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49인의 초상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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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경식이 쓰고 돌베개에서 만들었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 없이 구입하게 된 책입니다. 그런데 끝까지 읽어내려가기 힘든 책이었습니다.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른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47인의 선정 기준이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지만, 이 책은 일본 아사히신문사에서 만든 '20세기 천 명의 인물'이라는 간행물 중, 서경식이 쓴 47명만을 모아 국내에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입니다. 때문에 47인이 20세기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아닙니다. 물론 체 게바라나 살바도르 아옌데와 같은 인물도 있지만, 바실리 칸딘스키나 가모이 레이와 같은 화가들도 엉뚱하다 싶게 들어가 있습니다. 뒤로 갈수록 일본이나 한국의 무명씨들이 나와 독해를 더 방해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무려 책의 절반 가까운 인물이 그렇습니다.

두 번째는 인물에 대한 설명입니다. 한 사람 당 4~5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데, 이 인물이 살아온 생애 전체를 조망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는지, 약력과 주변인물에 대한 소개가 1~2페이지를 차지합니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부분-사건이나 인물 내면-에 대한 것도 단순한 '소개'정도에서 그칩니다.

세 번째는 구성입니다. 47명을 백과사전 나열식, 또는 나라별로 배치했기 때문에 큰 서사가 없습니다. 차라리 시간 순이나 사건 순으로 배치되었다면 전체를 조망하기 편했을 텐데요. 저처럼 전쟁사나 현대사에 무지한 사람에게는 한 사람씩의 설명이 고역인 부분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완독하는 데에 무려 3일-설 연휴 전체-이 걸렸습니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난민'의 삶을 살다간, '죽음'마저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었던 20세기 주요 인물들을 개괄한다는 의미에서 좋은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많은 책입니다. 특히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제목과는 반대로,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47명 중 한 사람도 제대로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부족한 독서방법에 대한 자책도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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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김경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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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에 그려져 있는 머리가 큰 우리의 주인공 '엑토르'는 수집가입니다. 음...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편집증적 수집광입니다. 마트의 1+1 상품만 봐도 수집벽이 도지고 마는(일단 같은 종류가 두 개 이상이 되었으므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병을 가지고 있는 그는, 그러나 또한 엄청난 소심함의 소유자이기도 해서, 자신의 1호 보물 '닉슨 대통령 캠페인'배지가 '비틀즈 리더 뽑기 캠페인' 배지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자살기도를 결심하게 됩니다(헉!).

어쨌든! 우리의 소심남 '엑토르'는 우여곡절 끝에 우표, 동전, 과일꽂이(???), 머리카락(!!!) 등의 수집벽에서 탈출하기 위해 결혼을 결심하게 됩니다. 물론 열렬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말이지요. 평생 수집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던 엑토르는 과연 결혼생활을 잘 꾸려갈 수 있을까요?

물론 문제가 생깁니다. 어떤 문제냐구요? '그래서 그가 온종일 유리창을 더럽힐'수 밖에 없었던 바로 그 문제입니다. 그게 어떤 문제냐구요? 역시 표지에 그려져 있는 저 여성, 엑토르의 아내 '브리지트'의 저 자세가 문제입니다.

역시, 아무 것도 모르시겠지요? 억울하지만 바로 그겁니다.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 책이 미치도록 재미있는 거랍니다.

매콤한 코미디의 색을 띤 문장, 말이 되어 버리는 황당 설정, 아내의 터질듯한 잠재력, 그리고 가슴 따뜻한 결말까지. 취향에 따라 다를 순 있겠지만 '공중그네'나 '남쪽으로 튀어'보다 훨씬 건강하고 달콤한 웃음이 책을 놓는 당신의 입가에 휘감겨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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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어린이표 - 웅진 푸른교실 1, 100쇄 기념 양장본 웅진 푸른교실 1
황선미 글, 권사우 그림 / 웅진주니어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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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직장에 있기 전에, 1년 정도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습니다. 나름 좋은 선생님이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역시 저는 저 몰래 아이들에게 '나쁜 선생님 표'를 아주 많이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좋은 동화를 많이 써 주시는 '황선미 선생님'의 작품 하나를 또 보게 되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새끼'가 외모지상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품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자랑스러운 우리 문학이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평등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로 남았다면 '나쁜 어린이 표'는 '이해와 용서'에 대한 이야기로 남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라는 점에서 저는 이 책을 세상의 모든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나쁜 어린이 표'를 주는 선생님에게 '나쁜 선생님 표'를 주는 건우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데요. 제가 진짜 속이 상했던 건, '그룹화'하기 위한 선생님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게 되는 건우의 순수성에 대한 훼손입니다. 또 선생님의 그릇된 행동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좋은 의도 또한 아이에겐 큰 부담감이 생길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어떤 '순수'를 훼손하고 있다면, 참 가슴 아픈 일이 아닐까요? 앞으로는 무엇도 훼손시키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또 다시는 '나쁜 어른 표'를 얻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표가 없어져서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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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 행운의 절반
스탠 톨러 지음, 한상복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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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자기계발형 우화입니다.

이 우화의 시리즈는 이상하게도 중독이 됩니다. 늘 실망하면서도 다음 편이 나오면 또 읽게 됩니다. 아마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테마가 참 좋다는 것(배려, 경청, 친구)과, 바로 지금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 그래서 쉽게 손이 가곤 합니다.

좋은 말인데, 새삼스럽단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좋은 말이니, 읽고 나면 마음이 좋아집니다. 게다가 해피엔딩이니까요!

사족을 덧붙이자면, 어떤 문장은 글자 색깔이 다르던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문장을 직접 찾아 밑줄을 긋는 것 역시 독자의 몫으로 남겨뒀으면 합니다. 너무 주입하진 말아주세요. 아동용이 아니잖아요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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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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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선 색깔, 그 다음에 인간, 나는 보통 그렇게 본다. 적어도 그렇게 보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죽음을 나르는 신'의 이야기입니다. 사신이 가장 아끼는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그 소녀가 쓴 '책도둑'이라는 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철학적이며, 사색적입니다. 말과 말 사이에 큰 여백이 있었습니다. 여백에서 여운이 빗방울처럼 제 뺨에 튀겼습니다. 사신의 말투는 낯선 문장이었습니다. 30페이지에 달하는 프롤로그를 읽고 났을 때, 이미 그 문장은 중독성을 띠고 있었습니다. 책등을 천천히 쓰다듬고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이것은 또한 '리젤 메밍거'라는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독일의 가난한 마을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한 소녀가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하면서도 찬란한 유년의 성장에 대한 기록입니다. 끔찍하면서도 찬란할 수가 있을까요? 이것은 제 생각이 아닙니다. 이 쯤에서 사신의 문장 하나를 인용해야겠습니다.

나는 어떻게 똑같은 일이 그렇게 추한 동시에 그렇게 찬란할 수 있냐고, 말이라는 것이 어떻게 그렇게 저주스러우면서도 반짝일 수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이것은 또한 '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이 외로운 한 소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인간과 인간 사이에 어떤 의미로 놓여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도둑'에서 책은 이와 같은 상징으로 표현됩니다. 

책도둑은 이렇게 끝납니다.

나는 나를 떠나지 않는 인간들에게 시달린다.

저는 책도둑이 되어야 했던 '리젤'에게, '리젤'이 훔친 열 권의 책에게, 또한 '리젤'이 들려준 폭격 속의 낭독의 밤에게, '리젤'의 목숨을 구한 마지막 책에게 한 동안 시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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