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왠지 오랫만인것 같아, 히가시노 게이고님의 책을 손에 든건.. 반가움도 잠시 또 한편의 단편집이라는 것을 알고선 가벼운 실망감 또한 찾아들어왔지만 그래도 오랫만인 그의 소설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수 있을것 같아. 아마 내가 유독 쉽게 빠져 들지 못하는 단편집이긴 하지만 그의 이름만큼, 그리고 명성만큼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거란걸 잘 알고 있으니까 그를 믿을래요. 또한 그의 수많은 책들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가장 가슴 아팠던 <방황하는 칼날> 만큼은 아닐지라도 가볍게 시작할수 있을거란것을 알기에.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니 다섯 편의 차례가 나온다. "위장의 밤, 덫의 내부, 의뢰인의 딸, 탐정 활용법, 장미와 나이프" 히가시노 님 답게 제목에서부터 왠지 추리의 느낌이 폴폴 뭍어 나는거 같아, 일반 단편들보다 오히려 추리소설을 단편으로 쓰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그 짧은 이야기 속에 사건의 동기, 풀어가는 단계, 그리고 독자들에게 감탄과 놀라움을 선사할수 있는 반전 또한 꼭꼭 집어 넣어야 하니까, 이 소설은 제목답게 탐정클럽에서 사건들을 풀어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탐정이란 인물은 왠지 사건의 주위를 맴도는 해결사 같은 느낌이 든다.

 

현관 앞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키 큰 남자와 같은 색깔의 재킷을 걸친 여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30대 중반이고 도저히 일본인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얼굴 윤곽이 뚜렸했다. 여자는 20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새카만 머리칼이 어깨까지 늘어졌고 위로 길게 찢어진 눈에 입술을 꼭 다물고 있다. _ p46 <위장의 밤>

"사건의 결말은 당신이 정하는게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걸 가지고 온 것입니다. 이 자료를 보면 아마 당신도 우리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결론을 가지고 어떻게 처리하든 그건 당신의 자유입니다" _ p81 <위장의 밤>

내가 느끼는 책 속의 탐정은, 무뚝뚝한 감정없는 말투, 그리고 함께 활동하는 조수 여인 또한 왠지 베일에 가려진 느낌에 묘한 매력까지 가진 느낌이 든다. 그것이 어쩌면 그들의 설정일수도 아니면 말그대로 사건을 맡아 처리하다보니 어떠한 감정을 표현할수도 없었던게 아니었을까? 어쩌면 조금은 무심하게 표현되고 쓰여진 설정의 설정이 5편의 사건들을 더욱 돋보이고 그 사건에 몰입할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유층만이 가입할수있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탐정클럽. 그만큼 일어나는 사건들은 모두 자신들의 부(富)를 위한 것이겠지, 피를 나눈 가족이라 할지라도.!

 

이야기의 전개가 만약 탐정을 중심으로 쓰여졌다면, 어쩌면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보조 역할을 하게 되고 또한 진부하고 지루한, 감흥없는 소설이 됐을수도 있으니까 , 그렇지 않았기에 나 또한 추리를 해가는 재미에 빠져 조금은 천천히, 그리고 앞 페이지를 다시 뒤적이며 퍼즐을 맞추듯 읽었던 듯 하다. 하지만 많은 인물들의 등장으로 이름을 기억하는데에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더욱이 일본 이름들은 너무 어려워!) 이 단편들중 그래도 <탐정활용법>이라는 4번째 이야기를 읽었을때 나름 범인을 맞추었다고 확신했는데, 역시 내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가고 말았어(좌절).하지만 그런 좌절감도 잠시! '내가 사건의 해답을 맞출 정도로 짜여진 소설이라면 너무 평범 했을지도 몰라(큭큭)'라며 혼자 내심 스스로를 위로해 보기도 한다.

"글쎄요. 과연 어떨까요? 교묘하게 위장하면 간단히 세상의 눈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당신들이 증명하지 않았습니까?"

