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만난 175가지 행복이야기
장현경 지음 / 성안당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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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표지의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왠지 너무 익숙한 단어, 나라여서 그런지 여행 에세이를 고를때면 늘  뒤로 미뤄두고 눈여겨 보지 않았던 것같다. 영화로도, 아님 티비나 광고 매체로도 늘 쉽게 접할수 있는 멀지만 가까운 그곳 일지니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하지만 이렇게 또 한권의 책을 집어들게 되었으니 안 읽어볼수가 없도다. 뉴욕에서 175가지나 되는 행복을 찾을수 있다는 말인가? 표지는 우선 참 나름 마음에 드는 편인듯, 쉽게 넘기며 읽을수 있을듯한 느낌이 든다.

 

저자가 안정적인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먼 타국의 길을 택한것도 아마 '꿈' 이라는 희망과 용기가 있어서 였을 것 같다. (나라면 도저히 엄두도 못낼듯한데) 가끔 에세이를 읽다보면 용기 있는 , 꿈이 있는 사람만이 더 넓은 시선과 더 넓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는 듯하다. 나 또한 좁지좁은 이 마음을 좀 넓혀주고 싶은 생각은 누구 못지 않게 크다고 자부하지만 선뜻 이들처럼 모든걸 접고, 아니면 잠시 접어두고 떠날수 없는 용기, 아니면 핑계 때문에 늘 현실에 묶여 늘 한국이라는 작은 울타리에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작업실에 앉아 넉넉치 못한 Pay를 쪼개고 또 쪼개며 하루하루 버티며 지내고 있을지도.

 

저자가 만난 그곳, 그리고 그곳에 속해있는 속히 말하는 뉴욕커들은 어떨지 심히 궁금하다. 자신의 꿈을 찾아 낯선 타국에서 지내기에 두려움도 컸을 그녀가 1년을 기준으로 매 월 테마를 정해 뉴욕의 곳곳을 소개하는 글들과 사진들, 그리고 그의 지인들의 일상속 그리고 생활을 읽다보니 다른 에세이들과는 크게 무언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다만  뉴욕의 여러 장소의 정보, 알아두면 좋은 팁들을 세세히 설명해 주는것, 그리고 사진을 담아내는 독특한 느낌도 꽤 신선하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지극히 에세이에 삽입되는 사진들은 본 모습의 그대로를 좋아하는 나에게 사진속의 또다른 크로키 느낌의 표현은 조금 답답한 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래도 읽던중 꽤 관심가는 그곳, 할렘 , 그곳이 나도 모르게 끌린다.

 


단 하루 동안임에도 나에게 많은 모습을 보여준 할렘. 110번가 위로는 음식점에서 배달마저 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하다지만, 그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더없이 아늑한 동네일것은 틀림없다. 절찬리 상영 중인 할렘이 몇 년 후에는 많이도 바뀌어 있을 것을 생각하니 누군가의 공연이 막을 내리는 것처럼 아쉽다. _ P.129 


작가마다 문체의 표현이나, 느낌이 다르긴 하겠지만. 그래서 어쩌면 나는 좀더 깊은 내면의 무언가를 얻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님 '뉴욕에서 만난 175가지 행복 이야기'를 읽기전 읽은 또다른 여행책 '책여행책'을 읽은 후유증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두 권의 에세이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건 어쩔수 없었다. 좀 생각을 많이하고 감성적인 책이였던 '책여행책'이였다면, 지금의 이 책은 무언가 조금은 오롯이 책 제목 그대로를 전해주는 느낌의 책이였던 것 같다. 만약 내 스스로가 좀더 뉴욕이란 그 도시에 과한 관심이나 흥미가 있었다면 꽤 , 아니 아주 즐겁게 이 책을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상하게 내겐 약간의 가벼움과 무언가 겉도는 느낌의 이야기들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기도 한다.

