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 -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사이쇼 히로시 지음, 최현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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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말할 것 같으면, 평생을 야행성 인간형의 대표주자처럼 살아온 사람이다. 아침 기상은 언제나 너무나 힘겨운 고문이었고, 새벽 2-3시면 찾아드는 '어쩐지 각성제 한알이라도 먹은 것 같은' 그 달콤한 느낌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대학교땐 1교시 강의는 절대 수강신청한 적 없었고, 직장을 구할 때도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직업을 택했다. 새벽에 일어나야만 하는 상황이 닥치면 책을 읽거나 PC 게임을 하며 아예 밤을 새워버리곤 했다.

'내가 이놈의 라이프 스타일 땜에 결국엔 성공을 못하지...' 이런 생각도 가끔은 했지만, 애초에 극성맞은 성공지향적인 인간형도 아니였다. 올빼미 생활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지하게 혐오한 적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결국 나의 2세란 놈이 지엄마를 따라 작은 올빼미가 되가는 꼴을 목격하기에 이르렀다.(아기들이란 결국 부모의 생활 싸이클을 따라가게 마련) 내가 그러구 지낼 땐 몰랐는데, 아들아이의 사는 꼴을 보니 이건 정말.... 성공이고 뭐시고를 떠나, 올빼미 생활은 도무지가 '건강과는 거리가 먼' 라이프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대낮에 일어나 남들 점심먹을 시간에 아침을 먹고 (그러다보면 하루 3끼를 제대로 챙기기가 어려워진다), 자고 있었다면 한창 성장호르몬이 분비될 시간에 엄마가 보는 심야뉴스를 함께보는 (눈은 또 얼마나 나빠지랴) 두돌박이라니..! 내가 아들에게 대물림할 게 없어서 이런 건강치 못한 라이프 스타일을 대물림하고 있나...정말 괴로왔다. 첨으로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혐오하기에 이른 것이다. '안되겠다.. 이젠 모드변환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들애의 성장기 동안만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자!'

바로 그 무렵, 절묘한 타이밍으로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얄팍한 책이라 단숨에 읽고난 소감은 한마디로 '훌륭한 자극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몇몇 분들의 리뷰를 보면 책에 별 내용이 없다고들 하시는데, 그건 책 한권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 한권 읽고 나면 도깨비 방망이라도 맞은 듯 뚝딱! '아침형 인간'으로 개조되는, 그런 책은 이 세상에 없다. 매일 새벽 5시에 이 책이 우리의 머리를 '탁' 때려서 자동으로 깨워주기 전엔 말이다.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성공을 못한다면, 그건 당사자의 의지 박약 문제이지 이 책이 부실해서는 아니다.

이 책은 실천에 도움이 되는 몇가지 유용한 방법들을 알려주는 걸로 최선의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그 방법들이란 것이 읽고나면 별거 아닌듯 간단한 듯 보여도, 사실 이 책을 읽기전에 그런 구체적인 내용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글쎄, 적어도 나는 잘 모르던 것들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요약된 리스트로만 읽는 건 그다지 큰 자극이 못된다. (아래 어떤 리뷰엔 리스트로 내용요약까지 되어 있던데.) 장황한 주절거림처럼 들릴지라도 그냥 꾹 참고 들어보자. 저자의 긴 잔소리를 들어야 아무래도 더 자극이 된다. 뭔가를 실천하려 할때는 주위의 잔소리가 약이 되는 법. 크나큰 진전은 안 보일지라도, 나는 그 잔소리들을 되새기며 나름대로 노력중이다.

참, 그리고, 야행성 생활에 별다른 회의를 느끼지 못하시는 분들. 그분들은 이 책을 읽으실 필요 없다. 나는 적어도 아들애의 성장기 동안은 아침형인간으로 바뀌기로 맘을 굳혔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행성 라이프 스타일을 무조건 하등하다고 몰아세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미 너무도 다양해져버린 우리네 생활. 야행성 인간이 더 행복한 경우도 너무도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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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 / 궁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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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대중적인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다. 읽는 이가 솔깃해 할만한 소재를 골라낼 줄도 알고, 딱딱할 법한 과학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낼 줄도 안다. 한창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신화'를 과학 이야기에 끌어들인 센스도 보통은 넘어선다. 덕분에 이 책 <생물학 까페>은 자주 드나드는 까페처럼 부담없고 재미있고 편하디 편하다.

