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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의 아폴론 1
코다마 유키 글.그림,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안경 쓴 흑발 미남인 카오루는 아버지의 일 때문에 전학이 잦다. 만화의 배경은 그런 카오루가 큐슈로 전학 오면서 생기는 일. 익숙치 않은 큐슈 사투리, 속닥거리면서 흘끔거리는 시선, 들려오는 자신의 얘기에 카오루는 리츠코에게 학교 안내를 받다 말고 옥상으로 뛰쳐 올라간다(이 때 이미 카오루는 리츠코에게 반한 듯 싶어). 카오루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토하는 버릇이 있어서. 어쩔 줄 몰라 교실 바닥이나 복도에 토한 적도 있지만 그러다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장소를 발견했는데 그게 학교 옥상. 이번 학교에서도 속을 달래기 위해 옥상 앞으로 뛰어 올라가는데 문 앞에 이상한게 있다! 급한 마음에 물건을 덮고 있는 천을 확, 제꼈는데 거기에 있던게 바로 센타로! 이게 무슨 학원로맨스 남주랑 여주가 만나는 시츄에이션이요. 그 다음 장면을 보고 확신했다. 센타로는 카오루가 천사인 줄 알았거든. 그래서 손목까지 붙들었다고! 이거슨 훌륭한 로맨스물 오프닝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이후에 옥상 열쇠가 갖고 싶다는 카오루를 위해 3학년 선배 세 명과 싸우기까지 하는 센타로에 나는 정말 플래그가 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센타로가 요구한 것은 돈!
그리고 그 다음 날 둘은 교실에서 마주 치는데, 카오루는 센타로가 문제의 그 '카와부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상대할 수 없는 난폭한 싸움꾼! 그리고 카오루를 마주친 센타로는 직접 카오루의 뒤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하는데. 그 때의 반 분위기가 대박ㅋㅋㅋ 특히나 마음 약한 마루오가 카오루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카오루의 정보를 센타로에게 줄줄 읊는 장면에서 빵 터졌다. 귀엽다, 마루오.
그리고 카오루는 또 옥상에 올라갈만한 일이 생기게 되고 센타로에게서 열쇠를 낚아채 옥상으로 간다. 센타로는 재밌어 보여서 따라가고. 비 오는 옥상에 나란히 우산을 쓰고 서 있다 센타로와 팔자에도 없는 달리기까지 하고, 센타로 덕분에 홀딱 젖은 카오루는 리츠코에게 붙들려 양호실로 간다. 그리고 안경을 닦다 리츠코에게 '안경을 안 쓰니까 예쁜 얼굴'이라는 소릴 듣고 리츠코와 있을 때는 매번 안경을 벗는다. 훌륭한 개그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카오루. 그러다 센타로가 드럼을 치는 것을 알게 되고, 어쩌다가 리츠코네 집인 레코드 가게 지하에 재즈 연습실이 있는 것도 알게 되고, 센타로의 도발 덕분에 재즈 앨범을 사서 피아노곡을 연습한다. 턴테이블로 들으면서 몇 마디씩 악보를 베껴쓰고, 내려와서 연습하다가 아리송한 부분이 있으면 위층으로 올라와서 다시 곡을 듣고 내려가서 연습하고 하는 모습을 지금은 볼 수 없기에 그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세상이 편해진 건 좋지만, 그로 인해 보기 좋은 많은 것들을 볼 수 없게 된 게 아닌가 싶어 아쉽다. 물론 정말 그렇게 해야할 경우가 생기면... 짜증 날거야... 매우 많이...
카오루가 리츠코와 헤엄치면서 간질간질한 문장을 마음 속으로 생각한 것, 센타로가 스스럼 없이 카오루를 대하는 것, 카오루가 괜히 오기를 부려 노를 젓는 것부터 해서 바닷가 장면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다. 그리고 센타로의 마음을 앗아간 유리카까지 등장하고! 그나저나 카오루 말인데 그렇게 안 생겨서 성격이 예민해서 그런지 눈치가 갑이다. 특히 애정관계에 대한 게 그래보여. 자기가 리츠코를 좋아하고 있어서인가.
너무 예쁘고 반짝이는 고교생들 이야기.
+ 본편도 본편이지만 단편 '타네오'와 깨알같은 4컷 만화! 작가 후기 밑의 귀여운 삼총사 그림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있는 책: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