 

미국이란 나라, 그리고 뉴욕이라는 도시를 나 또한 한번쯤 가보고 싶은 마음이 저 편 어딘가에 있긴 하지만 과연 그런 날이 내게 오기나 할까 ? 하지만 이 책에 꽤 많은 유용한 정보들이 잔뜩 있으니, 만약 나도 여행길에 오른다면 이 책은 꼭 필수로 챙겨야 할듯한 강한 마음이 생긴다. 가볍게 읽히기도 그리고 뉴욕에 무지한 내게 신선한 정보와 재미를 주기도 했지만 딱 거기 까지인 듯하기도 하다. 허나! 나도 과감히  떠나고 싶다는 마음은 그래도 어쩔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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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책 -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박준 지음 / 엘도라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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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설레이게 하는 한권의 에세이를 읽는다. 푸른 표지가 꽤 제목과 잘 어울리는것 같아, 내 마음 또한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것, 그 또한 감사할 일 1/3을 읽는데에는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그리고 오늘 하루동안 나머지 2/3을 모두 읽어버렸다. 에세이 집이라 하면 내 관념속 내, 고정된 관념속에는 왠지 '그곳'의 발자국들이 담긴 사진들과 함께 했을 것이라는 틀에박힌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책여행책' 이 책은 사진은 커녕 활자들로 빼곡해 왠지 소설책을 버금가는 느낌을 안겨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사진을 대신한 삽화가 있다는 것? 아무튼 활자로도 충분히 책 여행을 할수있다면야, 사진이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달랠수 있을 것.

 

나는 박준님이 쓴 'On the Road' 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왠지 꽤 유명한 책이였으니, 나에게 박준님의 첫번째 책이 되어준 책 여행책 또한 실망이 없지 않을까? 여행을 하면서 그곳에서 그리고 책 속에서 만났던 장소, 시간, 기억들을 풀어낸듯하다. 이 책속에는 꽤 많은 책들의 인용구들이 나오기도, 여러 책 제목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내게는 꽤 생소한 책 제목들도, 그리고 가끔은 반가운 눈에 익은 책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대부분인듯! (왠지 아직 내가 읽기엔 무게가 느껴지는듯한..)

 


우리는 참 모범적으로, 스탠더드하게 살아간다. 그렇게 살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만 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지만, 의문이 든다. 스탠더드라... 왜 그렇게 살아야 하지? 사실 '스탠더드하게 산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눈총받기 싫으니 남들과 비슷하게, 똑같이 살려고 하는 것일 뿐! _ P.24



유유상종이란 말을 쓰는데 여행이 바로 그런 겁니다. 시시한 여행을 할 때는 시시한 사람을 사귀지요. 얽매인 데 없이 좋은 여행을 할 때는 격이 높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오히려 높은 인격의 사람을 만나는게 곧 좋은 여행은 아닙니다. 오히려 여행중에 얼마나 다양하게 만났느냐가 중요하지요. 그것이 여행의 풍성함이라고 생각합니다. _ P.64


꽤 여행에세이를 많이 접하는 나에게도 이 책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그곳, 크레모나, 할렘, 님만해민, 앙코르와트.등등 낯설음이 호기심으로 그리고 궁금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알지못했던 그 나라 현지인들의 생각, 성격 또한 작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세세하게 활자로 설명을 하고 표현을 한다하더라도 역시 사진이 없으니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갔고, 아쉬움은 배로 쌓이기 시작했다. 책을 읽음으로 몰입도 되는 반면 지루함이 느껴져 슬슬 책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 또한 같이 더디는 어느 한 부분도 있었다. 호기심과 궁금함이 느껴졌던 모로코. 박준님은 모로코를 이렇게 얘기했다. 사람들은 천년 전과 똑같은 이 골목 안에서 중세 때와 똑같은 일을 하며 산다. 중세와 현재가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말처럼 세상에서 유일하게 14세기처럼 살수 있는 곳이다.(P.159)라는 글에 나도 모르게 그곳에 가고싶다는 작은 갈망이 생기기도 한다.

