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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평점 :
책도둑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선 색깔, 그 다음에 인간, 나는 보통 그렇게 본다. 적어도 그렇게 보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죽음을 나르는 신'의 이야기입니다. 사신이 가장 아끼는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그 소녀가 쓴 '책도둑'이라는 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철학적이며, 사색적입니다. 말과 말 사이에 큰 여백이 있었습니다. 여백에서 여운이 빗방울처럼 제 뺨에 튀겼습니다. 사신의 말투는 낯선 문장이었습니다. 30페이지에 달하는 프롤로그를 읽고 났을 때, 이미 그 문장은 중독성을 띠고 있었습니다. 책등을 천천히 쓰다듬고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이것은 또한 '리젤 메밍거'라는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독일의 가난한 마을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한 소녀가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하면서도 찬란한 유년의 성장에 대한 기록입니다. 끔찍하면서도 찬란할 수가 있을까요? 이것은 제 생각이 아닙니다. 이 쯤에서 사신의 문장 하나를 인용해야겠습니다.
나는 어떻게 똑같은 일이 그렇게 추한 동시에 그렇게 찬란할 수 있냐고, 말이라는 것이 어떻게 그렇게 저주스러우면서도 반짝일 수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이것은 또한 '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이 외로운 한 소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인간과 인간 사이에 어떤 의미로 놓여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도둑'에서 책은 이와 같은 상징으로 표현됩니다.
책도둑은 이렇게 끝납니다.
나는 나를 떠나지 않는 인간들에게 시달린다.
저는 책도둑이 되어야 했던 '리젤'에게, '리젤'이 훔친 열 권의 책에게, 또한 '리젤'이 들려준 폭격 속의 낭독의 밤에게, '리젤'의 목숨을 구한 마지막 책에게 한 동안 시달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