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4 - 5부 2권
박경리 / 솔출판사 / 1993년 12월
평점 :
절판


어디든 떠난다는 것은 새로움이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또 다른 하나의 자신이 마치 번데기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폐쇄된 자기 자신으로부터 문을 열고 나서는, 그것은 신선한 해방감이다. 그러나 새로움이란 낯설음이며 여행은 빈 들판에 홀로 남은 겨울새같이 외로운 것, 어쩌면 새로움은 또 하나의 자기 폐쇄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른다. 마주치는 사물과 자신은 전혀 무관한 타인으로서 철저한 또 하나의 소외는 아닐는지.

제국주의 일본의 동물적 탐욕은 그 얼마나 많은 조선 백성들의 운명을 바꾸어왔는가. 두메산골, 골짝골짝마다 핏줄같이 시내 흐르는 곳에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유민이 되어 떠도는 이 그 얼마인가.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지게 된 사람들은 해방 이후 다 어떻게 되었을까. 타국 산천을 떠돌다 어느곳엔가 정착해 그곳에 뿌리를 내렸을까 아니면 여전히 떠돌고 있을까. 죽어서 또는 살아서도 결국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스러져간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12권은 조금 지루했는데, 13권부터 본격적으로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3대, 4대에 걸친 대하드라마가 어떻게 막을 내리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태백산맥>과는 다른 재미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