 

얼마전 읽었던 '노르딕 라운지'에서도 언급했던 핀란드의 <카모메 식당> 우연히  아는 동생에게 추천받아 메모해 두었던 일본영화였는데, 아직까지 보질 못하고 있던 중 책 속에 이 영화의 장소가 꽤 언급되다 보니 빠른 시일내에 영화를 꼭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고나면, 나도 핀란드의 <카모메 식당>이 가고 싶어질까?

 


'책여행책'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책 속의 시공간으로 빠져 들어가 '그곳'을 거늘며, 책 속의 등장인물과 대화하고, 꿈 속을 유영하듯 책과 현실을 오가며 '책여행'을 했다. 도대체 불가능할것 같은 온갖 여정이 가능했다. 때론 책을 읽으며 지난 여행의 추억 속으로 떠나기도 했다. 다른 세상을 만나고 다른 삶을 인정하며 내가 되고 싶은 존재에 근접해가는 것. 책과 여행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_ 박준. 방콕 아틀랜타 호텔(The Atlanta Hotel)에서


나도 이 책을 읽으며 때로는 여행의 갈망을 느끼기도, 어쩌면 내가 알지 못한 다른 그 나라의 삶을 직접 보고, 느끼고, 만지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여행 에세이에 이렇게 집착하는것 또한, 그들의 ,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나름대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지도. 내가 할수 없음에, 내가 갈수 없음에, 지금 현실에서 탈피, 일탈의 용기가 없기에.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말도 안되는 합리화로 스스로를 위로하는지도 모른다. 자유로운 여행, 자유로움 삶, 누구나 꿈을 꾸고 누구나 갈망하는 것이겠지. 박준님의 글에 꽤 많이 공감하고 끄덕이기도 했지만, 크게 내게 와닿지 않았던 것은 아마 내가 있는 그대로를 모두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책 첫장의 시작 글 한 줄이 내 마음을 스스로 다독여주고 위로가 뒤어주었다.'461,918km를 날아 29개의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 집을 떠날 필요는 없었다. 안락의자와 8,894 page의 책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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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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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으로 먼저 받게 되었던 '김종욱 찾기' 얇은 책에 가제본이라는걸 알려주려는듯 조금은 성의없어보이는 표지와 활자들, 하지만 남들보다 먼저 읽을수 있다는 설레임은 이런 실망스러움을 모두 감싸 안아 주는듯해. 후루룩 뒤적여보니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아주 얇은 책이었다. 이미 작년 5월쯔음 대학로 소극장에서 뮤지컬로 먼저 만나 보았기에 내용을 빤히 알고 있음에 큰 기대감이 없던것도 사실.- 솔직히 뮤지컬은 좀 지루하기도 식상하기도 했으니까 - 그래서 인지 이 얇은 책을 읽는 손에 쥐고 있는 시간 또한 꽤 오래였던 것 같아. 마음만 먹으면 몇시간이면 후딱 해치울 분량을 난 적어도 꼬박 일주일을 껴안고 있었으니까! 일주일동안 꼴랑 50페이지를 겨우 읽은후 남은 150페이지를 오늘 앉은 자리에서 후딱 해치웠다. 생각보다 너무 잘 읽히는 책이였는데, 뮤지컬에 대한 아련한 기억 덕분에 아마도 감흥이 없었기 때문일것.

 

잡지사 기자로 일하던 29살의 효정, 그녀는 어느날 백수가 되고 우연히 친구를 따라 갔던 친구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알게된 성재, 그 또한 광고회사에서 해고 당하고 첫 광고지 업무를 맡긴 손님이였던 엄마의 계모임 회원중 한명인 친구 속칭 복부인은 곗돈을 가지고 사라져 버리고, 텅빈 그곳, 사무실에서 자신이 만들었던' 당신의 첫사랑을 찾아 드립니다' 라는 문구의 대출 광고지를 수천장과 함께 며칠을 그곳에서 머물게 된다. 효정 또한 우연히 자신의 친구 청접장에 끼워진 이 광고지를 들고 찾아간 그 대출 사무실에서 성재를 만나게 된다. 순진한 그녀는 광고지의 글처럼 사람을 찾아주는 곳인줄 알지만 성재 또한 대출광고지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한채 그녀의 첫사랑을 찾아주는데 함께 하게된다.

