽고 아름다운 성니콜라스 교회는 그 어느 건축물보다도 예뻤다.
책을 보면서 계속 감탄만 하는 유럽의 거리와 건축물을 직접 눈으로 보며 걷는 여행가를 생각해 보니 부러운 생각도 든다. 한 번쯤 그들의 문화와 그들의 삶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거리에 현혹되지만, 그들의 수수하고 가난한 모습도 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그려낸 부분도 보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책을 펼쳐 놓고 그들의 모든 건축물에 드러난 화려하고 뾰족한 문장들이 유럽인의 진짜 삶과는 어떤 어우러짐이 있을지도 상상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동유럽1”은 아름다운 여행을 함께한 기분이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