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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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의 시편은 어느 시가 소개될까...했었다.
내 가지고 있는 그이의 시집 고작 한 권인데도
그렇게 몇 번을 펴들었을 것인데도
同詩集에 있던 시를
낮선 시라 생각했던걸 보면...
.........
견디며 사는 일
견뎌내는 일....
무얼 더 견딜까....
이 밤, 잠들지 못하는 이
어딘가에 또 있을까..
춥다.... 왜 이렇게 춥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