"이번 일은 우리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탐정 클럽의 회원 수준이 너무 낮아지다 보니 이런 일에 휘말려 들고 만 겁니다"

탐정은 등을 돌렸다. 여자 조수도 그 뒤를 따랐다

"그럼 또"

두 사람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_ p259 <탐정활용법>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는 다른 어느 일본 작가보다는 무언가 다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추리로만, 그리고 재미로만 독자를 끌어들이려는 것보다는 추리 속에 무언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세지가 분명히 스며있다는 것(?), 내 스스로는 그런 느낌이 절대 나만이 가지는 것이 아닐꺼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절대 쉽게 그 추리를 풀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글을 쓰는 작가임에도 분명하다는 것 또한. 여전히 책 읽는 것에 대한 정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오랫만에 가볍지만, 강하게 무언가 가슴에 남는 추리한편을 읽음으로 괜시리 마음까지 뿌듯함이 베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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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불의 집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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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단편 소설 한권이 제 품에 안기게 되었어요, 두껍지 않은 318페이지의 책 한권을 읽는데 꼬박 2주가 걸린것 같아요. 9월과 함께 시작된 저의 정체기는 10월에도 여전히 제 곁을 떠날 생각이 없는가 봅니다. 더욱이 단편이라는 점에서 더욱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단편집은 별로 선호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늘 누누히 말하지만 문맥이 끊기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음, 아마 그럴꺼에요. 책을 읽는 시간동안 책 속에 파묻혀 그대로 느끼고 그대로 몰입되고 싶은데, 단편집은 아마 그러기 힘들꺼에요, 몰입되는가 싶은 순간, 한 가지의 내용이 뚝 끝나 버리니까요. 아마 그래서, 짧은 이야기가 싫어서 괜시리 미루고 미루고, 자꾸 다른 장르의 책을 고르는것 같아요, 하지만 어떻게든 내 품에 안기게 된 책이니 읽기는 해야겠지요.

 

작가 기시 유스케. 추리소설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검은집> 이라는 유명한 책을 아실꺼에요,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황정민이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 "검은집"의 그 유명한 작가가 맞아요. 저 또한 영화로 먼저 접한것 같아요, 추리, 스릴러물을 꽤 좋아하는 편이라, 눈에 띄는 영화는 무조건 극장에서 봐야 직성이 풀리는 정도니까요, 제 기억으로도 꽤 영화가 소름 돋을 정도로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그 이후, 아주 오랜뒤에 이 영화가 책이 원작이라는걸 알았지요, 그리고 <검은집>이라는 책 또한 우연히 선물로 받게 되었습니다. 이미 모든 내용을 알고있는 터라 딱히 책의 끌림성은 없지만,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영화보다 책을 다시 읽어보라고... 아마 그 무서움이 배가 될거라며.. 저에게 안겨준 책이에요,

 


 

그는 일어서서 형광등을 끄고 살며시 거실 문을 닫았다. 무엇인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천장 주위에서 숨을 죽이면서.

이 집에는 분명한 무엇인가가 있다. 불행을 부르는 무엇인가가.

그 날도 그러했다. 그날도 하루 종일 무엇인가가 지켜보는 것 같아서 견딜 수 없었다 _ P100 <도깨비불의 집>



 

세상 사람들은 타란튤라에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요, 아무것도 모르는 작자들이 위험하다는 둥, 낌찍하다는 둥 함부로 말합니다. 더구나 도망치기라도 하면 날리도 아니에요. 경찰이 출동하고, 시청에서는 도랑에 살충제를 뿌리고요! 그 일대 주민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타란툴라 주인은 범죄자 취급을 당합니다 _ P178 <검은이빨 >


 

이 책은 4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도깨비불의 집 / 검은 이빨 / 장기판의 미궁 / 개는 알고있다/" 이렇게 4편인데,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이야기는 '도깨비불의 집' 이 아닌가 싶어요, 남은 3가지의 이야기 또한 비슷비슷하지만, 유난히 첫번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단편이다 보니 자세한 책  속 이야기는 빼도록해요, 자칫 잘못하면 스포일러가 될수도 있거든요.

