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주 6 - 제2부 경상, 개정판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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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객주> 속에 그려지는 조선 후기는 신분 질서가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자유경쟁사회이다. 양반과 상민의 구별이 거의 무용하고, 양반과 상인의 결탁, 즉 지금의 정경유착이 더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객주>를 읽으면서 KBS2에서 방영하고 있는 '장사의 신-객주'를 1회부터 보고 있는데, 책의 내용이 이해가 잘돼서 정말 좋다. 이렇게 재밌는 드라마와 소설을 그동안 몰랐다니!

무엇보다 보부상들만의 세계가 정말 흥미롭다. 어제 본 2회 드라마에서도 마침 나왔는데, 보부상들은 나라법보다 보부상들만의 약속과 규범을 더 엄중하게 여겼고, 그것을 어겼을 때 나라법보다 우선하여 내부에서 처벌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보부상 한명 한명은 한갓 장사치에 불과했지만, 그들이 상단을 이루고, 그 규모가 큰 경우에는 날고 긴다하는 권세가도 우습게 여길 수가 없었다.

 

7권에서 천소례를 떠나보내고 월이까지 속량시킨 신석주가 지난 일에 회의를 느껴 육의전 대행수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하자, 고종은 당장 왕실의 재정이 궁핍해질 것을 걱정한다. 그 정도로 나라와 지방의 재정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보부상, 객주들의 힘이 막강했던 것 같다.

 

송파, 양주 지역의 객주였던 천봉삼은 과천, 용인 지역 객주 최씨와의 경쟁에서 다섯읍의 상단을 이끌어갈 시재 접장으로 선출되었다. 이 과정에서 천봉삼을 도우려했던 선돌이가 죽임을 당한다. 선돌이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진혼굿을 열고자 무녀를 찾았는데, 마침 천봉삼에게 원한을 가진 매월이가 오게 된다.

 

한편 천봉삼은 관에 인정전을 바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투옥되고, 신석주는 이방을 사주해 천봉삼을 죽이려 하지만, 유필호의 꾀임으로 출옥하게 된다. 천봉삼은 근거지를 송파에서 강원도로 옮긴다.

 

천봉삼이 얘기하는 상도(商道)라는 것, 장사는 자고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장사꾼이 어찌 商利만을 거두겠습니까. 적선도 상리가 아닙니까."

 

"보복을 두려워 말고 저들이 다시 양민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해야지 않겠나? 사람이 한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몇번이나 고쳐되는 것인데 저희들이라 하여 세상의 이치를 거역할 힘만은 없지. 사람은 누구든지 뒷길을 두어야 하는 법이 아니겠는가. 더욱이 노변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 상단들에게는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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