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증시침체가 지속되면서 증권업계가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증시 활황에 맞춰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고객유치 경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증권사들은 최고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전후로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지향하며 열풍이 불었던 투자은행(IB) 업무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큰 타격을 입으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CMA 손실 눈덩이=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으로 CMA 잔액은 32조5215억원으로 이 가운데 채권 금리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되는 환매조건부채권(RP)형 상품이 64.3%를 차지하고 있다.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 은행채 등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RP형 CMA는 최근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증권사들이 큰 손실을 내고 있다. 증권사 채권담당자는 “연 5%안팎의 금리를 CMA 가입자에게 줘야 하는데 채권가격 하락으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증권사도 있다”고 말했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7월말 연 5.80%에서 29일 연 6.04%로 0.24%포인트가 올랐으며 AA-등급 회사채도 6.91%에서 7.90%으로 1%포인트 가까이 올라 증권사들의 손실폭을 키우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CMA는 자체로는 별다른 실익이 없지만 CMA가입자에게 펀드 등 다른 금융상품 투자를 유인하는 기반으로 인식되면서 고객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고, CMA 금리는 4% 중반대에서 5%대를 넘어섰다. 2006년말 8조6631억원에 그쳤던 CMA 잔액은 30조원대로 급증했고, 시중자금이 은행 월급통장에서 증권사 CMA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까지 초래했지만 결국 증권사를 어려움에 빠뜨리는 ‘부메랑’이 된 것이다. 

 ◇IB업무는 개점휴업 =IB부문에서도 증권사들은 지난해 해외 기업 지분 투자와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대대적으로 나섰고, 국내 부동산 PF에도 약 3조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증시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4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자기자본투자(PI) 실태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여러가지 사정이 어려워 현재는 IB부문의 신규사업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시련기 맞는 증권업계=최근 리먼 브라더스 파산신청에 따른 손실까지 겹치면서 최근 증권사들의 자금난은 외환위기 때를 방불케 할 정도다. 대형 증권사가 최근 발행한 회사채 금리가 신용평가회사의 평가금리보다 무려 1.6%나 높게 매겨지기도 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콜(단기)자금 조달도 제대로 안되는데 채권발행이 원활하게 될 리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증권업에 진출한 유진그룹이 유진투자증권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증권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우려감이 번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침체되면서 증권사들이 외형경쟁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라며 “증권업계가 상당기간 시련기를 맞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2008-9-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