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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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코엘료의 "11분" 리뷰와 똑같은 제목을 달았다. 

1. 아, 말이 많다

일단 겉장을 넘기면, 저자 약력 밑에 이런 말이 나온다.

"'화장법(cosmetique)'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미용이라는 의미와 장을 벗어나,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의미의 보편적 질서, 즉 코스모스(cosmos)를 환기함과 동시에 그 다의적 차원에서 일종의 '가면(masque)' 즉 위장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적'은 누구일까?"

벌써 시작이 안좋다. 이런 식의 사족을 나는 싫어한다. 이야기는 그 이야기 세계 안에서 모든 것이 이야기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1분"리뷰에서 썼던 상황이 이 소설에서 일어나고 있다. 앞에는 이런 말이, 뒤에는 역자 후기와 인터뷰가 실려있다. 이런 상황이 드물지 않지만, 참 '말이 많다'고 느껴진다. 이야기는 스스로 말하는 것으로 족하다. 거기서 들리지 않았다면 그만이다. 옆에서 그건 사실 이런 내용이라는 식의 친절한 설명은 사양한다. 뭐, 어쨌든 작가 자신이 쓴 게 아니니 작가의 책임은 아니다만.

 

2. 이야기 중에 작가가 얼굴을 들이미는 것.

이야기 속에서 화자가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작가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뭐랄까, 인형극에서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이 몸을 드러내고는, 인형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격이다.

예를 들자면, 53~54쪽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실제로 그녀가 갈색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가졌다고 얘기한다면, 아마도 당신은 필요 이상으로 넘겨짚을 것입니다. 도대체 그 어떤 색깔도 허용되지 않는 소설 속인데도, 마치 그렇게 하면 뭐가 달라지는 것처럼, 여주인공을 세세하게 묘사해야 한다는 것보다 더 짜증나는 일이 있을가요?"

의도는 알겠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청바지에 긴 생머리 아가씨'같은 표현이 불러일으킬 그 무엇. 사람의 얼굴의 아름다움을 글로 묘사한다는 게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그걸 묘사해야할 대목이 나와서 짜증이 나는 심정도 이해가 갈만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그대로 써놓으면 어쩌자는 것일까.

 

3. 아, 말이 많다(2)

직접인용이 참 많다. 파스칼, 노신, 스피노자 등등. 인용하면 안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너무 많다. 그리고 전혀 가공되질 않았다. 원재료를 이야기 속으로 녹여내지 못했다.

파스칼을 인용하고 싶으면 파스칼의 사상을 대변하고 실행하는 인물을 등장시키든지(예컨대,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같은 작품을 보라), 아니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문학적으로 가공된 상태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내 등장인물이 직접 인용하는 하는 건 좀 아니라고 본다. 재료들이 제각기 따로 노는 음식이랄까.

직접인용하는 것도 모자란지 주인공 이름에 대한 설명까지 제공한다. 텍스토르란 이런 뜻이다 하는. 그러지 좀 말자. 좀.

 

4. 그래도 별 두개를 준 이유는.

코엘료의 "11분"에  별 한 개를 줬었다. 이 책이 그보다 나은 점은, 그나마 전체적으로 프로이트 이래의 정신분석학적 구도를 소설의 구도와 내용에 '인용'하면서도 관련된 사람이나 책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마저 했으면 정말 책을 던져버리고 싶어졌을 것이다.

 

하여튼 나에게 이 책은 원재료와 양념이 잘 버무려지지 않은 음식 같았다. 너무 빤하게 인용하는 구도랄까. 단지 직접인용만 말하는 게 아니라, 방금 언급한대로 전체 구도와 주제의식까지 '인용'이다.

 

P.S. 슬라보예 지젝 같은 사람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 지 궁금하다. 사실, 뭐 그리 궁금하진 않다. 빤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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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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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끊임없이 솟아나는 기발한 이야기들,

읽는 내내 '즐거움'을 주는 문학의 세계,

꿈을 그리면서도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힘..

....과 같은 표현에서 가장 동떨어져 있는 작가, 코엘료.