 

4편의 이야기에는 모두 미모의 변호사 '준코'와 방범 상점 시큐리티 숍 경영자이면서 전.현직 도둑 '에노모토 케이' 가 등장해요 두 사람이 사건을 파헤지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여요,  4편의 모두 생각 없이 주르륵 읽어 내려가게 되지만, 결말은 무언가 우리에게 어떠한 가족애, 그리고 인간의 욕망등을 살며시 경고 하는듯한 느낌을 들게 해요,

 

오랜 시간 동안 붙잡고 있는 시간이 조금은 아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참 .. 무언가 조금 부족한 느낌의 책이에요, 아무래도 깊이있는 무언가를 얻기에는 추리라는 장르도, 그리고 단편이라는 것, 그 이유도 있겠지요, 서늘해진, 이제는 쌀쌀해지는 가을에서 겨울사이에 오싹해지는 추리물 한편이 끌리는건 왜일까요? 아마 이 책에서 얻지못한 그 무엇을 다른 책에서 얻고싶어하는 욕구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여러분들도 선선해진 가을, 추리소설 한편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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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잠
이란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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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리뷰를 쓰려하니, 막막함이 먼저 밀려온다,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할지, 손가락 하나하나에 무거운 쇠뭉치를 달아 놓은듯, 쉽게 키보드를 두드리지 못하겠다. 무언가 강하게 나에게 남았다면, 무언가 내 머릿속을 울리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면... 혹시 그랬다면 쉽게 미친듯 날아갈듯 손가락을 쉴새없이 움직여 주었을텐데, 이 책을 일주일 넘게 잡고있었으면서도 , 그리 오랜시간 내 곁에 머물고 있었으면서도 '내가 도대체 무슨 책을 읽은걸까?'하는 생각이 이 책의 스토리를 모두 기억해 내지 못하는듯 하다. 달콤한 느낌의 책표지에 끌려, 어여쁜 표지의 여인의 묘한 매력에 끌려, 시작했던 책이였는데, 처음의 설레임이 책을 덮은 이후, 계속 이어지지 못함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것 같아,

 

광해군과 혁명가 허균, 그리고 기생 매창의 삼각관계를 그린 역사 로맨스 라고 책소개에 고스란히 나와있다, 두껍지도 않은, 얇은 300페이지 안팎의 이 책 한권에 얼마나 '로맨스'라는 장르를 잘 표현했을까? 하지만 그 시대에 살아보지 않아서, 어쩌면 익숙치 않은 표현과 문체에 , 역사에 조금은 무지한 탓에 , 내게는 큰 감흥이나 그렇다고 절절한 사랑 이야기로 나의 가슴을 애태우지도 못한 듯 하다.  그 시대 최고 바람둥이 허균도 모든 사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매창은 지켜주고 싶은 한 여인이였을까? 그리고 기생 매창 또한 어느 한 사람만을 사랑할수 없는 모든 사내의 정인이어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와 현실에 허균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간직해야만 했던 것일까?. 또 한명,  먼 발치에서 그 두 사람을 질투심으로 지켜 보아야 했던, 안타까운 광해군 까지도, 말이다

 



거문고를 뜯음으로써 봉황도 법도를 따라 춤추게 하고 사악함을 씻어 자연과 하나가 되어라. 거문고 여섯 줄을 쓰다듬으면서 소리 없음을 듣고, 형체 없음을 즐겨라.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조선 팔도에 거문고를 신들린듯 연주하는 기생은 많으나 다들 요란한 재주만 있을뿐, 영혼을 담지는 못한다. 거문고는 소리가 아니라 영혼이다. 진정 마음을 담지 못하면 죽은 소리란 뜻이다 _ p 82


 

