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
아케노 데루하 지음, 신주혜 옮김 / 작품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온통 검정으로 얼룩진 , 두 여인의 실루엣만이 책의 스토리를 짐작하게 해준다. 책 소개에서는 '여자의 심리와 광기' 두여인의 뒤틀린 애증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문구에 살짝 호감이 가던 중, 운좋게 나에게도 읽을 기회가 주어졌다. 책을 받게된후, 온통 검은 먹칠, 책 페이지 안 테두리에도 검은 먹물을 엎지른듯 번져있는 색다른 느낌의 책이였다. 두툼하지만 부담될 정도로 빼곡히 들어차 있는 활자들이 아니라는 생각에 가슴을 우선 쓸어내린다.

 

책에서는 두 여인이 등장한다. 한 명은 외모, 능력, 재력, 모든것 하나 빠지지 않는 유능한 여인 '아소 도코' 그리고 또다른 한명은 도코와는 정반대인 이쁘지도 않고 키도 작고, 무능한, 소심한성격, 내성적인 도코의 동생 '히사에' 자매라고 하기에는 모든 면에서 너무나 틀린 두사람의 캐릭터에 정말 아무리 자매가 다르다 하더라도 이정도로 다를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의문이 들었다. 도코는 모두가 동경하는 잘나가는 젊은 여사장, 완벽한 인생을 추구하는 그녀는 연애도 사랑없는 철저하게 계산된 연애를 한다. 모든것이 가식과 거짓으로 둘러싸인 그녀에 비해, 동생 히사에는 도코의 전임 가정부인듯, 모든 것을 도코를 중심으로 철저한 봉사를 하며 지낸다.

 

도코에게만은 절대적으로 희생하는 동생 히사에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도코의 모든것을 우러러 보고 선망의 대상인듯 하다. 그런 그녀를 하녀 부리듯 부리는 도코, 직장도 없이 도코의 집에 얹혀 사는 히사에는,도코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 료스케를 만나게되면서 자신이 버림을 받을까 하는 두려움과 질투에 휩싸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궁금증을 유발하는듯 하며 진행 되지만 도코와 히사에의 심리로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주변의 다른 인물들, 즉, 도코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알수있거나, 가끔씩의 등장으로 밖에 나오지 않는다. 너무 두 여인의 심리로만 치우쳐 다른 인물들의 성격이 확실치 드러나지 않아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진짜로 도코 씨를 지킬수 있는 사람은 나 뿐인데... 왜, 그걸 모르는 거지?'

처음 료스케에 대해 알게 되었을때, 자기만이 혼자 남겨져 어두운 구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고독하고 외로웠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지금도 외롭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외로움이 점점 분노의 색을 띄기 시작했다. (p227)


조금은 답답한 느낌의 문체와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형식의 표현들로 이야기를 끌어가다보니 책의 중반부까지 읽으면서도 몰입하기가 참 힘들었다.  주저리 주저리 도코의 회사 이야기까지 깊이 적어놓은 것 같아 이런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왜 필요한건지 미간에 자가 살짝 생기기 시작한다. 추리소설은 분명한듯 한데, 책을 잡고 있는 시간동안은 추리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평범한 일반 소설을 읽는 기분이라고 해아 하나? 딱 1/2 정도 읽었을때 이야기의 흐름이 생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조금 몰입이 되는가 싶었지만, 그것도 잠시, 결말이 왠지 훤히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설마...설마..아니겠지?"라는 1%의 작은 기대를 해본다.

 


 

나를 동경하는 편이 좋아. 내 신봉자가 되면 일하기가 쉽거든. 그렇지만 동경하기만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어.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확실한 노력을 해야 하는 법 (p32)



 

"역시 그래. 전부 쓸데없는 것들"

전부 쓸데없는 것들... 히사에는 지금 막 자신이 중얼거렸던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럼 나에게 있어 의미가 있는 것은 무엇일까?' 라고 생각했다.(p109)


