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 여파로 국내 시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급락하고, 순이자마진(NIM)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은행들이 외형경쟁에 몰입하면서 덩치는 커진 반면 부실 가능성이 있는 위험자산이 늘었기 때문이다.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나빠지면 자금 공급이 위축돼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 감소→내수·설비투자 부진→경기 침체 가속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건전성·수익성 동시에 나빠져=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 비율이 지난해말 이후 급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우리·신한·외환·기업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BIS 비율은 2006년말까지만 해도 12.39%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11.79%로 하락한 데 이어 올해 9월에는 10.59%로 낮아졌다.
BIS비율은 대출, 지급보증 등 위험이 있는 자산(위험가중자산)에 비해 자기자본 비중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은행 건전성을 판단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올해 3·4분기 시중은행의 연체율도 상승했다. 국민(0.68%)은행과 신한(0.69%)은 전분기에 비해 각각 0.11%포인트, 0.02%포인트 높아졌고, 우리은행(0.69%), 하나은행(0.88%), 기업은행(0.67%)도 0.17~0.33%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외환은행이 3·4분기 2.81%로 2·4분기(2.92%)보다 0.11%포인트 낮아졌고, 국민은행(2.89%)도 전분기보다 에 비해 0.09%포인트 하락했다. 우리은행(2.25%→2.21%), 기업은행(2.54%→2.48%), 하나은행(2.05%→2.01%)도 하락세를 보였다.
은행들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푸르덴셜 증권 성병수 연구원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은행들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이 10일부터 80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권을 발행키로 했고, 하나은행도 5300억원 규모, 신한은행도 5000억원 안팎의 후순위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은행 건전성 악화 실물경제로 전이될 듯=은행들은 자산 건전성 유지를 위해 앞으로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대출을 줄이거나 대출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지난 5월 5조8000억원에서 지난달 2조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정부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라며 유동성을 공급했는데도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부)는 “은행들이 자산 건전성 개선을 위해 실물경제에 자금공급을 줄이면 기업와 가계가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당국은 은행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감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이번주부터 시중은행의 외화유동성과 주택담보대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 경영실태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한은과 금감원은 정부로부터 공급받은 외화유동성의 적정 사용 여부, 외화자산의 관리 실태와 처분 계획 등을 집중점검할 방침이다. 2008-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