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4
임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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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6년>이 개봉 됐을 때,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어떻게 과거 대통령이었던 사람을 암살하려고 하는 내용의 영화를 개봉할 수 있냐고 핏대 세우며 얘기하던 아이들에게 이 소설을 꼭 읽히고 싶다.

 

무고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너무도 허망하게 죽어갔다는 것.

특히 8개월 만삭의 여성이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배웅하러 대문 밖에 나갔다가 군인의 조준 사격으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는 대목을 읽는 순간 내 머리가 총 맞은 듯 울리는 것 같았다. 또 오륙십 명의 사람들을 군용트럭에 가득 싣고 밀폐시킨 뒤 최루탄을 털어 넣는 짓을 저지르기도 했다. 사람들이 사지를 뒤틀려 죽어갔다. 아비규환인 지옥의 모습이다.

 

1, 2권까지는 군인들의 심리에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3, 4권에서 군인들이 보여주는 잔인한 행동은 광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군인들의 진압 수칙들.

 

-공격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하라.

-타격시에는 두부를 제외한 전신을 무자비하게 가격하라.

-도주하지 못하도록 하체를 집중 공격하라.

-대중에게 최대한 공포심을 유발시켜라.

-공포심이야말로 폭동 집단을 와해시키는 최상의 전술이다.

 

광주 민주화 항쟁은 조직적인 학생운동도, 사회운동도 아니었다. 시민항쟁이었다.

 

"그것은 윤상현을 한없이 절망하게 만들었다. 무수한 시민들이 생명을 걸고 계엄군과 맞서고 있는 순간에, 그 동안 민중과 민주주의르 위해 일해왔노라고 자부해왔던 자신과 동료들은 정작 더없이 성급하고 나약한 꼴로 허둥거리고 있다는 사실에 윤상현은 분노와 자책감을 견디기 어려웠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들의 판단과는 정반대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오로지 이름없는 무수한 시민들의 무수한 생명과 피와 희생으로 마침내 계엄군을 시 바깥으로 몰아내고, 이 도시는 잠시나마 평화를 되찾은 것이다." (4권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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