책을 덮은후, 찬찬히 내용을 생각해보았다. 크게 무언가 충격적인 결말을 안겨주었다던가, 책을 읽는내내 긴장감을 주었다던가, 그런 느낌 없이 그냥 무심히 읽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두 여인의 동거 생활을 하면서 심리 묘사 말고, 그리고 복잡한듯한 도코의 남자관계라던가, 그 외에 무엇이 더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두 여인의 심리적인 묘사를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 또는 남성들의 모습이 조금은 이 두 주인공을 통해 보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정 반대의 성격을 지닌 두 여인의 모습을 통해, 외톨이, 왕따, 사회에 적응못하는 분리된 인격체와 남부러울것 없는 도도하고 잘나가는 또하나의 주인공을 통해, 나 또한 이렇듯 가식적이고 거짓의 모습으로 연기하며 살아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왠지 그런 생각에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다. 추리소설로서는 큰 매력을 느끼지못했지만, 현재의 우리모습을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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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나 소설
김규나 지음 / 뿔(웅진) / 2010년 7월
구판절판


한 여인의 창가를 보고 앉아있다. 책을 시야에 가까이 들어 표정을 살피게된다. 조금은 차갑기도, 예리한 시선이기도, 무표정이기도, 아무런 감정이 담아있지 않은 듯한 그녀의 시선이 제목 그대로 '칼'처럼 비수로 꽂히는 느낌이다. 짧지만 강렬하기도, 그리고 무섭기도 한 단어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의미를 부여할수 있는 것인지, 알송달송한 기분으로 , 조금은 망설임이 가득한 기분이기도 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나 뿐 아니라 단편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독자들이 꽤 많지 않을까? 아마 맥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 싫어서,그 짧은 글안에 이야기를 함축해 담다보니 감정이나 스토리가 허술하거나 내용을 음미하기도 전에 싹둑 가위질로 냉정하게 흐름이 끊기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그러한 이유로 단편을 대체로 꺼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연히 내 손에 잡히게 된 작고 가벼운 단편소설 한권을 읽게 되었다. 3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얇기도 한 책이지만, 그 얇은 책 속에 11편이나 되는 단편들이 속속 숨어있다니, 읽기도 전에 작은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얇은 책에 11단편이나 되는 이야기를 집어 넣었다면 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괜시리 부정적인 생각들이 스믈스믈 내 머릿속을 지배한다.



첫번째 단편 <칼> 을 시작으로 <달, 컴포지션/뿌따뽕빠리의 귀환/ 내 남자의 꿈/ 코카스칵티를 위한 프롤로그/ 거울의 방/ 북어/ 차가운 손/ 테트리스2009/ 퍼플레인/ 바이칼에 길을 묻다>라는 제목의 11편이다. 제목부터 왠지 다른 소설과는 색다른 느낌이다. 왠지 읽기가 겁이 날 정도로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수록 내 생각이, 나의 고정관념이 내지른 편견들이 잘못되었다는걸, 김규나라는 작가를 통해 호되게 반성을 하게되었다. 20페이지 남짓의 짧은 단편들이지만, 한편 한편 실망스러운 이야기라고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섬세한 표현하며, 활자속에 내 마음을 그대로 녹아 내린 듯이 사물과 심리, 감정, 상처들을 너무 자연스러우면서도 날카롭고 부드럽게 풀어 놓았다. 단편들 모두가 대부분 여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보니 조금은 상대방의 감정이나 생각등이 잘 전달되지 않을듯도 했지만, 전혀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남자의 생각 표현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다.



인생에 꼭 하나 예측할수 있는게 있다면 그건 '돌발' 이에요. 무난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삶이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탈선이죠, 당황하거나 놀랄 필요는 없어요. 어떤 것은 사라지고 또 어떤 것은 남아 우리를 더 풍요롭게 해줄테니까요. 당신이 어느날 문득 내게로 뛰어든 것도, 내게 말하지 않지만 지금 당신을 짓누르고 있는 무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바다에서 갓 건져 올려 파닥이는 은빛 갈치처럼, 어둠 속에서 몸부림치는 그들의 상처 난 영혼이 느껴져 나는 소름끼쳤다. 헤어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조차 없을 만큼 가까운 사이. 손 내밀어 잡을 수 없을 만큼 너무 내밀한 사이. 사랑이란 반드시 간격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더이상 다가갈 빈 공간이 없다는 것은, 너무 먼 단과 나처럼 대화도 섹스도 이미 존재하지 않는 먼 사이만큼이나 위험하다. 너무 멀어서, 혹은 너무 가까워서 사랑은 가끔 참을 수 없이 슬프다.


