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올 초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홀로 홍대거리를 거닐다 우연히 헌책방에서 업어온 책이였다. 그러고나서 한동안 꺼내보지 않았던, 1여년이 가까워지금에서야 이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8월 말쯔음 첫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지만 거의 한달이 된 오늘에서야 마지막장을 힘겹게 덮을수 있었다. 왜이리 긴 시간동안 이 책을 붙들고 있었는지, 느닷없이 찾아온 정체기에, 몸과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지금 이시기에 이 책은 두께만큼이나 내게 버겁게만 느껴졌다. 오랜 시간 , 슬로우모션처럼 느릿하게 읽은 지금, 스토리들이 토막토막 끊어진듯 좀처럼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막상 서평을 쓰려니 손가락이 키보드에 딱 붙어 움직이질 않는다 하지만 서평은 오늘 안으로 꼭 써야겠으니 퍼즐조각처럼 흐트러진 머릿속을 차근히 정리하면서 써봐야 할 것 같다.

 

이야기는 "1부(사건의시작) - 2부(사건의 시청자) - 4부(사건) - 5부(사건석달뒤) - 3부(사건 20년뒤)"라는 독특한 구성으로 전개되었다. 서평을 쓰려고 차례를 다시보니 무심코 넘겼던 책의 초반에 나온 이 순서대로 읽었어야 하는건가? 라는 의문이 이제서야 드는건... 하지만 난 저 순서가 아닌 1부~5부까지 순차적을 따랐을뿐, 책을 왠지 잘못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 결국 차례로 읽은탓에 완독하고서도 3부(사건20년뒤)를 다시 뒤적여 읽어야 했다.

 



"추켜세웠다 버리는게 세상 사람들 취미야"

"제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대체 어딨습니까?"

"증거는 속속 드러나고 있어."

"속속? 대체 어디서 어떻게?"

"미안하지만 나오게 돼있어" _ <골든슬럼버> 시작부분


평범했던 한 택배기사인 '아오야기 마사하루'가 어느날 한순간 퍼레이드중 살해된 총리 암살자의 누명을 쓰고 쫓기기 시작한다. 늘 성실하고 신의를 중요하게 여기던 그가 어떻게 총리암살자라는 누명을 쓴건지 아오야기가 왜 타켓이 되었을까? 책 초반에는 총리 퍼레이드 및 사건의 시작이 되지 않아서인지 약간의 지루함까지 느끼며  호기심도 몰입도 되지 않았었다. 그렇게 한장 한장 지겹다는듯 책을 읽다보니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4부(사건)에 들어서면서 아오야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됨과 동시에 나의 눈도 반짝이며 슬슬 발동을 걸기 시작한다. 

 

아오야기가 누명을 쓰게된 건 몇년전 아이돌 스타를 치한에게서 구해주어 매스컴을 타게된 계기로 그가 세상에 얼굴이 알려지면서 , 그가 어쩌면 그로인해  누군가들의 철저하게 짜여진 대규모의 총리 암살 계획에서 암살자의 누명을 씌울 후보들 중 한명으로 선택되었다는 확실치 않은 추측이 있다. 총리 암살이라는 큰 범죄로 인해 모든 공중파 채널에서는 그 사건을 집중으로 다루며 모든 세상의 표적이 되어버린 아오야기, 그를 쫓는 경찰들, 하루아침에 도망자 신세가 되어버린 아오야기가 기댈수 있는 사람들은 대학시절 늘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동기, 선배였다. 모두가 아오야기를 범인으로 몰아세우며 그를 쫓지만 그를 아는 친구들이나 주변인들은 오히려 그를 도와주며 그가 범인이 아님을 굳게 믿어주었다.. 도망자 신세가 되 누구에게도 기댈곳이 없는 아오야기의 모습을 읽어가자니 내 마음이 다 짠해질 정도로 안타깝기만 하다.하지만 그 중 아들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흔들리지 않았던 그의 아버지의 모습에서 마음이 짠해짐을 느끼게 된다.



이름도 못 밝히는 너희 정의의 사도들, 정말로 마사하루가 범인이라고 믿는다면 걸어봐. 돈이 아니야, 뭐든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걸라고. 너희는 지금 그만한 짓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 인생을 기세만으로 뭉개버릴 작정 아니야? 잘 들어. 이게 네놈들 일이란 건 인정하지. 일이란 그런 거니까. 하지만 자신의 일이 남의 인생을 망칠수도 있다면 그만한 각오는 있어야지. 버스 기사도, 빌딩 건축가도, 요리사도 말이야. 다들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가며 한다고. 왜냐하면 남의 인생이 걸려있으니까. 각오를 하란 말이다 _ p 450





황금 낮잠. 머릿속으로 단어가 떠오른다. 따뜻하고 자신을 감싸 안아주는 햇살을 찾고 싶어진다. 그대로 황금을 몸에 휘감고 잠들고 싶었다. 대체 이게 어찌된 셈판이야. 하며 핏대를 세우고 싶은 분노를 조금씩 가라앉힌다. 왜 내가 이런 꼴을, 하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싶지만 참는다. 주먹을 세게 움켜쥔다. _ p 454


책의 분량이 꽤 많음에도 급하게 이야기를 끌어가지 않음으로 해서 아주 잘 짜여진 한편의 또다른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다. 겨우 이틀동안의 도망자 아오야기의 얘기를 하지만, 읽는 독자인 내게는 하루가 아닌 며칠쯤 지났겠구나 하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철저하게 이야기를 잘 풀어놓았다. 구성이나 책의 짜임새나 내용면에서나 조금은 지루할법도 하지만 이야기는 내내 독자들의 시선을 뺏지 못하는것 같아, 마지막엔 누명을 벗을수 있을까? 아오야기를 가장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누구일지? 그 범인이 밝혀질까? 하지만 결말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 조금은 마음이 무겁기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평범한 스토리일수도 있는 한 권의 소설이지만,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히 가려지는것 같다.  지금의 정체기만 아니였더라면 꽤 흥미롭게 읽었을수도 있었겠지만, 너무 오랜 시간 들고있던 탓인지 긴장감이나 속도감이 몇배로 느릿느릿 진행된듯 하다. 완벽하게 채워지지 않은 부분은 아직 보지 않은 영화로 완벽하게 채워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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