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니까 말이다. 꽃향기도 다 기억으로 맡는다. -고독-73쪽
서른이 넘은 이후, 언제나 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 기분이었다. 그들은 내가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나는 어디로 가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155쪽
생애는 많은 상처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리하여 스웨덴에서 자란 아이들이 모두 행복하지 않듯이 상처의 빛깔 같은 것은 돈의 액수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 지니고 있는 상처는 사람의 얼굴 모양새만큼 다르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지만, 나는 언제나 그에게 그런 태도를 취했다.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158쪽
영원은, 맹세하는 찰나에만 완성될 뿐이지..... 모든 존재는 저마다 슬픈 거야. 그 부피만큼의 눈물을 쏟아내고 나서 비로소 이 세상을 다시 보는 거라구. 너만 슬픈 게 아니라... 아무도 상대방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멈추게 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그것을 닦아 내 줄 수는 있어. 우리 생에서 필요한 것은 다만 그 눈물을 서로 닦아 줄 사람일 뿐이니까. 네가 나에게, 그리고 내가 너에게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해.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159쪽
기억은 머리로 하는 것이지만 추억은 가슴으로 하는 것이어서 내 가슴의 탑은 날마다 불을 환히 밝혔다.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173쪽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진실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176쪽
왜냐하면 모든 사랑은 사실 허망하므로 이 순간만이 전부라는 걸 나는 이제 알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예전의 나는 사랑을 믿지 않았지만 이제 나는 사랑하는 나 자신을 믿지 않는다. -조용한 나날-186쪽
너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그 여자에게는 나뿐이야, 라고 괴로움 때문에 해쓱해진 얼굴로 그는 말했다. 그녀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들을 가졌기 때문에 사랑으로부터 버림받았다. -조용한 나날-198쪽
가려는 길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한 여자에게서 실연을 당하기도 했지. 그때 슬펐지만, 더럽게 슬펐지만, 생각해 보면 그 슬픔에 압도당할 만큼 슬프지는 않았던 거 같애. 말하자면 내 속에 뭔가가 또 있었던 거야. 그게 뭔지 모르지만 뭐랄까, 어떤 여자, 희망 같은 거, 확신 같은 거, 역사를 생각하면 받는 위로 같은 거.... -모스끄바에는 아무도 없다-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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