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 영혼을 깨우는 선승들의 일화 301
최성현 지음 / 불광출판사 / 2019년 2월
평점 :
영혼을 일깨우는 선승들의 일화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 책,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는 잔잔하다.
불교에서는 십우도를 통하여 깨달음과 자유를 얻는 방법을 설명한다. 참된 자기의 모습, 본래의 자기 모습을 소를 비유하여 설명한 것이다. 소란 동물은 농경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동물이었고 고집이 쎄 보이지만 길들여지면 순한 모습의 동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의 수행과 깨달음에의 과정을 도망간 소를 찾아와 길들이는 수행을 통하여 우리가 알기 쉽게 설명한 것일테다.
이 책은 그 소란 것이 어떻게 생겼나, 그 소를 찾는 길은 무엇인가, 그 소를 찾아 타고 돌아오는 과정, 그리고 그 소 자체를 잊고 삶으로 말하는 길들을 차근차근 소개해 주고 있다.
깨달음이란 것은 어찌보면 큰 것이기도 하지만, 또 어찌 보면 우리 삶에서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의외로 쉽게 찾아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 전체를 통해 흐르는 그 방법들을 따라가다 보면 생에 대한 겸손한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을 삶에 대한 지혜로운 성찰을 조근조근 심어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마음에 남는 이야기는 인도에서 생을 네 개의 시기로 나눈다는 이야기이다. 학생기, 가주기, 임주기, 유행기로 나누는데, 학생기와 가주기는 50세로 끝난다고 한다. 임주기는 50에서 70세까지를 말하는데 가장으로서, 사회인으로서의 임무를 모두 마친 뒤 모든 사람이 맞는, 가장 중요하고 귀한 제3의 인생주기라고 할 수 있단다. 아름다운 새 출발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츠키 히로유키라는 작가가 쓴 <임주기>라는 책에서는 누구나 50세때는 가출을 할 것을 권하고 있단다. 출가가 아닌 가출을 말이다. 그러기 위해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는데, 첫째, 가주기 때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의 준비는 물론 돈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자식은 모두 스물, 혹은 스물다섯에는 독립해서 살도록 길러야 한단다. 셋째, 1년 혹은 이삼 년씩 집을 비워도 문제가 없도록 미리 손을 써 두어야 한다고. 이 시기에는 생활때문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볼 수 있는 때란다. 특히 여성들이 폐경기에 접어드는 그 시기를 임주기라고 말하고 행동하라는 데 가슴을 쾅 치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츠키는 부부도 이 시기에는 연인이나 아내나 남편이 아닌 친구로, 한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애정은 오래 떨어져 있으면 식는 법이지만, 우정은 멀리, 오래 떨어져 있어도 색이 바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의 현재도 임주기에 해당한다. 위에서 언급한 그러한 삶,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설렌다. 힘들 때 펴 볼 수 있는 편지 같은 이야기, 새롭게 나의 인생을 설계해 보고 싶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