사실, '신화에서 발견한 36가지 생물학 이야기'라는 거창한 부제를 달고는 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그리스 신화들은 뒤이어 이어지는 과학 이야기들에 달콤한 머릿글을 달아주는 정도의 역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므로, 신화와 과학의 뭔가 의미심장한 연관 관계을 기대하지는 마시길. (적어도 나는, 책을 읽기전 그런 기대를 가졌었다^^) 하지만, 신화들 덕분에 이 책은 한껏 예뻐졌다. <생물학 까페>는 감각있는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그런 까페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 까페의 커피 맛이 별로냐... 그건 물론 아니다. '생물학'하면 미토콘드리아니 큐티클 층이니 지겹던 용어들만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사실 얘네들이 무작정 지루한 애들은 아닌데 입시를 위해서 외워댄 통에 지겨운 애들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생물학에서도 아주 재미난 얘기만 끌어들였다. 무엇이 재미있냐...그야 역시 지렁이보다는 사람들과 관련된 얘기들이 재미있지 않은가. 신문에서 간간히 첨단 유전학이나 최신 의학 소식으로 맛만 보았던 뉴스들을 이 책에서는 그 앞 이야기, 뒷 이야기까지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흠... 우리 인류가 요즘 이렇게 많은 것들을 밝혀냈단 말인가!'하고 은근히 놀라며.

'내 인생은 생물학으로부터 전혀 도움받을 것이 없다!'고 장담하는 독자들도 하리하라의 까페에 한번 들려보시길. 이 까페의 블랜드 커피는 예상외로 맛이 좋고 당신의 건강증진에까지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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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키튼 1 - 사막의 카리만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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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마스터다. 키튼도 마스터, 우라사와 나오키도 마스터, 스토리작가 카츠시카 호쿠세이 역시 마스터. 우리는 만화책 한 권에서 영광스럽게도 세 명의 마스터를 만난다.

먼저, 키튼을 만나보자. 그는 역사를 알고, 자연을 알고, 사람을 아는 지혜로운 인물이다. 그리고, 자신의 지혜를 이용하여 놀라운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하는 탁월한 행동가이다. 어차피 유능한 인물을 좋아하는 가여운 우리들, 도무지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어설픈 헤어스타일과 조는 듯한 눈의 소유자이고, 아내로부터 이혼까지 당한 인간적 결함마저 안고 있으니 더더욱. 그는 매 에피소드마다 우리들의 가장 큰 형님이 되어 시련에 봉착한 스스로를 구하고, 등장 인물들을 구해내고, 결국엔 우리들의 지친 삶을 위안한다.

그리고, 우라사와 나오키. 우리는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그를 마스터로 인정한다. 그러나, 이 작품과 더불어 그는 마스터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 그의 훌륭한 데생 실력, 표정 묘사, 화면 연출은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다. 언젠가 방송용 “에니메이션 마스터 키튼”을 볼 기회가 있었다. 캐릭터의 그림체도 그대로 살아있고, 보기 좋은 때깔(컬러)까지 입혀져 있었건만 TV에서 보는 마스터 키튼은 만화책 속의 그 마스터 키튼이 아니었다. 동영상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정적인 공간 종이 위에서만 가능했던 우라사와 나오키의 화면 연출이 사라진 탓이었다. 단 한 컷에서 한 인물의 인생마저 담아낼 줄 아는 마스터의 손길이 거기 없었다.

특히, 애니메이션에선 이 만화의 백미인 '매 에피소드의 마지막 컷'을 살리지 못했다. (나는 마스터 키튼을 바로 그 마지막 장, 마지막 컷 때문에 보는지도 모르겠다. ) 마지막 컷들은 한결같이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와 그에 대한 너그러운 이해를 품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 컷을 보고 나면 어느새 느닷없는 한숨이 새어 나오고, 또 한동안 그렇게 생각에 잠기게 된다. 마지막 장을 보고 곧바로 다음 에피소드로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사람들. 나는 그들을 '돌심장'이라고 부르고 싶다.

끝으로 카츠시카 호쿠세이. 그 역시 마스터이다. 우라사와의 이전 작품들에서 볼 수 없었던 어떤 품격을 '마스터 키튼'에게 얹어준 건 바로 그의 공이다. 역사적 배경 뿐만 아니라, 최근의 시대적 상황까지 꽤뚫는 유럽 세계에 대한 그의 폭넓은 이해와 방대한 정보 수집 능력. 그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일 거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유럽에 대해 공부해서 정리만 해도 칭찬을 들을텐데, 그걸 재료로 멋진 이야기까지 빚어내는 그는 참 대단한 사람이다. 몇몇 에피소드 속에서 유럽인들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복합적인 민족적 감정을 묘사하는 걸 보면서 이 호쿠세이란 작가가 정말 유러피안이 아닐까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우리 나라 만화계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사람은 미대 출신의 만화가가 아니라, 바로 호쿠세이 같은 철저한 스토리 작가가 아닐까….

