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의 세계사 - 이오니아 반란에서 이집트 혁명까지
오준호 지음 / 미지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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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관심있는 친구에게, 같이 공부하는 친구에게, 학생들에게 추천하기 좋은 책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유럽, 미국, 아시아 그리고 한국에서 일어난 아래로부터의 변혁 운동을 다루고 있다. 그 중에는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는 동학농민운동, 황건적의 난, 프랑스대혁명 등이 있고.. 잘 모르는 켈트반란, 아이티혁명, 소웨토항쟁 같은 것들도 있다.  

추천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이 거의 완벽하게 민중의 입장에서 쓰여졌다는 점 때문이다. 웬만한 방송, 신문에서는 접할 수 없는.. 특히 교과서에서라면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아 볼 수 없는 민중들의 삶, 그들의 입장, 그리고 거기에 마르크스적 해석이 더해져서 마치 내가 이 사건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해 자꾸자꾸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아, 그리고 무지 무지 이해하기 쉽게 쓰여졌다는 것!! 

예를들어, 파리코뮌을 분쇄하기 위해 프로이센 정부와 프랑스군이 연합한 것을 일컬어, "노동자 계급의 반란 앞에 부르주아들의 이해는 일치했던 것이다"라고 해석하는 것. 또 레닌이 1917년 2월 혁명 이후 러시아 민중들의 의식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던 것에 대해 "대중의 혁명적 기운이 불출될 때 혁명가는 그 잠재력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라고 평가하는 것. 

아니면 동학농민운동 부분 말미를 다음과 같이 장식하는 것.

" 무엇이 그 농민군을 들판의 이름 없는 백골로 묻힐지 모르는 길을 떠나게 한 것일까? 봉건 사회의 컴컴한 먹구름 아래 평생을 살아온 그들은 갑오년에 그 구름이 잠시 걷혔을 때 비로소 찬란한 푸른 하늘을 보았다. 푸른 하늘을 한 번 가슴에 품은 사람은 더 이상 암흑 속의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푸른 하늘에 대한 기억은 역사의 올바른 길을 찾아가게 하는 힘이다. 우리 근현대사에 아로 새겨진 민중의 투쟁에는 분명히 동학 농민 혁명의 집단적 기억이 면면히 흐르고 있을 것이다."

저자가 궁금해져서 앞장 약력이 있는 부분을 펼쳐보니, 아니나 다를까, 사회당에서 일했고 대변인도 맡았던 사람이다. 

가장 흥미있었던 부분은 '중세 유럽의 반란'이다. 흔히 '암흑의 시대' 혹은 '신 중심의 시대'라고 해서 정체되어 있거나, 신에 종속되어 있던 시대라 인간 역사에 있어 어떤 발전도 없었던 것 처럼 느껴지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훤씬 더 변화무쌍하고 스팩타클한 시대였던 것 같다. 농업 기술의 혁신적 발전, 도시의 발달, 대학 설립 등..  당연한 얘기지만, 과연 중세 없이 근대가 있을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특히 중세의 위기로 인해 일어난 자크리의 난, 치옴피의 난, 와트 타일러의 난은 중세를 넘어 근대로 가는 다리 역할을 했다. 

"이전의 중세 반란이 대부분 억압에 대해 즉자적인 저항을 한 것에 비해 와트 타일러의 난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농노 해방과 토지 재분배를 전면에 내거는 등 사회 전반에 대한 강령까지 제시했다."

 
기억하고 싶은 몇 가지.

1) 밀레토스 원형극장


이오니아 지방의 고대 도시 유적. 터키의 유명한 관광 명소.
밀레토스를 시작으로 하여 이오니아 지방에서 일어난 반란으로
페르시아 전쟁이 벌어지게 됨. 페르시아 전쟁 이후 밀레토스의 모든 성인 남자들은 처형되었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팔렸으며, 미소년들은 거세되어 환관이 되었다고 한다. 

2) 토마스 뮌처가 그려진 구동독 지폐


뮌처는 루터의 열렬한 지지자였으나 루터처럼 단순히 종교 내부의 혁신에 그치치 않고 재산을 모든 사람이 공동 소유하는 사회 건설을 꿈꿨다. 뮌처가 봉건 체제를 근복적으로 타도하려 한 혁명가였기 때문에 사회주의 국가의 지폐에 그려진 것이다. 

3) 투생 루베르튀르
아이티의 독립운동가. 아이티는 세계 최초로 흑인들이 자신의 힘으로 노예해방을 쟁취한 뒤 세운 독립공화국이다. 프랑스혁명 수업하면서 혁명주도세력이 식민지에서는 얼마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줬는지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 

4) 인디언 전쟁
"문명이란 무엇인가? 문명의 표시는 고상한 종교와 철학, 독창적인 예술, 마음을 흔드는 음악, 풍부한 이야기와 전설이다. 우리는 이것을 소유했다. 따라서 우리는 야만인이 아니라 문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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