나는 광해군도, 허균도 매창에 대한 사랑을 그대로 느끼지 못한듯 하다. 오히려 매창의 '이름뿐인' 기둥서방인 '장이'를 보면서 그녀를 위한 진정한 사내가 아닐까 ,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창을 위해 평생 뒷바라지를 한 반쪽 사내, 고자라는 세인들의 짓궂은 놀림에도 장이는 매창을 묵묵히 지켜주었다. 겨울밤이면 방이 찰세라 군불을 지펴대고, 여름이면 모기떼에 잠을 설칠까 솔가지로 모깃불을 피워주던 그런 그 '장이'말이다. 매창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을 만큼 그녀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었던 장이 였다.  아쉽게도 내 생각과는 달리 장이는 책속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중 한명이였을뿐, 크게 빛을 발하는 인물이 아니였다는게 꽤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도 활자들이 계속 내 머리와 마음속을 겉도는 느낌이 든다. 깊이가 없는 것이었나? 그들의 사랑 표현이 세세하지 못해서였을까? 무엇 때문이였을까? 조금더 깊은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해줄 무언가가 있을줄 알았을까? 조금은 답답함까지 밀려온다. 내가 원하는 건 이런 느낌의 '나비잠'이 아니였는데, 생각보다 표현, 감정,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평범한 활자로만 표현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 말 그대로 글로만 표현한로맨스 라는 단순한 느낌, 아무리 가상속 인물일지라도 그리고 가상 속 사랑일지라도, 읽을때 만큼은 진실된 사랑이 내 심장을 뜨겁게 달궈 주길 바랬을지도 모른다. 그냥  아쉬울 뿐, 또 다른 어떤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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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여행중
이미나 지음 / 걷는나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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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고심끝에 여행길에 함께하기 위해 선택한 3권의 책 중  한 권의 책을 꺼내들었다. 여행길에 가볍게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건 꽤 고민스러움의 연속이었다,몇번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가 고른 책들 ,가장 나에게 그 시간, 그곳에서 잘 어울리는 책일것 같아 선택한 책. 비록 제목처럼 나를 '여자친구'라고 불러주는 연인은 없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어쨌든 난 여행중임은 분명하니 그것으로 된거야, 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기도 한다. 소설인가? 에세인가? , 후루룩 훑어 봤을때 이런저린 귀여운 삽화들이 꽤 마음에 들기도, 한편으로는 유치하지않을까? 나랑 맞지 않을까? 하는 반쪽 마음도 한켠에 자리잡았지만,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읽을수 있을것 같은 느낌의 기운을 폴폴 풍겨주기까지 한다.



모든 순간을 나를 꼭 기억해요.

잊지 말아요 ,언제든 전화해도 된다는 걸, 벌써 지겨워졌냐고 놀리지도 않을 거란 걸,아무때나 돌아와도 된다는 걸...

당신은 계속 신나다 가끔 내가 보고 싶겠지만 나는 내내 당신이 보고 싶을 거라는걸 _ p 9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가 어떤 관계를 정리한다는 표현을 쓰지만, 실제로 그런 관계라는건 누가 정리를 하기도 전에 이미 끝나 있었던 거지요, 사실 제일 마음 아픈건, 헤어지자는 말을 들을 순간이 아닐 겁니다. 그 사람에게서 더이상 사랑을 못 느낄때, 모르고 싶지만 어쩔수 없이 알아질때, 그때가 사실은 가장 마음 아픈 순간이지요, 그때가 사실상 헤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이고요, 부정하고 있을수도 있지만... _ p 21


 

공연기획사에서 일하는 행아, 이름이 참 독특하기도해 '행아' (행복을 주는 아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풀이로는 참 이쁜데, 그냥 이름으로는 좀 ... 그녀의 일상은 늘 다른사람과 다를것 없는 많은 스트레스와 일상의 무미건조함, 그리고... 그녀가 축복받지 못하는 '사랑' 이라는 또하나의 힘겨운 마음속 전쟁, 어쩌면 이런 답답한 현실속을 탈피하고 싶은 마음에 떠났을지도 모른  행아는 우연히 아일랜드 여행길을 오르게된다. 그녀의 일상에서 그리고 떠나기 일주일전, 그리고 여행중 여러가지 소소한 이야기들이 가득 묻어있는 활자들이 내심 , 부러움이 한가득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녀의 입사동기인 절친 태희도, 까마득한 신입 후배 은수도 , 모두 다른 성격에 제각기 현실에서 자신을 그곳에 맞춰가기 위해 삶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과격한 표현과, 까칠한 태희도, 내심 어느 누구보다 더 따뜻한 심장을 가졌다는걸 행아 역시 알고있으니까, 행아는 우연히 갑작스럽게 여행길에 오르지만, 그녀가 여행을 하면서 무겁게 짓눌렀던 자신의 사랑 '경우'와의 힘겨운 사랑 또한 그 여행길에 살포시 내려놓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 '여행'이라는 두 글자 속에 나는 동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비록 책 속의 행아는 아일랜드, 나는 고작 국내여행을 전전하는 것 뿐이지만, 무엇이 다를까? 나 또한 무언가를 내 가슴속에서 비워 버리고 나에게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 머나먼 곳으로  꼭꼭 버려두고 나 홀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오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아마,,,, 확실히 그랬을 것!

