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대중적인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다. 읽는 이가 솔깃해 할만한 소재를 골라낼 줄도 알고, 딱딱할 법한 과학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낼 줄도 안다. 한창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신화'를 과학 이야기에 끌어들인 센스도 보통은 넘어선다. 덕분에 이 책 <생물학 까페>은 자주 드나드는 까페처럼 부담없고 재미있고 편하디 편하다.사실, '신화에서 발견한 36가지 생물학 이야기'라는 거창한 부제를 달고는 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그리스 신화들은 뒤이어 이어지는 과학 이야기들에 달콤한 머릿글을 달아주는 정도의 역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므로, 신화와 과학의 뭔가 의미심장한 연관 관계을 기대하지는 마시길. (적어도 나는, 책을 읽기전 그런 기대를 가졌었다^^) 하지만, 신화들 덕분에 이 책은 한껏 예뻐졌다. <생물학 까페>는 감각있는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그런 까페이기도 한 것이다.그렇다고 이 까페의 커피 맛이 별로냐... 그건 물론 아니다. '생물학'하면 미토콘드리아니 큐티클 층이니 지겹던 용어들만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사실 얘네들이 무작정 지루한 애들은 아닌데 입시를 위해서 외워댄 통에 지겨운 애들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생물학에서도 아주 재미난 얘기만 끌어들였다. 무엇이 재미있냐...그야 역시 지렁이보다는 사람들과 관련된 얘기들이 재미있지 않은가. 신문에서 간간히 첨단 유전학이나 최신 의학 소식으로 맛만 보았던 뉴스들을 이 책에서는 그 앞 이야기, 뒷 이야기까지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흠... 우리 인류가 요즘 이렇게 많은 것들을 밝혀냈단 말인가!'하고 은근히 놀라며.'내 인생은 생물학으로부터 전혀 도움받을 것이 없다!'고 장담하는 독자들도 하리하라의 까페에 한번 들려보시길. 이 까페의 블랜드 커피는 예상외로 맛이 좋고 당신의 건강증진에까지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