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
송복 지음 / 시루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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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애 유성룡과 임진왜란에 관한 책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송복)를 어제 끝냈다. 류성룡에 관한 책은 처음이라 뒤늦게 흥분하고 있다. 전혀 모르고 있었던 임진왜란의 팩트들도 접할 수 있었다.
1. 명과 왜의 '조선분할' 논의가 꽤나 진지하게 진행됐던 점이다. 왜는 경상 전라 충청과 경기의 4도를 분할해 줄 것을 전쟁 초기부터 명에게 요구했고, 명나라도 자국 안보에 문제만 없다면 분할지배를 인정해줄 요량이었다. 강화협상이 4년이나 질질 끌었기에 망정이지 신속하게 진행됐더라면 자칫 조선시대부터 한반도는 38선 어귀에서 분단되고 조선은 멸망할 뻔 했다.
2.조선의 군대가 오합지졸이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명나라도 왜와 크게 15번 싸워 딱 한번(1593년 1월 평양전투) 승리할 정도로 무능했다. 게다가 왜와의 협상에 방해가 된다면서 조선군의 싸움을 오히려 방해하기도 했다. 선조가 무능하다고 임금을 바꾸려 하거나 직할통치를 획책했고, 조선의 신하와 군사들을 혹독하게 대했다.
3.고니시 유키나가가 평양성을 점령한 뒤 '뚜렷한 이유없이' 6개월간 북진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 조선에는 천우신조가 됐다는 점이다. 마치 김일성이 한국전 초기 서울을 점령한 뒤 3일간 움직이지 않았던 것에 버금가는 미스테리다.
4.선조와 신하들이 의주에서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 '내부'하려 했다는 걸 오직 류성룡만이 반대해 겨우 말렸던 사실이다. 내부는 조선을 버리고 아예 중국에 들어가 빌붙어 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조선이라는 나라는 없어지게 된다.
류성룡은 조선인들의 대표적인 문제로 '의존증'과 '조급증, 급망증'을 꼽았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빨리 되지 않으면 견뎌내지 못하는 사회심리적 병증이 조급증이다. 급망증은 일의 진행과정에서 관심을 갑자기 다른데로 돌려버리는 것이다. 처음 일을 시작할때의 조급성과는 정반대로 일의 성취와는 전혀 관계없이 갑자기 관심을 돌리거나 꺼버림으로써 하던 일을 중간에 그만두는 것으로 이 역시 사회심리적 병증이다. 류성룡의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하는 일이란 언제나 급합니다. 어찌할 겨를도 없이 급하게 허둥지둥하다가 그만 일을 그릇되게 처리하고 맙니다. 그러다가 그 일이 지나고 나면 금방 해이해집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끝내지 못하고 내버려둡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큰 폐단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일은 무슨 일이든 오래 견뎌내는 것이 없습니다. 짧으면 한두달이고 길어봐야 한해를 넘기지 못하고 중도에서 폐지되지 않는 일이 없습니다. 의지가 굳게 서 있지 못하고 계획이 먼저 정해져 있지 않아, 이리저리 옮겨서 일이 귀착할 곳이 없습니다. 아침에는 갑이란 사람의 말을 좇아서 일을 진행하다가, 저녁에는 을이란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일을 폐지합니다.'
이런 기질은 오늘날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무슨 일이 터지면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난리를 치다가도 어느새 잊어버리고 만다. 세월호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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