위의 표현에 걸맞는 작가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미하엘 엔데이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도 좋다. 코엘료는 <11분>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시작하고 끝맺고 있으니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2.

<모모>의 즐거운 이야기꾼 ‘기기’와 최고로 잘 들어줄 줄 아는 ‘모모’가 함께 있으면 언제나 즐겁다. 이야기 꽃이 핀다. 한편, ‘모모’가 ‘말하는 인형’과 노는 상황을 보자.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모모가 혼자서 말하고 대답하며 놀 수 있는데 이 인형은 자꾸 쓸데 없는 소리를 반복 하면서 이야기의 진행을 방해한다.

 

3.

<11분>의 본문은 세 가지 틀로 구성된다. 마리아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꾼의 진행, 인물간의 대화, 그리고 마리아의 일기이다.

그리고 그 본문 앞에는 헌사와 더불어 작가가 ‘저를 사로잡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의무’와 ‘작가가 자신에게 얼마나 정직하게 글을 쓰느냐 하는 문제’를 언급하였다.

본문 뒤에는 따로 작가노트가 있다. 여기엔 소설의 탄생과정과 더불어, 친절하게도 이게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를 적어놓았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그 내용을 매우 명확하게 강조해 주는 인용문들이 끼어 있다. 이런 구성과 친절한 배려는 이전에 본 적이 없다.

, 그리고, 본문 중에는 작가가 전에 쓴 소설(<연금술사>)의 의미도 단 두 줄로 요약해서 제공한다. 그 책을 먼저 읽은 게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읽을 필요가 없었을 테니.

 

4.

사건은 서술자의 진행과 대화로 진행된다. 가끔씩 서술자가 말하다가 갑자기 “나는”이라는 마리아의 시점이 끼어드는 신선한 모습도 눈에 띈다. 어쨌든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은 대충 알 수가 있다. 다만, 서술자는 각 에피소드의 중간중간에 사랑이란, 인간이란 어떤 것인지 등등에 대한 교훈을 누차 강조한다. 가끔은 ‘생각해볼 문제’도 던져준다. 비슷한 내용이 여러 곳에서 마리아의 일기 속에 반복된다.

 

 

 

5.

 

영화관에서 매5분마다 화면이 중단되고 감독의 의도를 잘 아는 평론가가 나와서 해설을 해준다. 그리고 다른 한 편에서는 배우가 똑같은 내용을 독백하고 있다. 

어쨌든, 감독을 직접 인터뷰하는 건 문학이 아니니까, 이야기로 전달해야 하는 까닭에 일기형식이 더 필요한 게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영화관이 생긴다면 얼마 안가서 파산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뛰어난 마케팅 전략 덕분인지, 자극적인 제목과 포스터 덕분인지 실제로는 어느 정도 흥행이 되고 있다! 게다가 잡지들은 칭찬일색의  서평을 내고 있단다.

 

 

6.

 

이야기는 남의 짐이나 실어주는 용달차가 아니다.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이다. 작가가 특별히 전할 말이 있어도, 작가는 설교문이 아닌 문학작품, 즉 이야기 세계로 말해야 한다. 작품의 앞뒤와 본문 곳곳에서 직설법으로 작품의 탄생배경부터 그 메시지까지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은 무개념의 극치이다. 영화 시작 전후에 감독이 자신의 문제의식과 의도를 늘어놓는다고 생각해보라.

<11>분이 독자를 또 다른 세계로 데려가는 데에 실패하는 이유는, 모모가 대화, 즉 이야기를 통해 상상의 놀이세계로 떠나는 것을 번번히 방해한 ‘말하는 인형’이 하는 짓과 비슷하다. 반복적으로, 직설법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하기.

 

 

7.

 

<11분>을 억지로 다 읽은 것은 그래야 비평할 자격이 생긴다고 생각해서 이다.  그 내용과 메시지에 대한 평가로도 리뷰할 수 있지만, 나를 더 화나게 한 것은  <11분>이 '이야기'를 모욕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지겨운 잔소리 주제에 이야기인 척 하고 있단 말이다. 모모처럼 짜증이 난다. 이런 것과는 대화를 할 여지도 없고, 이야기에 빠져보려한 노력들도 헛수고로 끝나버린다.

