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금융기관과 기업의 자금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신용경색으로 금융기관들의 채권발행 여건이 나빠지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는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기업 자금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채권시장이 금융채 위주로 편중된 탓에 금융기관 신용경색이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 자금난은 더 악화=15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14일 기준 3년만기 AAA등급 은행채 금리는 은행 자금난으로 이달 들어서만 0.23%포인트나 치솟아 연 7.83%를 기록했다. 3개월 만기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는 연 6.06%로 7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은행채의 3년만기 국고채에 대한 신용 스프레드(채권금리 차이)는 무려 2.56%포인트에 이르고 있다.
 신용 스프레드가 커진다는 것은 은행채 발행 여건이 그만큼 나빠지는 것으로, 은행들이 보다 높은 금리를 주고 돈을 빌려야 하는 등 자금난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은행채 스프레드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신청 다음날인 지난 9월16일만 해도 1.22%포인트에 그쳤으나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5.00%으로 낮춘 것도 스프레드를 벌어지게 했다. 이처럼 은행채와 CD금리가 치솟고 있는 것은 외화자금은 물론 원화조달에까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대출만기는 점차 길어지고 있는 반면 자금조달은 단기로 이뤄지면서 원화 자금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은행채나 회사채는 1년물은 그래도 거래가 되지만 3년물은 전혀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다급해지자 은행들은 고금리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예금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기업자금 사정도 갈수록 악화=회사채 발행여건은 더욱 심각하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의 발행금리는 14일 연 8.14%로 지난 10일(연 8.02%)보다 0.12%포인트 치솟았다.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신용시장 전체가 경색되면서 기업들의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기능이 거의 막혔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들의 회사채 실적은 지난 8월 1조2000억원 순발행에서 9월에는 4000억원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9월초만 해도 1.62%포인트였던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는 14일 기준으로 2.87%포인트에 달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회사채 시장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이 은행채에 편중돼 있어 금융기관의 자금난이 회사채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1000조원에 달하는 국내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비중은 80조원 가량으로 10%에도 못미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윤영환 연구원은 “회사채 발행 기업들은 대부분 펀더멘털(기초여건)은 양호한데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상황과 맞물리면서 회사채의 발행과 유통이 사실상 정지된 상태”라고 말했다.

200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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