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핀 배꽃에 달빛은 은은히 비추고 은하수는 자정을 알리는 때에
가지 끝에 맺힌 봄의 정서를 자규가 알고서 저리 우는 것일까마는
다정다감한 나는 그것이 병인 듯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노라.
  

자규야 : 소쩍새야, 소쩍새야말로, 청각적 심상 

 

 숨막히는 서정이 흐르고 있으며, 봄날의 한밤중을 배경으로 하여 밝은 달 아래 눈물을 머금은 듯한 배꽃, 어디선가 들리는 두견의 울음소리가 더욱 애상적인 정서를 느끼게 하여 주는 작품이다. 봄밤의 정서가 이화. 월백, 은한 등의 백색 이미지와 자규가 지니는 처절, 애원, 고독의 이미지에 연결되어 더욱 애상적인 정한을 나타내 주면서 모든 시상이 '춘심'에 집약되고 있다. '다정가'라고도 불리는 이 노래는 고려 시조 가운데 표현 기법이 정서면에서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창에 넘치는 달빛을 보며 어찌 감상에 젖지 않을 수가 있으리로. 한편으로는  지은이가 정치를 비판하다가 고향으로 밀려나서, 충혜왕(忠惠王)의 잘못을 걱정한 심정을 하소연한 것으로도 이해되는 작품이다. 

 

출처 : http://www.seelotus.com/frame_g.ht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한 손에 막대를 쥐고 또 한 손에는 가시를 쥐고
늙는 길을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을 막대로 치려 했더니
백발이 제가 먼저 알고서 지름길로 오는구나.
 

 

고려 말에 우탁(禹倬)이 지은 시조. ‘歎老歌(탄로가)’로 표기하기도 한다. 모두 3수로 늙음을 한탄한 주제를 담고 있다. 작자가 충선왕의 패륜을 극간하다가 진노를 입어 예안에 은거하면서 학문을 닦고 후진을 양성하며, 새로 들어온 주자학을 연구하다 보니 어느덧 백발이 되어 인생의 늙음을 안타까워하여 읊은 것이다.

“한 손에 가시를 들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로 시작되는 작품은 자연적으로 찾아오는 늙음을 인위적으로 막아보려는 인간의 솔직한 감정을 처절하게 노래하였고, “춘산에 눈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데 없다.”로 시작되는 작품은 자연의 힘을 빌려 인간의 삶을 변화시켜보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봄바람이 눈덮인 산을 녹이듯 자연의 위대한 힘을 빌려 인간에게 찾아오는 백발을 없애보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담았다.

“늙지 말려이고 다시 젊어 보려터니”로 시작되는 작품은 늙지 않고 젊어보려는 욕구에도 불구하고 찾아드는 백발은 어쩌지 못하고 젊은 여인을 탐하는 자신의 인간적 욕구를 “이따금 꽃밭을 지날 제면 죄지은 듯 하여라.”라고 솔직히 고백함으로써 죄책감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다. 늙음을 가져오는 자연의 질서에 맞서보려는 안간힘과 죄책감이 인간미를 더해주고 있다.(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출처 : http://www.seelotus.com/frame_g.ht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閑山島夜吟  / 이순신

水國秋光暮
警寒雁陳高
憂心轉輾夜
殘月照弓刀

수국에 가을빛 저무니
추위에 놀란 기러기 떼 높이 난다.
걱정으로 뒤척이는 밤,
잔월이 궁도를 비치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畵鶴 / 이달 

獨鶴望遙空
夜寒擧一足
西風苦竹叢
滿身秋露滴

외로운 학이 먼 하늘 바라보며,
밤이 차가운지 다리 하나를 들고 있네.
가을 바람에 대숲도 괴로워하는데.
온 몸이 가득 가을 이슬에 젖었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夜聽擣衣聲 / 楊泰師  

 

霜天月照夜河明  상천월조야하명 
客子思歸別有情  객자사귀별유정 
서리 찬 하늘에 달빛 비추어 은하수 밝은 밤,
나그네 고향 돌아갈 생각에 감회가 별나구나.

厭坐長宵愁欲死  염좌장소수욕사 
忽聞鄰女擣衣聲  홀문린여도의성 
긴 밤 조용히 앉았노라니 수심에 애가 타는데, 
홀연히 들려오는 이웃 아낙네의 다듬이 소리.

聲來斷續因風至  성래단속인풍지 
夜久星低無暫止  야구성저무잠지 
끊어질 듯 이어지며 바람결에 실려와,
밤 깊어 별 기울도록 잠시도 그치지 않는구나.

自從別國不相聞  자종별국불상문 
今在他鄕聽相似  금재타향청상사 
고국 떠난 뒤로 들어 보지를 못했더니, 
이제 타향에 있으며 고향에서 듣는 것 같구나.
 

不知綵杵重長輕  부지채저중장경
不悉靑砧平不平  불실청침평불평  
방망이는 무거운지 가벼운지 알지 못하고,
푸른 다듬잇돌 평평한지 아닌지 미처 몰라도.

遙憐體弱多香汗  요련체약다향한 
豫識更深勞玉腕  예식경심로옥완
멀리서 가녀린 몸은 구슬 땀에 젖어 가련코,
이미 옥 같이 고운 팔 점점 지쳐감을 알겠네.

爲當欲救客單衣  위당욕구객단의
爲復先愁閨閣恨  위복선수규각한
홑 옷으로 길 떠난 나그네 구하고자 함인가,
규방의 외로이 있는 시름 잊고자 함인가.

雖忘容儀難可問  수망용의난가문
不知遙意怨無端  부지요의원무단
그대 모습 가물거려도 물어볼 수도 없으니,
멀리서 무단히 원망하고 있는지 알 수 없구려.

寄異土兮無新識  기이토혜무신식
想同心兮長嘆息  상동심혜장탄식
낯선 땅에 붙어사니 새로운 알음알이 없어,
한 마음 그대 생각에 탄식만 길어진다오.

此時獨自閨中聞  차시독자규중문
此夜誰知明眸縮  차야수지명모축
이런 때 홀로 규방의 다듬이 소리 듣게 되니,
이 밤에 누가 알리오 맑은 눈동자가 흐려짐을...

憶憶兮心已懸  억억혜심이현
重聞兮不可穿  중문혜불가천
그립고 그립구려 마음은 이미 매달렸는데,
들리고 또 들려 답답한 마음 뚫을 수 없구려.

卽將因夢尋聲去  즉장인몽심성거
只爲愁多不得眠  지위수다부득면
꿈 속에라도 다듬이 소리 찾아가려 하지만,
다만 수심만 깊어져 잠조차 이루지 못한다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