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삶의 형태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는가,
그 의심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결국 찾아냈는가.
정미경의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그런 의문이 들었다.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인 그녀의 소설집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잘 씌어진 소설이었으나 쉽게 읽히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내 일상의 순간순간을 되짚게 만드는
그 무심한 칼날을 가진 말투에,
결코 무심해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거짓말은 아름답다. 자신을, 혹은 상대를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 누구나 거짓말을 하니까.
다만 끝까지 지켜지지 못한 거짓말만이
더 날카로운 칼이 되어
자신을, 상대방을 깊이 찌른다." (190쪽)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재이 역시, 그에게 일상의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니까.
그러니 배신감 같은 걸 느낄 이유도 없다.
그의 감추인 부분을 끝내 모르는 채로
그리고 모르는 체하며 살고 싶다.
너의 외로움이나 공허감까지 껴안기엔
내 것만도 너무 무겁다." (288-289쪽)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관계'라는 것은
자신의 삶을 지탱하기 위한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부차적인 무엇처럼 느껴진다.
너와 나의 명백한 구분,
상대와 나의 동등한 관계.
결국은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폭력을 행사하면서 말이다.
가령, 무관심, 고독, 질투, 집착, 고통 등등등.
작가가 말하는 것은 어쩌면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각각의 사람들을 통해서
"누군가와 함께 지낸다는 건,
서로가 자기의 외로움을 몰래 끌어안은 채
살아가야 한다는 걸 깨닫는 일이구나." (188쪽)란 말처럼
스스로의 외로움을 끌어안아 줄
누군가를 찾지 말고,
스스로의 외로움을 끌어안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두에게 공통적인 외로움은
'관계' 속에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외로움을 '견딤'으로서
비로소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 2006.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