현실에서, 지금 살아 숨쉬는 이곳에서, 어디선가 누군가에게는 일어나고, 그리고 모두 이런 '사랑' 이라는 고통속, 상처속에 힘겨운 숨을 토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동안 방안의 공기와 함께 섞여 맴돌고 있었다. 불타오르듯 뜨거웠던 두 사람의 사랑도, 차가운 얼음처럼 녹아내리듯 어느 한순간 등을 돌리게 되듯, 그리고 또다른 새로운 사랑을 갈망하는 그들을 보면서, 그리고 자신의 사랑만으로 모든걸 버릴수 없은 용기없는 현실에, 고개를 떨구는 그들을 볼때,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이,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고통이 느껴졌다. 이야기중 가장 안타까웠던 "차가운 손" , 남자의 죽음 후에 하나씩 깨달으며 고통스러워 하는, 여자의 마음이 절절하게 내 마음을 후벼파는듯 하다.



사람들은 사랑을 알게되고 성숙한 육체를 가지게 되면서 끊임없이 공허한 마음속 사랑을 갈구한다. 사랑의 결핍으로 계속 채워 나가려 하는 그들이, 결국 또다른 이유로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다른 사랑으로 채워가려는 욕구가 여실히 드러나는 책이였다. 작가의 인터뷰 중 ,자신의 소설도 그런 '치유의 칼'이 되기를 바란다고 얘기를 했다. "사람을 해치는 칼이 아니라 독자들 마음의 상처를 도려내고 치료하는 서사의 칼을 지니고 싶다"라고,,, 짧은 단편들이 이렇게 강렬하게 하나하나 강하게 내 심장을 파고든적도 처음인것 같다.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들이 책을 덮은 후에도 한동안 긴 여운을 남기듯, 쉽게 다른 책을 손에 들기가 잠시동안 힘들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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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 짐 매드 픽션 클럽
크리스티안 뫼르크 지음, 유향란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표지가 꽤 맘에드는 책이 도착했다. 왠지 표지만으로도 몽환적인 느낌이 솔솔 풍기는 기분이랄까? 책 표지에 적힌 문구처럼 '세자매, 세 편의 이야기 그리고 매혹적이고 위험한 한 남자의 비밀' 글귀 자체만으로도 묘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강하게 느껴진다. 단편일까? 문득 생각해보았지만, 같은 이야기속의 다른 연결되는 하나의 스토리일거라는 생각을 한다. 제목이 '달링짐'이라고 또박또박 붙여 있길래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가? 알길이 없었는데, 달링 짐을 띄어 읽어야 하는 거였군아, 달링... 짐...책을 읽으면서 알아낸 사실이기도 하다. 어떻게보면 금방 알아차릴수도 있었던 제목을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다보니 머리 나쁜 티가 폭폭 난다.

 

이야기는 아일랜드 더블린 근교의 어느 가정집에서 세명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그 시신은 자매인 피오나와 로이진, 그리고 집주인인 이모 모이라, 이렇게 세구의 시신이 발견되고, 사건 처리는 두 자매가 이모에게 감금생활을 당하다 죽고 또다른 인물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흐지부지 처리가 되며 미궁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중 그 지역의 집배원인 '니알'에게 우연히 피오나가 쓴 일기장이 들어오게 된다. 피오나의 일기속에서 그녀가 사망하기전의 세세하게 적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니알은 피오나의 일기를 보고 사건이 있었던 그녀의 고향을 찾아가게되고 또다시 우연히 동생 로이진의 일기장도 손에 넣게된다. 이렇게 두 자매의 일기를 통해 그녀들 일기장속에서 또 한명의 인물 떠돌이 이야기 꾼인 '짐 퀵' 이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이야기꾼들은 자기들 속내만 빼고 무엇이든 다 보여줍니다. 아시겠죠, 그들은 당신의 신뢰를 얻고, 또 모든 이야기가 당신을, 오직 당신만을 위해 만들어진 양 느끼게 하지요. 그들을 믿지 마세요 _ p179


