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잠
이란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리뷰를 쓰려하니, 막막함이 먼저 밀려온다,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할지, 손가락 하나하나에 무거운 쇠뭉치를 달아 놓은듯, 쉽게 키보드를 두드리지 못하겠다. 무언가 강하게 나에게 남았다면, 무언가 내 머릿속을 울리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면... 혹시 그랬다면 쉽게 미친듯 날아갈듯 손가락을 쉴새없이 움직여 주었을텐데, 이 책을 일주일 넘게 잡고있었으면서도 , 그리 오랜시간 내 곁에 머물고 있었으면서도 '내가 도대체 무슨 책을 읽은걸까?'하는 생각이 이 책의 스토리를 모두 기억해 내지 못하는듯 하다. 달콤한 느낌의 책표지에 끌려, 어여쁜 표지의 여인의 묘한 매력에 끌려, 시작했던 책이였는데, 처음의 설레임이 책을 덮은 이후, 계속 이어지지 못함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것 같아,

 

광해군과 혁명가 허균, 그리고 기생 매창의 삼각관계를 그린 역사 로맨스 라고 책소개에 고스란히 나와있다, 두껍지도 않은, 얇은 300페이지 안팎의 이 책 한권에 얼마나 '로맨스'라는 장르를 잘 표현했을까? 하지만 그 시대에 살아보지 않아서, 어쩌면 익숙치 않은 표현과 문체에 , 역사에 조금은 무지한 탓에 , 내게는 큰 감흥이나 그렇다고 절절한 사랑 이야기로 나의 가슴을 애태우지도 못한 듯 하다.  그 시대 최고 바람둥이 허균도 모든 사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매창은 지켜주고 싶은 한 여인이였을까? 그리고 기생 매창 또한 어느 한 사람만을 사랑할수 없는 모든 사내의 정인이어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와 현실에 허균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간직해야만 했던 것일까?. 또 한명,  먼 발치에서 그 두 사람을 질투심으로 지켜 보아야 했던, 안타까운 광해군 까지도, 말이다

 



거문고를 뜯음으로써 봉황도 법도를 따라 춤추게 하고 사악함을 씻어 자연과 하나가 되어라. 거문고 여섯 줄을 쓰다듬으면서 소리 없음을 듣고, 형체 없음을 즐겨라.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조선 팔도에 거문고를 신들린듯 연주하는 기생은 많으나 다들 요란한 재주만 있을뿐, 영혼을 담지는 못한다. 거문고는 소리가 아니라 영혼이다. 진정 마음을 담지 못하면 죽은 소리란 뜻이다 _ p 82


 

나는 광해군도, 허균도 매창에 대한 사랑을 그대로 느끼지 못한듯 하다. 오히려 매창의 '이름뿐인' 기둥서방인 '장이'를 보면서 그녀를 위한 진정한 사내가 아닐까 ,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창을 위해 평생 뒷바라지를 한 반쪽 사내, 고자라는 세인들의 짓궂은 놀림에도 장이는 매창을 묵묵히 지켜주었다. 겨울밤이면 방이 찰세라 군불을 지펴대고, 여름이면 모기떼에 잠을 설칠까 솔가지로 모깃불을 피워주던 그런 그 '장이'말이다. 매창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을 만큼 그녀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었던 장이 였다.  아쉽게도 내 생각과는 달리 장이는 책속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중 한명이였을뿐, 크게 빛을 발하는 인물이 아니였다는게 꽤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도 활자들이 계속 내 머리와 마음속을 겉도는 느낌이 든다. 깊이가 없는 것이었나? 그들의 사랑 표현이 세세하지 못해서였을까? 무엇 때문이였을까? 조금더 깊은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해줄 무언가가 있을줄 알았을까? 조금은 답답함까지 밀려온다. 내가 원하는 건 이런 느낌의 '나비잠'이 아니였는데, 생각보다 표현, 감정,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평범한 활자로만 표현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 말 그대로 글로만 표현한로맨스 라는 단순한 느낌, 아무리 가상속 인물일지라도 그리고 가상 속 사랑일지라도, 읽을때 만큼은 진실된 사랑이 내 심장을 뜨겁게 달궈 주길 바랬을지도 모른다. 그냥  아쉬울 뿐, 또 다른 어떤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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