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하나이 되어
 
                          김후란
 
둘이서 하나이 되어
밝은 이 자리에
떨리는 두 가슴
말없이 손 잡고 서 있읍니다

두 시내 합치어
큰 강물 이루듯
천사가 놓아 준
금빛 다리를 건너
두 사람 마주 걸어와
한자리에 섰읍니다

언젠가는 오늘이 올 것을
믿었읍니다
이렇듯 소중한 시간이 있어 주리란 것을

그때 우리는
이슬 젖은 풀숲을 거닐면서
말했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하나가 되리라고
푸른 밤 고요한 달빛아래
손가락 마주걸고 맹세도 했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하나가 되리라고
그리고 지금 우리가 순수한 것처럼
우리의 앞날을 순수하게 키워 가자고

사람들은 누구나 말합니다
사노라면 기쁨과 즐거움 뒤에
어려움과 아픔이 따르기 마련이며
비에 젖어 쓸슬한 날도 있다는 걸
모래성을 쌓듯 몇 번이고 헛된 꿈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걸

그럴수록 우리는 둘이서 둘이 아닌
하나이 되렵니다
둘이서 하나이 되면
둘이서 하나이 되면

찬바람 목둘레에 감겨든단들
마음이야 언제나 따뜻한 불빛
외로울 때는
심장에서 빼어 준
소망의 언어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잊을수 없는 우리만의 밀어
버릴수 없는 우리만의 꿈
약속의 언어로 쌓아올린 종탑
높은 정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가장 꼭대기에 매어단
사랑과 헌신의 종을 힘껏 치렵니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하늘 아래
이토록 가슴이 빛나는 날에
둘이서 하나가 되면
둘이서 하나가 되면

지상의 온갖 별들이
머리 위애서 빛나고
불멸의 힘으로 피어나는 날들이
우리들을 끌어갈 것입니다
우리의 손을 잡고
같은 쪽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가렵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 놓을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갈라 놓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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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핀 배꽃에 달빛은 은은히 비추고 은하수는 자정을 알리는 때에
가지 끝에 맺힌 봄의 정서를 자규가 알고서 저리 우는 것일까마는
다정다감한 나는 그것이 병인 듯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노라.
  

자규야 : 소쩍새야, 소쩍새야말로, 청각적 심상 

 

 숨막히는 서정이 흐르고 있으며, 봄날의 한밤중을 배경으로 하여 밝은 달 아래 눈물을 머금은 듯한 배꽃, 어디선가 들리는 두견의 울음소리가 더욱 애상적인 정서를 느끼게 하여 주는 작품이다. 봄밤의 정서가 이화. 월백, 은한 등의 백색 이미지와 자규가 지니는 처절, 애원, 고독의 이미지에 연결되어 더욱 애상적인 정한을 나타내 주면서 모든 시상이 '춘심'에 집약되고 있다. '다정가'라고도 불리는 이 노래는 고려 시조 가운데 표현 기법이 정서면에서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창에 넘치는 달빛을 보며 어찌 감상에 젖지 않을 수가 있으리로. 한편으로는  지은이가 정치를 비판하다가 고향으로 밀려나서, 충혜왕(忠惠王)의 잘못을 걱정한 심정을 하소연한 것으로도 이해되는 작품이다. 

 

출처 : http://www.seelotus.com/frame_g.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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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막대를 쥐고 또 한 손에는 가시를 쥐고
늙는 길을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을 막대로 치려 했더니
백발이 제가 먼저 알고서 지름길로 오는구나.
 

 

고려 말에 우탁(禹倬)이 지은 시조. ‘歎老歌(탄로가)’로 표기하기도 한다. 모두 3수로 늙음을 한탄한 주제를 담고 있다. 작자가 충선왕의 패륜을 극간하다가 진노를 입어 예안에 은거하면서 학문을 닦고 후진을 양성하며, 새로 들어온 주자학을 연구하다 보니 어느덧 백발이 되어 인생의 늙음을 안타까워하여 읊은 것이다.

“한 손에 가시를 들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로 시작되는 작품은 자연적으로 찾아오는 늙음을 인위적으로 막아보려는 인간의 솔직한 감정을 처절하게 노래하였고, “춘산에 눈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데 없다.”로 시작되는 작품은 자연의 힘을 빌려 인간의 삶을 변화시켜보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봄바람이 눈덮인 산을 녹이듯 자연의 위대한 힘을 빌려 인간에게 찾아오는 백발을 없애보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담았다.

“늙지 말려이고 다시 젊어 보려터니”로 시작되는 작품은 늙지 않고 젊어보려는 욕구에도 불구하고 찾아드는 백발은 어쩌지 못하고 젊은 여인을 탐하는 자신의 인간적 욕구를 “이따금 꽃밭을 지날 제면 죄지은 듯 하여라.”라고 솔직히 고백함으로써 죄책감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다. 늙음을 가져오는 자연의 질서에 맞서보려는 안간힘과 죄책감이 인간미를 더해주고 있다.(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출처 : http://www.seelotus.com/frame_g.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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閑山島夜吟  / 이순신

水國秋光暮
警寒雁陳高
憂心轉輾夜
殘月照弓刀

수국에 가을빛 저무니
추위에 놀란 기러기 떼 높이 난다.
걱정으로 뒤척이는 밤,
잔월이 궁도를 비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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畵鶴 / 이달 

獨鶴望遙空
夜寒擧一足
西風苦竹叢
滿身秋露滴

외로운 학이 먼 하늘 바라보며,
밤이 차가운지 다리 하나를 들고 있네.
가을 바람에 대숲도 괴로워하는데.
온 몸이 가득 가을 이슬에 젖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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