 

아일랜드의 전설을 들려주는 떠돌이 이야기 꾼 '짐'은 치명적인 매력으로 더블린의 여인들이 모두 짐의 매력에 빠지게 되면서 이모 모이라와 세자매 인 모피오나, 로이진, 아오이페 까지 빠지게 되면서 결국은 질투와, 광기, 살인, 등 돌이킬수 없는 사건으로 빠지게 된다. 여기서 문득 의문이 하나 생기기 시작했다. 분명 발견된 시신은 두 자매인 피오나와 로이진, 모이라 뿐이였는데 세 자매라니, 그럼 아오이페는 어디로 사라진거지? 라는 궁금함이 내 머릿속을 급습해 왔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후에 모든 결말을 알게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조바심은 버리고 책의 이야기에 몰두 하기로 했다.

 

짐은 정말 옴므파탈 같은 매력으로 여인들을 유혹하는듯 하다, 말투, 손길, 표정, 행동, 분위기 등으로 절대 빠져 나갈수 없는 매력으로 여자들을 유혹하는 방법을 아는 듯한 느낌이었다.특별히 짐을 뛰어난 미남자라던가 훌륭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는 설명이 없었다. 그와는 다른 또다른 표현으로 짐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 표현이 왠지 섬뜩하기도 했고, 이 사건의 발단이 되기도 한 인물이라는걸 알게되면서 읽는동안 소름까지 느낄 정도였다. 짐의 이야기에 매료된 피오나, 그가 들려준 늑대왕자의 이야기 "왕자가 그녀를 사랑할 것인가, 아니면 죽일 것인가?" 라는 알듯 모를듯한 뒷 이야기를 남겨두고 나 역시 그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렇듯 책의 결말 또한 어떻게 될지 그것 역시 궁금함에 빠른 속도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내가 누군가를 죽였어, 처음으로 내 뇌가 배에다 속삭였다. 그러니,  네가 그 의미를 안다는걸 입증하기 위해 어디 눈물이 나오는지 보자 _ p321



 

처음에는 무심코 들려주는 짐의 전설 이야기인 늑대왕자 이야기를 생각없이 슥슥 페이지를 넘겨가며 눈여겨 읽지 않았는데, 중반부로 갈수록 이 전설 이야기가 단순한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일어날 사건들과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되었다. 책 제목에서 말한 세편의 이야기는 '니알의 모험'과 '두 자매의 비망록' 그리고 짐이 들려주는 에언(늑대)왕자의 전설 이야기 이다.  묘하게 과거와 전설, 현재를 연결시켜 읽는이로 하여금, 복잡한 감이 없이 오히려 뒷이야기가 궁금해 계속 빨려들듯 읽었던 몽환적이면서도 왠지 조금은 섬짓했던 한권의 소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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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저택
펄 벅 지음, 이선혜 옮김 / 길산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중학교 1년생일때일까? 우연히 어떤 계기로 읽었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펄벅의 <대지>를 읽은 기억이 난다, 학교 과제였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읽게된 책으로 인해, 강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어렴풋이 남아 책의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참 인상 깊었던  책 이였음은 분명하다. 우연한 계기로 이 책 또한 펄벅님의 작품이라고 해서 전혀 고민,망설임 없이 택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여인에 관한 이야기 인가?표지는 생각보다 촌스러움이 묻어나와 만약 펄벅님의 책이 아니였다면 관심조차 내비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책의 크기는 작았고, 페이지 수는500페이지를 조금 넘는 압박스러움에 파라락 넘겨 본 책속의 활자들은 여백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빼곡하다 못해 답답해 보이기 까지해서 읽기도 전에 식겁했다. 그래도 나의 기억속에 꽤 좋은 느낌으로 남아있는 펄벅님의 소설이니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어느  한 여인인 '우 부인'의 40번째 생일을 시작으로 전개된다, 16세에 상류층의 저택으로 시집을 온 우 부인은 마흔의 생일을 맞이하면서 이것을 계기로 자신만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게 된다. 한 여인이 인생의 반을 가족과 가문을 위해 받쳐 희생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에게 마흔번째의 생일은 뜻깊은 날이기도,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위한 출발이기도 한 날이였다. 그녀에게는 네명의 아들이 있었고, 잘생기고 멋진 남편(우氏)도 있었다. 대저택에서 그녀는 가족말고도 친척들과 많은 하인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므로 어느정도 그녀의 삶이 풍요롭고 호화로웠는지 알수 있었다. 그녀는 지혜롭고 현명했으며,감정을 조절하고 모든지 서두름이 없는, 외모 또한 티 하나 잡을수 없을 정도로 정돈된 느낌이였다. 그런 우 부인을 우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존경했으며, 누구 하나 그녀를 욕하거나 비난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생일 연회가 끝난후, 그녀는 남편인 우씨 에게 소실을 얻어줌으로 자신이 할수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하늘이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가장 먼저 남자의 가슴속에 심어놓은 까닭은, 그 어떤 슬픔이 닥치더라도 남자가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지, 그런데 자신에 대한 사랑에 상처를 입게 되면 다른 사랑은 살아남을 수 없단다. 자신에 대한 사랑에 너무 깊은 상처가 생기면 자아는 차라리 죽기를 원하기 때문이란다. 이건 하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지 _ p101


