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땅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9
임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봄날>(1~5) 이후 두번째로 읽은 임철우의 소설이다.

1984년에 발표된 단편 모음집인데, <봄날>이 그랬듯 5.18광주민주화운동 또는 6.25전쟁 무렵을 배경을 쓰여진 작품들이 많다. 저자 임철우는 6.25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저자의 심리가 투영돼서인지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뭔가가 결핍되어 있는 존재들이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는 아버지의 부재가 특히 많고, 보이지 않는 것으로는 삶의 이유, 존재 의식, 인정 욕구의 결핍 등이 있다. 또 하나, 희망의 결핍.

 

 

아래는 읽으면서 대충 정리한 것들. 

 

곡두 운동회 : 6.25전쟁 당시의 이념 갈등.

"교문 근처의 노인네들과 아이들은 운동장 양켠으로 갈라져 있는 두 패의 사람들을, 그리고 그들을 명확하게 두 동강이로 나누어놓은 가느다랗고 길다란 새끼줄을 먼발치에서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모두는 불과 서너 시간 전까지만 해도 조성대대로부터 물려받은 이 작은 마을에서 아침 저녁으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살아온 순박하고 평범할 뿐인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지금 이 순간 두 개의 전혀 판이한 운명으로 나눠놓은 것이 고작 그 가늘고 볼품없이 만들어진 지푸라기 새끼줄 몇 가닥이었다는 사실은 얼핏 믿기지가 않았다. 그 두 집단의 사람들을 분단시켜놓고 있는 새끼줄과 새끼줄 사이의 공간이라고 해야 겨우 스무 발짝도 채 못 되는 거리였지만 이 순간 그것은 바다보다도 더 까마득하게 멀고먼 거리로 여겨졌다. 그리고 그 두 패거리의 사람들이 각각 형성하고 있는 두 개의 완고한 덩어리는 흡사 거대한 해협을 사이에 둔 채 적의에 불타는 눈으로 서로 노려보며 끝끝내 버티어 서 있는 두 개의 검은 대륙과도 같아 보였다."

 

그들의 새벽 : 새벽마다 잠을 깨우는 의문의 2층 발자국 소리. 불안과 부끄러움.

 

아버지의 땅 : 전쟁 때 지리산으로 입산하여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25년간 기다려온 어머니.

 

사평역 : 역장이 홀로 남은 여자를 위해 난로에 톱밥을 채우듯, 딱 난로의 열기만큼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야기.

"중년 사내에겐 산다는 일이 그저 벽돌담 같은 것이라고 여겨진다. 햇볕도 바람도 흘러들지 않는 폐쇄된 공간. 그곳엔 시간마저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마치 이 작은 산골 간이역을 빠른 속도로 무심히 지나쳐버리는 특급 열차처럼.... 사내는 그 열차를 세울 수도 탈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기다릴 도리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바로 앞으로 남겨진 자기 몫의 삶이라고 사내는 생각한다." 내 몫을 묵묵히 기다리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이라는 생각. 

 

뒤안에는 바람 소리

 

어둠

 

잃어버린 집 : 바람난 엄마를 죽이고 자살한 아빠. 그리고 옛집을 배회하는 나.

 

그 밤 호롱불을 밝히고 : 전쟁 당시 소개령이 내려진 무등산 자락. 소개령을 무시하고 남편의 제사를 위해 다시 집에 찾아든 아낙. 홀로 불을 밝히는 외딴집이 자신의 집이라는 알고 산에서 내려온 아들. 그리고 비극적 죽음. 새로운 생명의 탄생.

 

개도둑

그물

수박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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