 

 

8. P.S.

<연금술사> 리뷰에서 나는 그 책이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중동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중동에는 머물러 봤지만 창녀의 생활은 전혀 모르니 이번엔 확실치 않지만, <11분>도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느낌보다는 공상과 허황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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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콘서트 1 - 노자의 <도덕경>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까지 위대한 사상가 1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대향연 철학 콘서트 1
황광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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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스럽다.        이런 책이 잘 팔린다는 것은.

또한 한심하기도 하다. 이런 책이 인문학 1위란 사실이. 

다른 좋은 책이 많은데... 인문학에서도 역시 판매량은 마케팅에 좌우되는 건가.

"~콘서트"라는 다른 책의 흥행에 기댄 책.  알라딘에선 다른 책도 끼워준다.  철학책이 이런 짓이나 하다니 부끄럽다.

 

------------개론서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먼저 이 책을 비판하고, 개론서의 요건을 제시한 다음, 좋은 책을 추천하겠다.

 

1. 개론서만큼 어려운 게 없다.

해당 분야의 '초고수'가 집필하고 강의해야 하는 것이 개론이다.  그 내용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한 사람이 핵심만 알기 쉽게 설명해야, 일반인이 듣기 쉽고 분량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개론서가 탄생하는 것이다.

하물며 이 책은 전공자가 쓴 책이 아니다.  나도 고등학교때는 비전공자가 쓴 "철학과 굴뚝 청소부"나 "함께 가보는 철학사 여행"(내 기억엔 이책 저자도 비전공자였던 거 같다) 등을 읽었었다. 입문서로 괜찮은 책들이지만, 지금은 더 좋은 책들을 알고 있다. 하물며, 이 콘서트 어쩌구 하는 책은 이 두 책보다도 한참이나 떨어진다.

요즘 좀 잘 나간다는 대중 철학서(개론서란 말조차 아깝다)들은 눈높이를 낮춘다는 미명하게 내용의 질도 매우 낮은 상태로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진열된다. 다방면의 내용을 아우르기에 한참 부족한 사람이 쓴 글은 쉽게 쓸 지언정 핵심을 전혀 짚어내질 못한다. 따라서 그 해악이란 매우 심각하다. 많은 이들에게 철학의 첫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책들인데도 말이다. 이 책의 저자가 단지 비전공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시하는 것처럼 들린다면, 내용을 살펴보면 될 일이다.

알라딘 리뷰 중에, "덕분에 소크라테스를 완전 이해했다"는 말도 있었다. 어이없는 노릇이다. 쉽게 알게 해줘서 고맙고 추천한다는 평도 많았다. 나로선 화가 난다. 알기 쉬운 건 좋은데, 그 내용이 맞아야 할 거 아닌가.

이 책은 미안하지만 기본적인 것조차 틀리다. 예컨대,  소크라테스 들어가는 쪽에는 산파술이란  "'당신의 생각은 옳지 않은데요' 하고 상대 논리의 약점을 집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난 그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산파술은 그렇게 대놓고 너 틀렸어 하는 것과는, 어찌보면 정반대의 기법이다. 그 사람의 논리를 그대로 밀고 나가서 모순을 이끌어 냄으로써 스스로 틀렸음을 알게 하는 것, 즉, 직접 지적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애기(옳은 결론)를 낳도록 유도하는 게 산파술이기 때문이다. 이는 참에 이르게 하는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변증법이다.

또하나, '압도적인 표차로' 그가 사형 판결을 받았다고 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36a(박종현 판)를 직접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저로서는 이처럼 근소하게 차이가 나지는 않고, 크게 차이가 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서른 표만옮겨갔던들, 저는 무죄 방면이 되었을 것..."(표결은 280:220이었다) 과연 저자는 이 책을 읽기는 한 건가?

