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를 따라 일본 에도시대를 가다 - 400여 년 전, 조선과 일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정장식 지음 / 고즈윈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일본속 한민족사' 연수를 앞두고 읽게 된 책.

부산에서 출발하여 크루즈를 타고 5박 6일 동안 진행될 예정인데, 통신사가 떠났던 것과 비슷한 여정이 될 것 같아 찾아 읽게 되었다.

 

일단 책을 통해 앍게 된 몇 가지 사실을 정리하면,

임진왜란 이후 파견된 최초의 통신사는 회답겸쇄환사(1607년)로서, 임란 직후라 믿음을 통한다는 기존의 통신사 명칭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 임무는 일본이 재침해올 기미가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었지만, 또 다른 주된 임무는 일본 조총을 사오는 일이었다.(조총은 일본에 1543년 포르투갈로 부터 들어와 오다노부나가의 천하통일 사업의 원동력이 되었다.)


통신사들의 사행은 반드시 대마도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대마도의 다이묘들은 사신을 매우 극진하게 대접했는데, 조선의 사신들은 이것을 순수하게 막부의 선의로만 해석하였지.. 막부가 사신을 극진히 대접한 것에는 조선 사신이 장군을 알현하는 것처럼 연출하여 다이묘들에게 새롭게 출발한 도쿠가와 막부의 위상을 드높이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통신사 파견의 명분은 언제나 포로 쇄환이었지만, 처음에 피로인 수는 1418명에 불과했다. 갈수록 귀국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더 감소했다. 조선은, 일본에 20여년 자리잡고 살았던 포로들에게 그동안 일구어왔던 것을 버리고 돌아갈 만큼의 가치가 없는 나라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1636년 네번째 사행부터 통신사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했다. 이때 사신들은 막부로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예물을 받았는데 거절해도 받아들여지지가 않아 대마도쯤 와서 사람들이 보게끔 한뒤 강에 버렸다고 한다. 막부의 체면도 살리고 대마도에도 이득이 돌아가게 되어 삼자 모두 만족해했다고 한다.


1643년에도 사행이 이뤄지는데 이때는 병자호란 이후라 조선의 사신을 대하는 대마도주의 태도가 전과 달리 거만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그랬을 수도 있고, 패배의식이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시기에 3대장군 이에미쓰에 의해 이에야스의 신격화 사업이 이뤄지는데.. 이때 막부는 천황의 권위를 규제하는 등 그 지위를 압도하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 통신사 일행도 닛꼬 동조궁의 이에야스묘를 참배했다. 단순한 유람도 거부했던 사행인들이 이를 수락한 것은 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 의도에 의한 것이기도 했고, 병진호란을 계기로 일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1811년에 마지막 사행이 이뤄졌다. 이때는 이미 일본내에 사행의 필요성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때라, 형식적 수준의 문화교류에 그쳤다고 한다.

 

조선은 막부의 요청에 따라 마지못해 통신사를 파견하여 일본의 동향을 살폈다. 조선과 막부 모두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동안에도 많은 비용을 들여 사행을 지속시켰던 데에는 각자 사행을 통해 얻어고 했던 나름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은 일본의 군사력이나 각종 물력의 위력은 인정하면서도 문화적으로는 교화가 필요한 오랑캐라 여겼고 이를 왜란에 대한 정신적 복수라 생각했다. 반면 막부는 통신사를 '조공사' 처럼 보이게 하여 막부의 권위를 높이려 하였다. 대마도로서는 사신 접대를 명분으로 막부로부터 받는 경제적 지원이 간절한 입장이었다.

 

이때 우리가 좀 더 객관적으로 일본의 동향을 살폈다면, 세계 정세에 좀 더 일찍부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행의 기록이 역관에게 맡겨졌던 몇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에 대한 무시와 적개심으로 일관되어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임란 이후 전개된 12 차례의 사행에 대해 파견된 인물, 파견의 배경과 목적, 내용 등을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대마도의 컬러 사진이 여러장 수록되어 있고, 사행인들 모두가 대마도의 풍경에 감탄했었고 하니까,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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