 

그녀가 24살 홀로 떠난 인도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김종욱이란 남자,  그녀의 여행길 스토리를 읽다보니 인연이라는것이 진정 있을까? 싶은 마음도 나 또한 그런 인연을 만나고픈 마음도 살며시 들기도 한다. 그들은 여행을 함께 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온후 아무런 연락처도 서로에게 남기지 않았다고 효정은 말한다. 5년전의 그 사람을 찾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 또한 단지 이름 하나로 어떻게 찾을수 있을지 막막하지만, 성재는 물신양면으로 그녀의 첫사랑 찾기에 함께 해준다. 그러면서 그 또한 효정에 대한 감정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녀의 첫사랑을 찾는것에 동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김종욱'이 나타나지 않기를 마음 한켠으로 바라는 그의 마음이 얼마나 혼란 스러울지....

 


내 첫사랑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어김없이 장난삼아 묻곤 했다. 지금 와서 김종욱을 만난다면 다시 사랑에 빠질 것 같으냐고.

그렇다. 너무 확실한 마음이라 오히려 대답하기가 꺼려졌던 것이다. 다시라고 말할 것도 없이, 나는 항상 그를 사랑해 왔다. 앞으로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 해도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내 마음은 소유나 집착과는 거리가 멀다. 도대체 이게 내 안의 어디서 비롯된 마음인가 싶을 만큼 영롱하고 애틋해서 나도 앞에 세워 놓고 그저 물끄러미 들여다 볼 수 밖에 없는 그냥, 사랑이다 _P.130 


참 가볍게 읽히면서도 그들의 감정 표현에, 마음 표현에 나 또한 자꾸 옛기억이 나는건  어쩔수 없나보다. 왠지 나의 서툴렀던 마음표현과 상대방에게 받았던  마음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 했던 , 아직은 모든게 서툴렀던 어린 그 시절, 지금도 가끔 그 오랜 추억을 마음속에서 꺼내 필름처럼 되감아 보다보면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주인공 효정의 성격에서 나는 왠지 꽤 동질감을 많이 느끼기도 한다. 나 또한 표현하지 않음으로 아주 오랜 시간뒤 후회를 하기도 했으니까.. 아마 효정 역시 왠지 모를 두려움, 무서움, 그리고 자신감 상실, 그런 복잡한 여러 생각들로 마음을 표현함이 두려웠겠지. 그런 그녀를 보며 괜시리 안타까움이 물밀듯 밀려온다.

 


쿨한 건 그런게 아냐. 쉽게 만나서 자고 쌈빡하게 헤어지는거, 그건 문란한 거지. 누구나 맘만 먹으면 할수 있는 거야. 한 사람 사랑하면서 배신당할까봐 쫄지 않고 상처받을까봐 이거저거 재지 않으면서 미친 듯이 사랑하는거, 그게 쿨한 거지 _ P. 169



늘 효정의 마음을 비웃어대긴 했으나 나는 내심 그녀의 사랑을 동경했었다. 첫사랑이란 건 조금씩 덜 익거나 부서진 구석이 있기 마련이라 그 모자란 부분 속에 환상을 채워 넣을 수 있다. 환상은 방부제와 같아서 사랑을 쉬이 사라지게 놔두지 않는다. 서로 잊으려야 결코 잊을 수 없는 , 사랑의 기준이 되는 그런 사람 하나쯤은 나도 있으면 좋으련만 _ P. 190



사람이 외롬다는 것을 깨닫는 건 다른 사람들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인가 보다. 따뜻함 속에서 저 안쪽을 간질이는 사소한 질투심과 함께 은근하게 몸을 감싸오는 외로움. 누가 말했더라, 적당한 외로움은 축복이라고 _ P. 199


