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의 머리카락 - 이토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1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언젠가 이토 준지의 만화 리뷰 중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읽으면서 무진장 웃긴 했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정신 건강에 정말 도움이 안 되는 책이다. 특히 어린 친구들이 보아서 도대체 좋을 게 없는 책이다. 몇몇 에피소드들은 상당히 병적인 상상을 근거로 삼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토 준지의 만화는 마약같다. 보고나서 불쾌한 기분이 들어 다시는 안봐야지 하다가도...결국엔 또 보는. 내 경우에는 그저 '공포'를 즐기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그의 기발한 상상력에 이끌려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사실, 이토 준지의 만화는 무섭기보다는 불쾌하고... 어떤 때는 웃기기까지 하다. 어떤 것에서 공포를 느끼냐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난 이토 준지의 만화보다는 강경옥씨의 <두사람이다>같은 만화가 더 무섭다.

이 책에 실린 만화 중에 [공포의 기구]나 [조상님]같은 에피소드는 그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조상님]의 상상은 상당히 엉뚱하다. 조상들의 두개골이 대대손손 계속 붙어서 이어진다니...나 참,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두개골은 어떻게 생겨먹은 두개골인지!

[공포의 기구]의 탐미적인 상상력 앞에서는 정말 무릎을 꿇었다. 특히 사람을 대롱대롱 매단 기구들이 벌이는 키스신. 이런 상상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그걸 보면서 '이건 예술이다' 싶었다. 요즘은 CG기술도 발달했는데, 이 에피소드로 누군가 무시무시한 영화 한편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역시 정신 건강에 안 좋은 만화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학대와 관련된 내용... 정신 건강에 도움받으려고 이토 준지의 만화를 보는 분들은 없겠지만. 그 놈의 '정신 건강'때문에 별을 넉넉하게 주지는 못한다. 윤리성 별 빵, 예술성 별 넷 등... 평균 별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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