그래도 중요한 건 최소한 맞아야 할 거 아닌가. 뭐, 소크라테스는 만날 때마다 옳은 얘기만 해서 압박을 했기 때문에 싫고 불편한 사람이어서, 없어져 줬으면 하는 악마적 충동이 어쩌구 저쩌구- _- 소크라테스가 죽은 진짜(?) 이유를 탐구한 책을 하나 소개한다. "소크라테스의 비밀(원제 :The Trial of Socrates)" 꼭 이 책이 맞다기 보다는 철학 콘서트가 말하는 바보같은 얘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무엇보다 안좋은 것은 원전에서 만나는 소크라테스와 이 책이 그리는 소크라테스가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 이는 이 책이 이 책을 통해 철학자들을 처음 접하게 될 사람들에게 끼치는 최대의 악영향이다. 첫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논평은 이만하겠다. 일일이 짚어내자면 끝도 없다. 다른 인물들도 다룰 수 있겠으나 똑같이 그저 안습할 뿐이다. 소크라테스를 논한 것은 그가 여기서 첫번째로 소개되는 인물이고, 서구에서는 가장 철학자 다운 철학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고,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이 인물을 왜곡시킨 이책에 화가 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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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론서의 요건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다 안읽으면 소용없다.

-저자가 내공이 출중해야 하고, 보는 사람의 내공을 기를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

  (즉, 단지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스스로 생각하도록 자극해야 한다. 철학사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철학이라는 행위에 들어서도록 해주어야 입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꺼우면 안된다. 일단 두꺼우면 중간에 다들 나가 떨어진다. (리뷰에서 어떤 이가 윌듀란트 책을 언급했는데, 그거 두껍다;; 또한 대부분의 철학사들은 두껍다)

**철학사에 대하여 : 서양 고대의 예를 들자면, 힐쉬베르거의 철학사가 많이 추천받지만, 이건 초보자가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사전처럼 두고두고 참고할 책에 더 가깝다. 아무리 쉽게 쓴다 해도, 이를테면 러셀의 서양철학사라 해도, 그렇게 두꺼우면 다 읽기가 결코 쉽지 않다. 철학서를 통한 입문은 비추이다. 꼭 읽고 시작하고 싶다면 비교적 얇은 책으로 시작하시길. 그나마;; 렘브레히트 스털링 것이 얇은 편이다.

* 나는 개론을 위해 꼭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나열한 책을 봐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를 테면, 철학 콘서트 읽을 시간에, 그냥 "소크라테스의 변론"(얇고 재미있다)을 보는 게 100000배는 낫다. 자세한 얘기는 내가 "소크라테스의 변론"리뷰에 써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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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책추천

광고라고 생각하든 말든 상관없다. 난 다 사서 봤다. .... 아 졸려오기 시작한다;; 일단 몇개만 적겠다.

고등학생(대학생포함) :

    -양운덕, 피노키오의 철학 시리즈.   이거 시리즈로 개론은 충분하다. 나는 이분에게 수업을 몇 번 들었는데, 모든 레포트를 꼼꼼히 빨간펜 해주실 정도로 학생을 잘 지도해 주신다. 물론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시다. 당연한 얘기지만, 재미있다.

    - 흔히 읽히는 "소피의 세계"의 경우, 나쁘진 않다... 마는 그리 권하고 싶진 않다. 같은 저자의 "카드의 비밀"(소설)이 내게는 더 좋았다. 철학사나 철학자 얘기 전혀 안나오지만, 서양철학의 시초에 대한 책이므로 입문서로 적합하다.

 

대학생(저학년) : 

동경대 교수들이 동경대 인문계열 신입생들 보라고 만든 "지의 논리", "지의 윤리", "지의 기법", "지의 현장" 시리즈. 그 중에 특히 지의 논리와 윤리는 필독. 딱히 철학 개론은 아니지만, 인문학 기본 다지기엔 그만이다.

철학사를 고등학생처럼 좀 정리하고 싶으면, 앞서 언급한 "철학과 굴뚝 청소부"나 "함께 가보는 철학사 여행" 괜찮다. 요즘엔 특정 주제의 강의록도 많이 나오는 데 읽을 만한 거 좀 있다.

