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머리를 쓰지 않는다.
최근 읽은 만화 중 중반부까지 너무나 강렬했던
<오메가 트라이브>는
시작부터 충격적이었다.
(결말으로 갈수록 이야기 수습 불가 ㅠㅠ
자료조사를 너무 열심히 했는지
기껏 설정해놓은 매력적인 세계관은 활용 못하고
정치인들 현실 묘사에 치중하면서 말아먹고 말았다. ㅠㅠ)
히키코모리 소년이 쓸모없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정글에서 살해를 당할 뻔했지만
오메가라는 존재를 만나 혼을 바치면서
새로운 종으로 나아간다는 설정의 내용.
새로운 종이 나타난다는 설정은
<제노사이드>를 떠올리게 했는데,
두 작품 모두 인류라는 종과 폭력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만드는 동시에
무척이나 재미도 넘쳐나기에 강추.
두 작품 모두 새로운 종이 등장하는데
신기하게도 그 종의 특징이 같다.
뇌가 미친듯이 빨리 돌아간다는 것.
<오메가 트라이브>에서는 클락 업이라고 표현하는데,
무아지경에 빠졌을때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상태를
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영화 <리미트리스>에도 그런 게 있었네,
그 영화도 무척이나 재미있었는데, 난 이런 작품들을 좋아하는건가.
그 설정에 매혹되었는지 꿈까지 꿀 정도였다.
뇌가 고속회전하는게 느껴져, 아아, 이렇게 짧은 시간 많은 책을 읽을 뿐더러
그 내용까지 다 기억이 나다니, 아아, 굉장하다
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 막상 깨어나니
바보가 앉아있었다. ㅠㅠ
이러다보니 나 자신의 뇌 가동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는데,
매일 익숙한 일만 해서 그런지
거의 제로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 아찔.
책 사는 것만 좋아하는건
지르는 데에는 뇌를 거의 쓰지 않기 때문이고,
그나마 책을 읽을 때 약간 사용하긴 할테지만
읽기만 하는건 참으로 편한 행위이다.
이렇게 뭔가 쓸 때 조금 더 뇌를 활용하는 것 같긴 하지만
아아, 역시 뇌를 쓰는 건 피곤한 일인지라
지금도 쓰지 않지만 보다 더 적극적으로 쓰지 않기를
늘 선택하고 만다.
점점 바보가 되어 가는 느낌이군, 흑흑
어차피 유전자는 남기지 않을 생각이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는 부족마저 일찍 멸종하게 생겼구나 싶어
꼭 읽은 책에 대해 한마디라도 쓰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심을 며칠 안가 잊어버린다는 게 이 부족의 한계입니다만 ㅠㅠ
오늘은 제목이 너무나도 긴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와
<십시일반>을 읽다.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 은
다 아는 그런저런 이야기구나 하면서 읽는데도
어쩐지 찡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갈매기를 돌보는 검은고양이 소르바스가
갈매기 아포르뚜바라에게 해주는 말이 그렇다.
"우리들은 네게 많은 애정을 쏟으며 돌봐왔지.
그렇지만 너를 고양이처럼 만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단다.
우리들은 그냥 너를 사랑하는 거야.
네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아.
우리들은 네 친구이자, 가족이야.
우리들은 너 때문에 많은 자부심을 가지게 됐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우린 우리와는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지.
우리와 같은 존재들을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야.
하지만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런데 너는 그걸 깨닫게 했어."
같은 존재를 사랑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만,
다른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안다는 건
굉장한 경지다.
다른 존재를 만나면서 그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상상 속의 존재가 있고,
다른 존재를 만나면서 증오하고 배척하고 이용하려 애쓰는
현실 속의 존재가 있다.
<십시일반>은
출간된 지 10년도 넘은 책인데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몇 번이나 읽었던 책이지만 여전히 뭉클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8명의 만화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장애인, 여성, 이주노동자, 빈민, 동성애자 등의 문제들이
아직도 달라진게 없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슬프게 만든다.
국가단체에서 이런 책을 펴내던 시절도 있었는데,
인권위원회가 이렇게 멋진 일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어쩌다 지금은 이름만 남은 껍데기가 된겨 ㅠㅠ
그나저나 이렇게 한 페이퍼에 읽은 책들을 함께 쓰다보니
정말이지 중구난방 독서로구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