 



좋아하는 것이 한가지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한 순간이 늘어나는 것. 자식 생각을 하면 힘이 나는 부모처럼 사랑에 빠진 사람이 내내 히죽거리는 것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은 순간 여행으로 인해 힘이 나고 즐거워진다. 여행은 여행이 시작되기 전에도, 여행이 끝난 후에도,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행복한 순간들을 선물해 준다 _ p 127


 

여행길에 괜한 책 욕심에 무거운 짐에도 불구하고 책을 3권이나 꾹꾹 담아 갔다가 결국 여행길에 시작해서 돌아오는 날까지 이 책 한권을 읽은것이 전부이지만,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간 것에 대한 후회도 , 힘들다며 내심 혼자 투덜투덜 거리며 입이 댓발 나오는 투정도 하지 않았다. 이 책 한권이 내 여행길에 말동무가 되어주었고, 지루하고 무료했을 , 어쩌면 기차안에서 몽땅 잠으로 채워버렸을, 그렇게 지겹게 보냈을듯한 3시간의 긴 시간을 나름 나의 귀에 조잘조잘 속삭여주듯, 책과 함께 하는 그 시간속에서 나도 모르게 풉! 하고 터지는 웃음에 놀라 여행길 나의 옆좌석을 함께 해준 낯선 아주머니와, 돌아오는길에 함께한 나이 지긋한 아저씨의 눈치를 힐끗힐끗 보기까지 했으니... 막 서울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을 들으면서, 동시에 나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괜시리 뿌듯함도,  그리고 베시시 지어지는 미소도, 그리고 행복했던 여행속 시간들도, 모두가 참 좋았던 , 꼭꼭 숨겨놓고 나혼자만 꺼내보고 싶게 만들었던 그런 시간들이다. 어쩌면 적절한 타이밍에 읽게된 책이여서 일까? 지극히 주관적인 시점일지도 , 감정일지도 모르지만, 뭐 어쨌든 내 감정이 그러했고, 내가 느낀것이 그러했고, 읽는내내 내 마음도 즐거웠으니, 그것으로 된거다,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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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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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홀로 홍대거리를 거닐다 우연히 헌책방에서 업어온 책이였다. 그러고나서 한동안 꺼내보지 않았던, 1여년이 가까워지금에서야 이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8월 말쯔음 첫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지만 거의 한달이 된 오늘에서야 마지막장을 힘겹게 덮을수 있었다. 왜이리 긴 시간동안 이 책을 붙들고 있었는지, 느닷없이 찾아온 정체기에, 몸과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지금 이시기에 이 책은 두께만큼이나 내게 버겁게만 느껴졌다. 오랜 시간 , 슬로우모션처럼 느릿하게 읽은 지금, 스토리들이 토막토막 끊어진듯 좀처럼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막상 서평을 쓰려니 손가락이 키보드에 딱 붙어 움직이질 않는다 하지만 서평은 오늘 안으로 꼭 써야겠으니 퍼즐조각처럼 흐트러진 머릿속을 차근히 정리하면서 써봐야 할 것 같다.

 

이야기는 "1부(사건의시작) - 2부(사건의 시청자) - 4부(사건) - 5부(사건석달뒤) - 3부(사건 20년뒤)"라는 독특한 구성으로 전개되었다. 서평을 쓰려고 차례를 다시보니 무심코 넘겼던 책의 초반에 나온 이 순서대로 읽었어야 하는건가? 라는 의문이 이제서야 드는건... 하지만 난 저 순서가 아닌 1부~5부까지 순차적을 따랐을뿐, 책을 왠지 잘못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 결국 차례로 읽은탓에 완독하고서도 3부(사건20년뒤)를 다시 뒤적여 읽어야 했다.

 



"추켜세웠다 버리는게 세상 사람들 취미야"

"제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대체 어딨습니까?"

"증거는 속속 드러나고 있어."

"속속? 대체 어디서 어떻게?"

