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굴레 - 헤이안 시대에서 아베 정권까지,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
R. 태가트 머피 지음, 윤영수 외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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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굴레>(태가트 머피 지음, 윤경수 박경환 옮김, 글항아리)를 읽었다. 최근 몇년간 읽은 일본에 관한 서적 중에서 가장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의 '무책임의 정치'를 목도하면서 그 원인이 뭘까 궁금했었는데, 이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분석을 한 것 아닐까 싶다. 저자의 분석을 내 나름대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메이지 유신에 성공한 야마가타 아리토모 등 메이지 원로들은 행정부가 의회의 견제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천황을 이용했다. '천황의 칙서'는 추밀원이라는 자문기관에 의해 결정됐고 추밀원은 원로들이 장악했다. 그러나 원로들은 거부권은 행사하면서 결과에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역할을 맡으면서 거대한 정치적 무책임의 무대가 마련됐다.
그나마 원로들이 노쇠해 죽은 뒤로는 군부의 폭주, 육군과 해군간의 갈등에 제동을 걸 세력도 사라졌다. 그 결과 일본은 권력이 각기 독립한 여러 세력에 분산돼 있는(그래서 합리적 조정이 불가능한) '봉건제적' 거버넌스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합리적인 정책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일본은 진주만 공습으로 치닫게 된다.
전쟁에서 진 이후로는 외교와 국방에 관한 결정권을 미국에 빼앗긴 채 일본은 '하던대로' 경제총력전을 벌여 성장했으나, 성장이 끝난 이후에는 어쩔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의 '무책임 거버넌스'를 바꿀 수 있었던 인물로 오자와 이치로를 주목한다. 오자와는 지금은 '불가촉'적인 존재가 돼 버렸지만, 2009년 민주당 집권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그의 노선 중 '자주외교'가 미국의 노여움을 샀고, 좌표가 찍히면서 검찰과 언론의 표적이 돼버렸다. 일본에 있을 때 오자와에 대한 일본 사회의 혐오에 가까운 반감과, 반대로 외국인 저널리스트(네덜란드 출신의 판볼페런)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책까지 사놨는데 읽지는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의문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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