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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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의 시편은 어느 시가 소개될까...했었다.
  

내 가지고 있는 그이의 시집 고작 한 권인데도
그렇게 몇 번을 펴들었을 것인데도
同詩集에 있던 시를
낮선 시라 생각했던걸 보면...


.........

 

견디며 사는 일
견뎌내는 일....
무얼 더 견딜까....


이 밤, 잠들지 못하는 이
어딘가에 또 있을까..


춥다.... 왜 이렇게 춥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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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그에게 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김기림, 바다와 나비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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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삼월의 바다, 어린 나비, 저물녘 초생달........

 

 

1908 ....

1939 ....

 

 

서른의 肖像...

어느 계절엔가, 시인의 感性이 하얗게 밤을 지새웠을
푸른 달빛 아래, 시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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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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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 없이 어찌 봄이 오고,
상처 없이 어찌 깊은 사랑이 움트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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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당신 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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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부엉이 우는 소리 산 가득 하더니
아침에는 딱따구리가 요란하게 나무 둥치를 쪼아댑니다.
숲의 새들이 점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엊그제는 지리산에 사는 후배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섬진강 하류를 따라 곡성 쪽으로 내려가다가 첫매화를 보고는
생각이 나서 소식을 전한다고 했습니다.

편지와 함께 보낸 사진에는 열일곱 시골 소녀처럼
보얀 매화꽃이 다소곳하게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직 피지 않은 채 맺혀 있는 꽃봉오리들은 아기를 가진
여자의 젖꼭지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배의 편지에 의하면 이 매화나무는
큰 상처를 입은 나무라는 것입니다. 

굵은 가지가 여러 군데나 잘려나간 채 덜덜 떨며
겨울을 보낸 나무라 했습니다.

상처받은 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일찍 꽃을 피웠다는 것입니다.
후배의 편지는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상처 없이 어찌 봄이 오고, 상처 없이
어찌 깊은 사랑이 움트겠는지요.
태풍에 크게 꺾인 경상도 벚나무들이
때 아닌 가을에 우르르 꽃을 피우더니
섬진강 매화나무들도 중상을 입은 나무들이
한 열흘씩 먼저 꽃을 피웁니다.

전쟁의 폐허 뒤에 집집마다 힘닿는 데까지 아이들을 낳던 때처럼
그렇게 매화는 피어나고 있습니다.

처음인 저 꽃이 아프게 아름답고 상처가 되었던
세상의 모든 첫사랑이 애틋하게 그리운 아침,
꽃 한 송이 처절하게 피는 걸 바라봅니다....
문득 꽃 보러 오시길 바랍니다.”

저는  “상처 없이 어찌 봄이 오고,
상처 없이 어찌 깊은 사랑이 움트겠는지요.” 하는 대목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 산줄기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꽃 한 송이도 상처를 딛고 피고, 상처 속에 핀 꽃들로 하여
봄이 오는 지리산을 생각했습니다.

설해를 입은 우리 집 마당가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솔방울을 매달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사람도 쇠약해질 때 사랑의 욕구를 더 강하게 느낀다고 하는데
무릇 생명을 가진 것들의 생존 본능이
그렇게 몸에 작용을 하는 거겠지요.
그러나 이 매화꽃에는 본능을 넘어서는 깊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저는 답장을 쓰며 후배에게 편지를 옮겨
한 편의 시로 만들고 싶은데 허락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상처 입은 나무에서 첫매화 피는 걸 바라보며 보낸
편지 한 구절 한 구절이 저에게는 시처럼 다가왔습니다.

 

- 도종환의 산방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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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첫매화 피었습니다
곡성에서 하류로 내려가다가 매화꽃 보고는 문득 형님 생각나서 사진에 담아 보냅니다.

이 매화는 상처많은 나무였습니다.

상처없이 어찌 봄이 오고,
상처없이 어찌 깊은 사랑이 움트겠는지요.

태풍에 크게 꺾인 벚나무가 가을에도 우르르 꽃 피우더니 섬진강 매화나무도 상심한 나무들이 한 열흘씩 먼저 꽃을 피웁니다
전쟁뒤 폐허의 허망에 덮인 집집마다 힘닿는 데까지 아이를 낳던 때처럼 그렇게 매화는 피어나고 있습니다.

첫 꽃인 저 매화 아프게 아름답고, 상처가 되었던 세상의 모든 첫사랑이 애틋하게 그리운 아침 꽃 한송이 처절하게 피는걸 바라봅니다
문득 꽃 보러 오시길 바랍니다.

지리산 문수골에서 원규가.

 

- 첫매화,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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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돌려 바라본 창엔, 어느새 가득.

눈이 내린다..

2008. 3. 2. 9 :15 am

눈이 와요.. 이곳은....

 

 

 

 

 

 

 

 

 

 

 

 

 

 

 

 

 

 

 


 


 누군가가 그랬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등에 업고 가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라고,
팔이 저려오고 허리가 아파도 내려놓지 않고
그 사람의 모든것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가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라고,
가끔씩은 내려서 손을 붙잡고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아주 작은 부분일뿐 그 외에 시간은
끝없는 인내와 이해들을 필요로
하는게 사랑이라고...
그리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이를 사랑할 때 힘이 드는건
그 사람이 업고 있는 사람의 무게
까지 감당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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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ve 2008-03-20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의 보름...
기억하기
그때까지 아프지 말기
기억해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