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야(小夜)의 노래 / 오장환
무거운 쇠사슬 끄으는 소리 내 맘의 뛰를 따르고
여기 쓸쓸한 자유는 곁에 있으나
풋풋이 흰눈은 흩날려 이정표 썩은 막대 고이 묻히고
더러운 발자국 함부로 찍혀
오직 치미는 미움
낯선 집 울타리에 돌을 던지니 개가 짖는다.
어메야, 아직도 차디찬 묘 속에 살고 있느냐.
정월 기울어 낙엽송에 쌓인 눈 바람에 흐트러지고
산짐승의 우는 소리 더욱 처량히
개울물도 파랗게 얼어
진눈깨비는 금시에 내려 비애를 적시울 듯
도형수(徒形囚)의 발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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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의 질곡 속에서 죄수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시적 화자의 모습이 '도형수'라는 시어에 잘 나타나 있다. 잃어버린 모성에 대한 그리움으로 어머니가 묻혀 있는 '차디찬 묘'를 찾아가지만, 그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고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