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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저택
펄 벅 지음, 이선혜 옮김 / 길산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중학교 1년생일때일까? 우연히 어떤 계기로 읽었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펄벅의 <대지>를 읽은 기억이 난다, 학교 과제였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읽게된 책으로 인해, 강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어렴풋이 남아 책의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참 인상 깊었던 책 이였음은 분명하다. 우연한 계기로 이 책 또한 펄벅님의 작품이라고 해서 전혀 고민,망설임 없이 택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여인에 관한 이야기 인가?표지는 생각보다 촌스러움이 묻어나와 만약 펄벅님의 책이 아니였다면 관심조차 내비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책의 크기는 작았고, 페이지 수는500페이지를 조금 넘는 압박스러움에 파라락 넘겨 본 책속의 활자들은 여백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빼곡하다 못해 답답해 보이기 까지해서 읽기도 전에 식겁했다. 그래도 나의 기억속에 꽤 좋은 느낌으로 남아있는 펄벅님의 소설이니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어느 한 여인인 '우 부인'의 40번째 생일을 시작으로 전개된다, 16세에 상류층의 저택으로 시집을 온 우 부인은 마흔의 생일을 맞이하면서 이것을 계기로 자신만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게 된다. 한 여인이 인생의 반을 가족과 가문을 위해 받쳐 희생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에게 마흔번째의 생일은 뜻깊은 날이기도,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위한 출발이기도 한 날이였다. 그녀에게는 네명의 아들이 있었고, 잘생기고 멋진 남편(우氏)도 있었다. 대저택에서 그녀는 가족말고도 친척들과 많은 하인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므로 어느정도 그녀의 삶이 풍요롭고 호화로웠는지 알수 있었다. 그녀는 지혜롭고 현명했으며,감정을 조절하고 모든지 서두름이 없는, 외모 또한 티 하나 잡을수 없을 정도로 정돈된 느낌이였다. 그런 우 부인을 우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존경했으며, 누구 하나 그녀를 욕하거나 비난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생일 연회가 끝난후, 그녀는 남편인 우씨 에게 소실을 얻어줌으로 자신이 할수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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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가장 먼저 남자의 가슴속에 심어놓은 까닭은, 그 어떤 슬픔이 닥치더라도 남자가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지, 그런데 자신에 대한 사랑에 상처를 입게 되면 다른 사랑은 살아남을 수 없단다. 자신에 대한 사랑에 너무 깊은 상처가 생기면 자아는 차라리 죽기를 원하기 때문이란다. 이건 하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지 _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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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가 아들의 영어 공부를 도와줄 서양인인 안드레 신부라는 선교사를 알게됨으로써 그녀의 삶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 자신이 지금까지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하고 행해왔던 일들이 모두 가족을 위함이 아닌, 자신을 위한 일이였음을 깨닫고 되고, 진정으로 '사랑'이라는게 어떤것인지 알아 가게된다. 스스로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행한 행동들이 그들에게는 불행을 안겨주었고, 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오히려 그들에게는 아픔과 슬픔을 안겨주었음을 그녀는 안드레 신부의 가르침 아닌 가르침을 통해 알게되었고, 그로 인해 그녀 또한 스스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주위의 가족들 또한 작은 변화가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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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께서는 우선 남편 분을 무시했고, 같은 여자를 모욕했습니다. 그리고 부인 자신만이 남들과 다르며 모든 여자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이 같은 죄로 인해 집안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이유도 모른채, 부인의 아드님들은 불안해 했고, 며느님들은 불행해 졌습니다. 부인의 계획과는 반대로,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대체 목적하신게 뭐였습니까? _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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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둘은 모든 면에서 서소를 사랑하고 있어. 앞으로도 아낌없이 서로를 사랑하렴! 그런 사랑을 나누기에 인생은 너무 짧단다. 서로를 사랑하고 단 한 시간도 화를 내는 데 낭비하지 말도록 해라. 언젠가는 사랑과 열정을 따로 떼어놓고, 그 둘을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해라. 언젠가는 사랑과 열정을 뚜렷이 구별할수 있게 될 것이고 습관으로 굳어질 거다. 그러는 동안 너의 사이에서 자식들이 태어나 자랄 것이고, 너희의 육신은 늙어감에 따라 다행스럽게도 열정 또한 사라질 거다. 그때가 되면 너희는 최고의 사랑을 알게 될 거란다 _ 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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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분량의 소설이면서도 흐름 또한 아주 차근차근 천천히 진행되었다. 왠지 한 편의 긴 영화 한편을 보는 느낌이랄까? 시작의 거부감과 압박감이 꽤 있었음에도, 그 많은 활자들을 모두 소화해 내기가 버겁기도 했지만, 너무 잘 짜여진 한 여인의 삶 속에서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운듯 하다, 역시 펄벅 다운 면모를 보여준 책이였다. 절대 재미만을 추구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고 읽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하지도 않아 편하게 읽을수 있었다. 어느 부분 허투로 읽을수가 없을 정도로 이야기의 흐름은 절대 나의 시선을 빼앗을수가 없어, 천천히 곱씹으며 읽게 되기도 했으며, 그녀의 표현력은 참 신선하기도 묘한 매력이 있기도 했다. 어린시절에 읽었던 펄벅님의 소설의 느낌이 새삼 성인이 된 지금 조금은 다시 되살아 나는 기분이다. 기회가 된다면 틈틈히 펄벅님의 책들을 하나씩 접해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