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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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기다리는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 시의 화자가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 너'이지만, 화자는 오히려 '너'에 대한 기다림을 설레는 기대감과 행복하고 충만한 심정으로 그린다. 이 작품은 이렇게 만남의 시간이 될 미래와, 기다림의 시간인 현재에 대하여 다같이 축복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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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 2009-03-3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때마다 가슴설레는 시인데.. 이 시는 시인이 모 잡지에 기고하기 위해 급하게 그냥 휘갈겨 쓴 시라지요.. 그 얘기를 듣고는 황지우시인의 천재성에 감탄을 하면서도.. 시인이 휘갈긴 시를 나는 이렇게 가슴속에 품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시인에 대한 얄미운 감정이 들기도했어요~ㅎㅎ;;;

Somnus 2009-04-04 22:02   좋아요 0 | URL
이 작품이 그런 경위로 탄생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정이 들어서 가장 좋아하는 시 중 한 편이 된 것이 최근인데, 이렇게 댓글까지 달리니 공연히 뿌듯해지네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