철학사전의 중요성 :

어설픈 개론서를 살 바에는 뭐가 되었든 '철학사전'을 구비하는 것이 훨씬 낫다. '이성', '진리', '변증법' 등의 정의가 뭔지 궁금할 때마다 펴보면 좋다. 물론 철학자마다 용어가 제각각이고 의미도 다르지만 그걸 한 번 훑어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한글로 된 좋은 철학사전이.......뭐가 있나;; 그래도 없는 거 보단 낫다!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루틀리지 철학사전(영문임)을 참고하면 좋다. 용어 하나에 대한 설명 자체가 하나의 논문급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세계로 살짝이라도 들어가고 싶다면, 아무 거나 아무리 얇아도, 심지어 발췌본이라 해도, 원전을 읽어라. 스스로 들어가서 씹어먹지 않고 되는 건 없다. 날로 먹으려 하면 그만큼 얻는 것은 적다. 그런 점에서 얇고 해설도 붙어 있는 책세상 문고 고전 시리즈를 추천한다. 개중에 비전문가가 번역한 어이없는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다. 

 

사족.   

근데,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원전들 중에 제.대.로. 번역된 게 아직 많지 않다는 거~

(다행히도 서양 고대 쪽은 박종현 교수님의 노력으로 양질의 번역본을 가지게 되었다. 문학쪽에는 천병희 교수님이 계시다. 하여튼 여러 이유로 나는 서양 고대철학분야로 입문하는 걸 권한다.)

특히 동양쪽이 번역 사정이 좀 더 안좋다. 유학이 아닌 경우 더 그렇다. 이 책 저자가 좋아하는 "노자"(일명 "도덕경")는 아직 제대로 된 한글 번역이 없다! (특히나 대중적으로 좀 잘 팔린 이경숙의 도덕경은 쓰X기에 불과하다) 

 

참고나마 되셨길 바랍니다(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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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비니 2006-08-1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의 정확성을 떠나, 참고가 되기보단 어설픈 전공자의 푸념으로 보이는 건, 우선 문장자체가 철학공부한 면모가 전혀 없이 조잡할뿐더러,(ex 안습, xx 등등) 이성의 산물이 철학일진데, 단점을 차분하게 제시해주면 될일이지 전공자임을(철학전공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는 차치하고라도, 한국의 대학학부수준에서 전공을 따지는 것도 웃음을 자아내는데, 더구나 전공이 아닌 진리를 따져야할 철학에서! ) 은근히 과시하면서 감정의 푸닥거리를 하는것은 전혀 전공자 답지 않은 '철학질'로 보이기 때문이다. 진짜 철학도라면 글하나,하나에 충실해야 할것이로다!

smiling-on-u 2006-08-21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견감사합니다. 블루비니님의 의견은, 제 글에 대한 비판으로 보기엔 아무 "내용"이 없어보입니다. 그저 '이 글에서 사용한' 제 말투가 맘에 안든다는 것뿐이지요. 저의 전공을 과시?한 것이 아니라, 개론서는 전문가가 써야하고, 그렇지 않은 이 책의 경우 어떤 내용이 잘못되었다 지적한 것뿐이지요. 제 논평 내용에 대한 반론이 있으시다면 논의대상이 되겠습니다만.
저는 좋은 책들이 덜 나가고 이런 수준미달의 책들이 잘 팔리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2006-09-01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miling-on-u 2006-09-04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한 번 같은 말씀을 드려야 하겠군요.
제 비평이 '남을 밀어내려는 알량한 인격의 소유자'의 푸념인 이유가 무엇인지,
이 책이 '더 진솔한 철학'인 측면은 무엇인지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으시군요.
저는 이 책이 '수준미달'인 이유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아, 댓글을 서재주인에게만 보이게 해놓으셨군요;)

철이2 2006-09-2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목조목 잘 적어주셨네요. ^^
논리정연하게 많은 시간에 걸쳐서 적으신 내용인데 블루비니님은 너무 비판적으로 덧글을 쓰신 것 같습니다.
10인의 철학자의 생각들을 하루이틀에 쉽게 얻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보기엔 분명 불편한 글이지만.. 좀 더 진지한 책읽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겐 아주 유용한 정보라고 생각됩니다. 추천해주신 책들 찾아봐야겠습니다. ^^;
책 저자는 괴롭겠지만, 이런 문제제기들이 이어져야 철학책의 질이 높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ㅎㅎ

비로그인 2007-04-01 0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리뷰를 써주는 분들이 있어야 한다...감사합니다..
 