이 책을 스스로가 성인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은 대여용이 아니라 소장용이다. 마스터에게는 경의만을 표할 게 아니라 정당한 대가까지 지불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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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이성 친구 (작은책)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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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마냥 아름다운 책이라기 보다는 읽는 이의 마음을 뜨끔하게 만드는 책이다. 장 자끄 쌍떼는 순간의 의미를 포착하는데 남다른 재주를 지닌 작가인 것 같다. 글로 또한 그림으로... 이 책 속에서 그가 주로 포착하는 순간들은, 우리들이 타인 앞에서 재빠르게 '잔머리'를 굴리는 바로 그 순간들이다. 슬프게도 그 '잔머리 굴리기'의 대상이 되는 타인은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고... (가장 친한 친구, 혹은 제목처럼 속 깊은 이성친구)

사람들이 가장 소중한 사람 앞에서 잔머리를 굴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가 나를 보잘 것 없다고 여길까봐, 나에게 상처를 줄까봐, 혹은 나를 버릴까봐... 열심히 열심히 잔머리를 굴린다. 그렇다면, 잔머리를 굴린 결과물은? 그를 버리고 그를 상처입히는 것!! 사람들은 단 한명의 속 깊은 이성친구를 그토록 원하면서 그 스스로가 속 깊은 이성친구가 될 생각은 도통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슬픈 상황들을 다루건만 이 책은 아주 경쾌하고 위트있다. '타인에게 상처주며 나를 지키기'가 일상 속에서 아주 교묘하고 티 안나는게, 그러나 참으로 허다하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재미있게 지적하기 때문이다.

책 속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프랑스적인 사고방식과 도시적인 스타일이 우리 정서에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에피소드를 하나씩 읽다보면, 내 삶의 골목 귀퉁이에서 벌어지곤 했던 아주 흡사한 상황들을 떠울리며 마음 속이 뜨끔뜨끔해질 것이다. 그리고 결국엔 내가 상처입혔고 내게 상처주었던, '속 깊은 이성친구가 될 뻔 했던' 그 친구들의 얼굴을 한없는 그리움 속에 떠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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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의 머리카락 - 이토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1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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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토 준지의 만화 리뷰 중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읽으면서 무진장 웃긴 했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정신 건강에 정말 도움이 안 되는 책이다. 특히 어린 친구들이 보아서 도대체 좋을 게 없는 책이다. 몇몇 에피소드들은 상당히 병적인 상상을 근거로 삼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토 준지의 만화는 마약같다. 보고나서 불쾌한 기분이 들어 다시는 안봐야지 하다가도...결국엔 또 보는. 내 경우에는 그저 '공포'를 즐기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그의 기발한 상상력에 이끌려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사실, 이토 준지의 만화는 무섭기보다는 불쾌하고... 어떤 때는 웃기기까지 하다. 어떤 것에서 공포를 느끼냐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난 이토 준지의 만화보다는 강경옥씨의 <두사람이다>같은 만화가 더 무섭다.

이 책에 실린 만화 중에 [공포의 기구]나 [조상님]같은 에피소드는 그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조상님]의 상상은 상당히 엉뚱하다. 조상들의 두개골이 대대손손 계속 붙어서 이어진다니...나 참,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두개골은 어떻게 생겨먹은 두개골인지!

[공포의 기구]의 탐미적인 상상력 앞에서는 정말 무릎을 꿇었다. 특히 사람을 대롱대롱 매단 기구들이 벌이는 키스신. 이런 상상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그걸 보면서 '이건 예술이다' 싶었다. 요즘은 CG기술도 발달했는데, 이 에피소드로 누군가 무시무시한 영화 한편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역시 정신 건강에 안 좋은 만화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학대와 관련된 내용... 정신 건강에 도움받으려고 이토 준지의 만화를 보는 분들은 없겠지만. 그 놈의 '정신 건강'때문에 별을 넉넉하게 주지는 못한다. 윤리성 별 빵, 예술성 별 넷 등... 평균 별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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