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깊은 이성 친구 (작은책)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마냥 아름다운 책이라기 보다는 읽는 이의 마음을 뜨끔하게 만드는 책이다. 장 자끄 쌍떼는 순간의 의미를 포착하는데 남다른 재주를 지닌 작가인 것 같다. 글로 또한 그림으로... 이 책 속에서 그가 주로 포착하는 순간들은, 우리들이 타인 앞에서 재빠르게 '잔머리'를 굴리는 바로 그 순간들이다. 슬프게도 그 '잔머리 굴리기'의 대상이 되는 타인은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고... (가장 친한 친구, 혹은 제목처럼 속 깊은 이성친구)

사람들이 가장 소중한 사람 앞에서 잔머리를 굴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가 나를 보잘 것 없다고 여길까봐, 나에게 상처를 줄까봐, 혹은 나를 버릴까봐... 열심히 열심히 잔머리를 굴린다. 그렇다면, 잔머리를 굴린 결과물은? 그를 버리고 그를 상처입히는 것!! 사람들은 단 한명의 속 깊은 이성친구를 그토록 원하면서 그 스스로가 속 깊은 이성친구가 될 생각은 도통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슬픈 상황들을 다루건만 이 책은 아주 경쾌하고 위트있다. '타인에게 상처주며 나를 지키기'가 일상 속에서 아주 교묘하고 티 안나는게, 그러나 참으로 허다하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재미있게 지적하기 때문이다.

책 속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프랑스적인 사고방식과 도시적인 스타일이 우리 정서에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에피소드를 하나씩 읽다보면, 내 삶의 골목 귀퉁이에서 벌어지곤 했던 아주 흡사한 상황들을 떠울리며 마음 속이 뜨끔뜨끔해질 것이다. 그리고 결국엔 내가 상처입혔고 내게 상처주었던, '속 깊은 이성친구가 될 뻔 했던' 그 친구들의 얼굴을 한없는 그리움 속에 떠올리게 될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