"미안하지만 나오게 돼있어" _ <골든슬럼버> 시작부분


평범했던 한 택배기사인 '아오야기 마사하루'가 어느날 한순간 퍼레이드중 살해된 총리 암살자의 누명을 쓰고 쫓기기 시작한다. 늘 성실하고 신의를 중요하게 여기던 그가 어떻게 총리암살자라는 누명을 쓴건지 아오야기가 왜 타켓이 되었을까? 책 초반에는 총리 퍼레이드 및 사건의 시작이 되지 않아서인지 약간의 지루함까지 느끼며  호기심도 몰입도 되지 않았었다. 그렇게 한장 한장 지겹다는듯 책을 읽다보니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4부(사건)에 들어서면서 아오야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됨과 동시에 나의 눈도 반짝이며 슬슬 발동을 걸기 시작한다. 

 

아오야기가 누명을 쓰게된 건 몇년전 아이돌 스타를 치한에게서 구해주어 매스컴을 타게된 계기로 그가 세상에 얼굴이 알려지면서 , 그가 어쩌면 그로인해  누군가들의 철저하게 짜여진 대규모의 총리 암살 계획에서 암살자의 누명을 씌울 후보들 중 한명으로 선택되었다는 확실치 않은 추측이 있다. 총리 암살이라는 큰 범죄로 인해 모든 공중파 채널에서는 그 사건을 집중으로 다루며 모든 세상의 표적이 되어버린 아오야기, 그를 쫓는 경찰들, 하루아침에 도망자 신세가 되어버린 아오야기가 기댈수 있는 사람들은 대학시절 늘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동기, 선배였다. 모두가 아오야기를 범인으로 몰아세우며 그를 쫓지만 그를 아는 친구들이나 주변인들은 오히려 그를 도와주며 그가 범인이 아님을 굳게 믿어주었다.. 도망자 신세가 되 누구에게도 기댈곳이 없는 아오야기의 모습을 읽어가자니 내 마음이 다 짠해질 정도로 안타깝기만 하다.하지만 그 중 아들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흔들리지 않았던 그의 아버지의 모습에서 마음이 짠해짐을 느끼게 된다.



이름도 못 밝히는 너희 정의의 사도들, 정말로 마사하루가 범인이라고 믿는다면 걸어봐. 돈이 아니야, 뭐든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걸라고. 너희는 지금 그만한 짓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 인생을 기세만으로 뭉개버릴 작정 아니야? 잘 들어. 이게 네놈들 일이란 건 인정하지. 일이란 그런 거니까. 하지만 자신의 일이 남의 인생을 망칠수도 있다면 그만한 각오는 있어야지. 버스 기사도, 빌딩 건축가도, 요리사도 말이야. 다들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가며 한다고. 왜냐하면 남의 인생이 걸려있으니까. 각오를 하란 말이다 _ p 450





황금 낮잠. 머릿속으로 단어가 떠오른다. 따뜻하고 자신을 감싸 안아주는 햇살을 찾고 싶어진다. 그대로 황금을 몸에 휘감고 잠들고 싶었다. 대체 이게 어찌된 셈판이야. 하며 핏대를 세우고 싶은 분노를 조금씩 가라앉힌다. 왜 내가 이런 꼴을, 하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싶지만 참는다. 주먹을 세게 움켜쥔다. _ p 454


책의 분량이 꽤 많음에도 급하게 이야기를 끌어가지 않음으로 해서 아주 잘 짜여진 한편의 또다른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다. 겨우 이틀동안의 도망자 아오야기의 얘기를 하지만, 읽는 독자인 내게는 하루가 아닌 며칠쯤 지났겠구나 하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철저하게 이야기를 잘 풀어놓았다. 구성이나 책의 짜임새나 내용면에서나 조금은 지루할법도 하지만 이야기는 내내 독자들의 시선을 뺏지 못하는것 같아, 마지막엔 누명을 벗을수 있을까? 아오야기를 가장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누구일지? 그 범인이 밝혀질까? 하지만 결말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 조금은 마음이 무겁기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평범한 스토리일수도 있는 한 권의 소설이지만,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히 가려지는것 같다.  지금의 정체기만 아니였더라면 꽤 흥미롭게 읽었을수도 있었겠지만, 너무 오랜 시간 들고있던 탓인지 긴장감이나 속도감이 몇배로 느릿느릿 진행된듯 하다. 완벽하게 채워지지 않은 부분은 아직 보지 않은 영화로 완벽하게 채워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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