 

그런 그녀가 아들의 영어 공부를 도와줄  서양인인 안드레 신부라는 선교사를 알게됨으로써 그녀의 삶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 자신이 지금까지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하고 행해왔던 일들이 모두 가족을 위함이 아닌, 자신을 위한 일이였음을 깨닫고 되고, 진정으로 '사랑'이라는게 어떤것인지 알아 가게된다. 스스로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행한 행동들이 그들에게는 불행을 안겨주었고, 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오히려 그들에게는 아픔과 슬픔을 안겨주었음을 그녀는 안드레 신부의 가르침 아닌 가르침을 통해 알게되었고, 그로 인해 그녀 또한 스스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주위의 가족들 또한 작은 변화가 생기게 된다.

 


 

부인께서는 우선 남편 분을 무시했고, 같은 여자를 모욕했습니다. 그리고 부인 자신만이 남들과 다르며 모든 여자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이 같은 죄로 인해 집안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이유도 모른채, 부인의 아드님들은 불안해 했고, 며느님들은 불행해 졌습니다. 부인의 계획과는 반대로,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대체 목적하신게 뭐였습니까? _ p321



 

너의 둘은 모든 면에서 서소를 사랑하고 있어. 앞으로도 아낌없이 서로를 사랑하렴! 그런 사랑을 나누기에 인생은 너무 짧단다. 서로를 사랑하고 단 한 시간도 화를 내는 데 낭비하지 말도록 해라. 언젠가는 사랑과 열정을 따로 떼어놓고, 그 둘을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해라. 언젠가는 사랑과 열정을 뚜렷이 구별할수 있게 될 것이고 습관으로 굳어질 거다. 그러는 동안 너의 사이에서 자식들이 태어나 자랄 것이고, 너희의 육신은 늙어감에 따라 다행스럽게도 열정 또한 사라질 거다. 그때가 되면 너희는 최고의 사랑을 알게 될 거란다 _ p413


 