책을 덮고 나니 왜 이렇게 오랜 시간 질질 끌었나 싶을 정도로 허무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뮤지컬에서의 단조롭고 모든 내용들의 함축된 그 속에서 책의 세세함과 섬세함을 찾으려 했으니, 아마 뮤지컬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을꺼라 생각했었는데,  꽤 괜찮은 책이구나, 메마른 내 감성에도 아주 잠시나마 두근거림을 주었던 것 같아, 영화개봉에도 별 관심 없던 나였는데, 영화로는 어떻게 이들의 사랑이 표현되었을지 내심 기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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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 라운지
박성일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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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딱딱한 디자인과 딱딱한 또박또박 쓰여진 고딕체 풍의 제목인 '노르딕 라운지' 라는 에세이를 집어들었다. 다른 여행 에세이들과는 다르게 조금은 낯선 느낌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지 않은듯, 하지만 어떤 내용인지 모르니 무조건 책의 표지만 보고 판단할수도 없다. 우선 천천히 작곡가 박성일이 여행을 하며 느낀 그가 느끼고 보아온 모든 것들을 이 얇은 책으로 나 또한 고스란히 느껴보고 싶다. 내가 알지 못하는 저자나 작가의 책을 읽게 될때는 그 저자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편인데, 이 책을 읽는동안 괜시리 '박성일' 이라는 작곡가겸 음악PD라는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괜시리 서평을 쓰기 전 검색창에 이름을 조회해 보니 제일 먼저 눈에 띄였던건 생년월일. '이런, 나랑 동갑인거야?!' 라며 한편으로는 반가움도 한편으로는 괜한 질투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와는 정 반대의 삶을 사는 사람 같아서... 아마도 부러움의 질투였겠지! 북유럽에 관한 에세이는 이 번이 두번째 책, 처음의 북유럽 에세이집은 지극히 정말 여행을 목적으로 한 에세이라면 이 책은 음악과 디자인, 그리고 건축등을 보며 느끼며 고스란히 저자의 느낌을 전한다.

 


현지에 아는 친구 하나 없이 온 진짜 완벽한 혼자인 여행. 길을 걸으면서도 왠지 더 외롭고 바람도 더 춥다. 혼자 다녀온 여행들을 떠올려보면 다른 특별한 것이 떠오른다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처럼 내 생각이 깊어질 무렵 주위가 낯설었던 기분이 가장 깊게 각인된다 _ P.65



숨을 쉬면 희뿌연 입김이 감도는 쓸쓸한 겨울밤에 너와 내가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린다는 건 어찌 보면 우리의 불행한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뭉텅한 아픔을 몽롱한 사운드로 얘기했을 뿐이다 _ P.112


북유럽이라고 해서 꽤 여러곳을 여행했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필란드의 헬싱키 , 스웨덴의 스톡홀롬을 여행한 것이 전부였을뿐. 크게 디자인이나 건축에 관심이 없는 나에게는 책의 기대감 또한 없이 멍하니 한장한장 넘기기 시작했지만, ' 오! 이 사람 작곡가라더니 은근 글쓰는 솜씨가 꽤 괜찮은데?' 라며 내심 놀라기 시작했다. 혼자 키득키득 풉! 풉! 터지는 실소에 지루할줄만 알았던 책 한권에 나 또한 즐거워하며 그의 시선으로 찍힌 여행사진들을 보며 나 또한 저자 박성일의 시선으로 마음속 여행을 함께 한다.왠지 유럽스러울듯한 느낌의 디자인 소모품 사진들을 보며, 의외의 아기자기함에 온통 갖고싶은 소품들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듯 해 책 속으로 손을 쏘옥 집어넣어 살짝 빼오고 싶을 정도였다.  사진속의 건물들은 온통 색색, 알록달록, 어찌나 이쁘던지 하얀 눈속에 파묻혀있는 그 건물들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살고 있는 이 한국의 서울이란 도시의 건물들이 참 삭막하고 촌스럽구나 라는 생각은 여전히 이 여행책을 읽으면서도 또한번 느끼게 된다.

