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를 신자유주의 또는 금융 자본주의의 종말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모든 자동차 사고를 엔진(신자유주의) 결함으로 속단할 수 없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운전자 과실(경영자의 도덕적 해이)과 교통신호의 문제(잘못된 감독체계), 과속을 단속하지 못하는 경찰(감독기관)이 야기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 중인 이명박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22일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강연’에서 이렇게 말하며 미국발 금융위기를 감독소홀이나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수준의 문제로 축소시켰다.
 그러나 정부의 금융정책이 감독차원을 넘어 금융시스템 자체의 개편을 꾀하고 있는데다 미국도 엄격하게 지키고 있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원칙까지 허물어 금융시장을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규제완화 이후 금융산업을 제대로 감독할 역량을 갖췄는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MB식 규제완화 미국 수준을 초월=미국이 22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금융 지주회사로 묶기로 한 것은 은행업은 물론 증권업까지도 건전성 규제를 포함해 철저히 규제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금산분리 원칙을 철저히 지켜오고 있고, 특히 은행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보다 더 강력하게 규제해왔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가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외환은행 미국 지점을 팔아버리려 했을 정도로 미국 금융당국의 은행에 대한 규제는 철저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산업자본이 투자하는 사모펀드와 연기금의 은행 소유 규제를 완화하고, 재벌기업 등 비금융업주력자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현행 4%에서 8~10%로 확대하는 쪽으로 은행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증권 또는 보험회사가 중심이 되는 비은행 지주회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도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규제완화이후 금융감독 제대로 할 수 있나=금산분리 완화 등 금융규제 완화가 추진되는 것에 대해 금융전문가들은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을 부추기고, 금융의 공공성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재벌들이 잇따라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제조업 대신 금융업으로 손쉽게 돈을 벌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금융당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발생한 신용파생 상품 손실액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대대적인 규제완화 이후 금융당국의 감독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지도 회의적이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이명박정부 출범이후 국제금융은 기획재정부, 금융정책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은 금융감독원으로 분리돼 국내 금융감독 시스템이 통합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상실했다”며 “이런 감독체계를 그대로 두고 규제완화를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예측불가능한 위기상황에서는 시장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며 이를 위해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 확립을 위한 금산분리 규제 등은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8-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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