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 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白茂線)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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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으며, 실제로 고향이 북쪽인 작가의 전기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창작되었다. 전체 5연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의미상으로는 '기-승-전-결'의 전형적 형식에 수미상관의 구조를 곁들인 네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시에서 '눈'는 잉크병마저 얼게하는 혹한을 상징하고, 이러한 추위 속에서도 가족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하게 만들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위치해 있는 서울이라는 공간과 고향을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함으로써,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