 


아직 시간이 한참 남은 3일 트램 승차권이 손에 잡혀서 헬싱키를 8자로 계속 순환하는 3T를 올라탔다. 헬싱키의 겨울은 걸어서 구경하기엔 냉동실 안을 거니는 기분이다. 북유럽의 겨룰을 느끼고 싶은 자가 있다면 따라 해보라. 냉동실에 머리를 잠시 넣는다면 그것이 핀란드의 겨울이자 지금의 내 기분과 같다 - 비릿한 냄새 조차도- P.120


역시 그는 작곡가이다 . 작곡에 대한 이야기도, 그리고 그의 일상도 다분히 엿볼수 있기도 , 그리고 나 또한 조금은 문외한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삶도 잠시마나 바라볼수 있는 그런 책, 내가 사진속에서 찾지 못한 감성을 저자는 섬세하게도 잘 표현한듯한, 나 또한 다시한번 사진속의 모든 피사체들을 다시한번 보게 되었다.

 


쉴새없이 바쁘게 살던 한국의 내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 없다. 길을 걷다가 갤러리를 만나면 들어가서 한참을 둘러보고, 금방 카페에서 나왔는데도 다시 예쁜 카페를 만나면 두 번 고민없이 들어가서 자리를 잡아 가방 속 책을 꺼내어 읽는다 'Angel'은 그런 여유같은 곡이다.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는 대로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대로 파랗고 높은 하늘을 볼 때나 늦은 새벽의 공기를 들이마실 때에도, 한 번의 배신 없이 내게 늘 자로 잰 듯, 기복 없이 똑같은 여유를 선사한다. _ P. 247


그가 말한 Angel - Sarah Mclachlan 이란 곡이 어떤 곡일지 문득 궁금해져 리뷰를 다 쓰면 검색해 봐야겠다는 의욕이 불타 오른다. 그가 말한 것처럼 나 또한 그와 똑같은 느낌이나 감정을 이 곡을 통해 느낄수 있을까? 우리 나라에서도 미술관이나 전시회 박물관에 꽤 흥미가 없던 내게, 저 멀리 다른 나라의 문화와 미술과 음악을 읽으면서 그동안 마음 한켠으로 미뤄두었던 나름의 예술관람을 즐겨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단순히 에세이로만 혼자 떠난 북유럽 여행이 왠지 외롭고 힘겨웠을 듯도 한데, 그는 그 외로움과 여유로움과 있는 그대로의 그곳을 꽤 즐겼던것 같다, 책 속 사이사이 유용한 날씨정보, 박물관 정보등 여행에 도움이 될만한 유용한 여러 정보 또한 꼼꼼히 넣어준걸 보면 참 섬세하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책 사이사이 QR코드가 있어 스마트 폰이 있다면 더욱 유용하게 이 책을 읽는 '읽는 즐거움'을 배로 느꼈을듯, 눈이 펑펑 오는 어느날 따뜻한 카페 구석에 앉아 커피 한잔 , 그리고 잔잔한 음악과 함께 하면 더 좋았을듯 한 , 내게는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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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
공선옥 지음 / 뿔(웅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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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 2주동안 내 손에 꼭 쥐어진, 그 긴 시간만큼 읽는 것 또한 느릿한 거북이 마냥  활자를 읽어나간다. 공선옥 작가에 대해서도, 영란이라는 제목의 소설책에 대해서도 크게 감흥이 없던 것 또한, 계속되는 무미건조함의 메마른 감성 때문이겠지. 그런 감흥없이 읽어내려가기 시작한 책 한권, 처음 몇 페이지는 느닷없는 사투리에 그리고 왠지 옛스러운 문체 덕분에 더욱 책 읽는 속도에 느릿함을 더해 주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 그것 또한 잠시뿐, 오랜시간 느릿하게 읽긴 했지만, 한 페이지 ,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책 속 인물들의 매력에, 정겨움에 나 또한 함께 웃고 함께 가슴 아파 미어지기도 한다 . 그 이유가 무얼까? 도대체... 책 표지에 한 여인의 쓸쓸함이 잔뜩 베어나오는 뒷모습이 새겨져 있다. 그 여인이 아마 영란 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이겠지, 딸랑 이름을 제목으로 정한 이유는 책을 덮은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그 여인, 영란. 이 여인의 이름은 영란이 아니였다. 이름없이 '나' 라는 명칭으로 시작되는 그 여인, 사고로 아들과 남편을 잃고 오롯이 혼자가 되어버린 그녀는 삶에 대한 어떠한 의욕도 가지질 못하던 어느날 남편이 유일하게 인세를 지급하지 못한 사람, 남편의 선배이자 소설가인 이정섭을 만나게 된다. 엉망이 된 집안의 그녀가 안쓰러운 정섭은 몇일을 그녀를 챙겨주던 어느날 친구 비보를 듣게 되고 그녀를 혼자 내버려 두기에 마음이 불편하여 그녀를 데리고 친구의 장례식장인 목포까지 함께 동행하게 된다.  그렇게 장례를 치루고 정섭은 그녀를 목포에 두고서 홀로 서울로 돌아온다. 그녀가 혼자 남게 되고 그곳에 자신도 모르게 터를 잡게 된다. 그곳에서 지내던 그녀와 그리고  '목포 사람들'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천천히 진행되는듯 하다.