꽤 많은 분량의 소설이면서도 흐름 또한 아주 차근차근 천천히 진행되었다. 왠지 한 편의 긴 영화 한편을 보는 느낌이랄까? 시작의 거부감과 압박감이 꽤 있었음에도, 그 많은 활자들을 모두 소화해 내기가 버겁기도 했지만, 너무 잘 짜여진 한 여인의 삶 속에서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운듯 하다, 역시 펄벅 다운 면모를 보여준 책이였다. 절대 재미만을 추구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고 읽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하지도 않아 편하게 읽을수 있었다. 어느 부분 허투로 읽을수가 없을 정도로 이야기의 흐름은 절대 나의 시선을 빼앗을수가 없어, 천천히 곱씹으며 읽게 되기도 했으며, 그녀의 표현력은 참 신선하기도 묘한 매력이 있기도 했다. 어린시절에 읽었던 펄벅님의 소설의 느낌이 새삼 성인이 된 지금 조금은 다시 되살아 나는 기분이다. 기회가 된다면 틈틈히 펄벅님의 책들을 하나씩 접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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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외에는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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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강렬하지만은 않은 표지지만, 제목과 표지에서 강한 호기심이 생겼다. 아마 처음으로 접하는 역사 추리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소녀는 묘한 매력까지 느껴진다, 100여년전의 시대 추리소설,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어떤 이야기들로 내 마음을 설레이게 할지 책을 펼치지도 전에 괜시리 기대와 긴장이 먼저 내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책의 이야기는 1895년, 19세기 토론토의 추운 겨울, 베일에 가려진 두 사람이 죽은 소녀의 옷과 장갑, 부츠 등을 훔치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죽은 소녀는 누구인지도 그리고 그 소녀의 옷들과 신발등을 훔치는 두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죽은 시체가 발견되면서부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 등장하며, 그 소녀와 과연 어떤 관계인지 그리고 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를  세심하고 그 시대를 보여주듯 이야기를 시작한다. 형사 머독은 죽은 테레즈라는 소녀의 주변 인물들을 한명씩 추리, 추적해 나감으로써 퍼즐처럼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또한번의 침묵이 흘렀다. 포이는 남몰래 문설주에 기대어 아주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디스는 차 수레 옆에 자리를 잡고는 교도관처럼 서 있었다. 로즈 부인의 얼굴은 엄숙하면서도 못마땅 하다는 표정이었다. 머독이 잊어버리고 있던 소년 , 조도 아직 그자리에 잠자코 있었다. 그는 쇠창살 옆에 웅크린 채로 앉아있었다 _ p 255


 
처음부터 죽은 소녀를 등장시키며 이야기를 끌어내어 호기심을 크게 일으킨다. 하지만 책의 중 ,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많은 복선이 깔리면서 책의 흐름이나 긴장감이 점차 떨어져갔다. 분명 추리소설임에도 루즈하고 진부하다는 생각에 책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 또한 그에 따라 더뎌지기 시작했다. 처음의 신선한 시작과는 달리 말 그대로 언젠가 한번쯤 보았을 법한 시대영화를 그대로 재연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현대의 작가가 과거의 역사를 표현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 추리소설을 쓰는것은 분명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신선한 맛이 없다는것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형사 머독의 캐릭터가 다른 인물들에 묻혀 돋보이지가 않았다. 왠지 그 또한 죽은 소녀의 주변 인물중 한 사람 같이 느껴질 정도로 눈에 띄는 강렬한 느낌도 카리스마적인 모습도 찾아 볼수가 없다는게 약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주변 인물들에 대한 과거 이야기들이 읽는 속도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딱히 필요할것 같지 않은 부분들로 인해 '이런이야기는 구태여 넣지 않아도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많은 기대를하고 책을 펼쳤기 때문에 그만큼 책에 대한 실망 또한 크지 않았을까?
조금은 답답한 느낌도, 지루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분명 추리 소설임에도, 왠지 범인을 짐작캐하는 책 속 숨은 요소들을 어렵지않게 발견할수 있었다. 처음 접한 역사라는 추리소설 때문인지 몰라도 내게는 조금 답답함 감도, 너무 이야기를 질질 끌고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내가 몰랐던 그 시대의 종교나 계층의 갈등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알수 있었던것 같다. 가난에 찌든 하층민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 그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숨쉬고 사는 집안 풍경에서 너무 확실한 상류층과의 선이 그어져 있었다.
 
작가의 첫 작 이니만큼 완벽할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린 제닝스의 머독 시리즈가 7편까지 나왔다니, 뒷 시리즈를 읽다보면 처음작과는 달리 많이 보충되고 완벽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도 조금은 생긴다. TV 시리즈로도 여러번 만들어 졌다하니,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느낌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나보다 , 모든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 느낌이 모두 같을수 없으니 다음에는 조금더 완벽해진 모린 제닝스의 책을 만나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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