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명은 우연의 뒷문을 열고 들어온다."는
문장을 어디선가 읽고 기억해 두었다.
그 수많은 우연의 뒷문을 열고 들어오는
"운명"이라는 것은
알다시피 하나가 아닌 복수이다.
그런데 이 시대의 사람들은
"운명"이라는 단어를
복수가 아닌 단수로 받아들이는 것만 같다.
그저 하나, 단 하나의 운명.
그렇게 한계를 지어놓고 희소성을 만들어놓아야
그 "운명"의 운명이 대단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우연히 열어제낀
우연의 뒷문이
우리의 인생을 좌우하는
단 하나의 운명일지도
어쩌면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이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알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수없이 얽혀 있는
우리의 운명이 말해주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