지의 논리 - 동경대학 지 시리즈 2 도쿄대학 知시리즈 4
고바야시 야스오 외 엮음, 유진우 외 옮김 / 경당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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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지는 오래되었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것 같다 -_-)a

학부생들 세미나할 책 찾아보다 생각나서 봤는데 서평이 하나도 없길래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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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동경대 인문계열 1학년 교양수업용으로 기획된 책이다. 여러 교수님들이 강의식으로 쓴 책인대 각 주제가 예를 통해 알기 쉽게 제시되고 있다. 정말 책 제목답게 잘 만들었다. 그러나 일본스럽다.  당연한 것이, 일본 대학생들을 위해 쓴 책이니까. 우리 것의 필요를 느낀다.

(고대의 경우, 내가 졸업할 때 즈음-_-부터 바뀌어서 교양과목을 교수님들이 강의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지의 기법"에 해당하는 논문작성법 책은 있다. 그러고 보니 각 주제에 관련된 교양과목들이 개설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기획된 책이 있어야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누구보다 일선에서 가르치시는 분들이 많이 느끼실 텐데 말이다.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는 교양과목을 맡아도 주로 자신이 전공한 분야로 커리큘럼이 쏠리게 마련인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이 책이 들어가 있는 마이 리스트를 보니깐 논술 관련이 많은 거 같은데, 맞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 나온 예와 논리를 하나씩만 써먹어도 아주 수준높은 논술문을 쓸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이 아주 높은 건 아니지만, 나이를 먹어도 도무지 이런 내용을 체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리 쉬운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쉽게 제시되고 있지만, 매우 중요하고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주제들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특히 사고의 다양성, 다성음악의 풍부함을 보여주려 한다. 그 점이 좋다. 더블바인드, 모노 가타리 같은 장들이 특히 재미 있었다. 인문학, 특히 철학 입문용으로도 좋다.

하여튼 강력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시리즈가 다 좋지만, 특히 "지의 논리"와 "지의 윤리"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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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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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치 얼어버린 꽃잎처럼 말이다.

시간의 꽃을 보진 못했지만, 그렇게 가슴으로 느끼는 시간 속에서 진정 살아 있음을 느낀 순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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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엔데의 기발한 상상의 세계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러하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 속에서  "바쁜 현대인들에게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 정도의 서평과 독후감들을 보면, 뭐랄까, 묘한 아이러니를 느낀다.

베스트셀러란 게, 책 내용이야 어쨌든, 유행처럼 일단 많이 팔리고 지나가면 된 거 아닌가. 스테디 셀러로 남아주면 더 좋고 아님 말고. 

한 번 일깨워주고 나서 지나가버리면 그만이다. 모모가 돌아왔을때 다시 만났던 어른들, 아이들을 기억하는가? 그들은 모모와의 시간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렇게 살아갈 뿐이었다. 모모가 얼어있는 시간의 꽃의 방을 열지 않았더라면? 

이야기는 우리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 주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는 '현실' 속에 서 있다.

잠시의 여운을 안고 다시 똑같은 삶을 살아간다......는 게 대다수 아닐가. 실제로 다른 누군가가 모든 사람의 시간을 찾아주는 일은 기대하기 어려울 테니까.    

 

모모의 반대편에는 회색신사 출판사 책들이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시가 연기를 멋지게 내뿜으면서, "성공하고 싶은가?" 묻는다.

그 중에 우선순위에 따른 시간관리는 핵심에 해당된다.

 

선택은 모모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다.

거지 차림을 한 왕자로 살 것인가, 왕자옷을 입은 거지로 살 것인가.

"기기는 기기일 뿐이야"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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