 

삶에 대한 희망도 의욕도 없던 그녀가 우연히 영란 여관이란 곳에 머물기 시작하면서 여관집 주인 할머지는 그녀에게 '영란' 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조금씩 삶에 대한 자신이 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삶의 좌절 앞에서 찾아온 그 '숨'의 가느다란 끈을 잡을수 있었던 것 또한 영란 여관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함으로써 작은 빛을 띄우는 거겠지.

 


 

가수는 노래 하나로 세상을 보듬아분단다. 존 것만 취하지 말고 아픈 것도 다아 니 품 안으로 보둠어부러라. 세상 일이 다 그렇지마는 노래도 목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부르는 것잉게. 세상 아픈 것 짠헌 것 다아 보듬어 불면 큰마음이 될 것이다. 큰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면 듣는 사람들이 그 얼매나 니 노래를 사랑하겄냐. 다들 좋다고 허제 싫다고는 안 헐 것이여 _ P 88



 

한번 가버린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나는 안다. 이제 산정동 성당 소나무 숲 속에서 추위를 견디며 종소리를 듣던 그 저녁의 행복 또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것을 알기에 나는 이 기록을 남긴다. 현실에서의 행복은 떠나갔지만 내 마음속 행복은 영원히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_ P 132


 

책을 읽는 동안 등장하는 어느 인물하나 마음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다. 다 하나같이 자신들의 아픔을 숨기고 그 아픔을 또다른 사랑으로 이겨 내려 하는 그들, 그들의 사투리의 정겨움도 그리고 삭막한 도시 사람들에게는 보기 힘든 정겹고 따뜻한 마음들도, 영란에게는 아마 그런 그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삶의 또 다른 의욕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이정섭 또한 자신이 책임감 없이 영란을 두고온것이 죄책감이 들었던걸까? 목포를 다시 찾은 정섭 또한 그 이유만이 아닌 또 다른 알수 없는 '얻음'이라는 선물이 있었겠지. 참.. 정겹다. 그냥 책을 읽는 내내 '정말 목포에 사는 사람들은 다 이렇게 정겹고 따뜻할까?'라는 궁금함과 나 또한 단지 '목포' 라는 지명만 알고 있을뿐 그곳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에 그곳에 한번쯤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게 한다

 


 

힘은 없어도 그래도 태어난 이상 살아야 하니까

누가 상 줄 것도 아닌데,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 나 자신을 탓하면서, 자신을 자기가 미워하면서, 자신을 자기가 원망하면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결국 마지막에 선택한 것은 자신을 자기가 예뻐해 주는 것, 그것 뿐이더라고 _ P 200


 


 

나는 '지금 슬픈 사람'들이 자신의 슬픔을 내치지 않기를 바란다.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 슬픔을 방치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는 슬픔을 돌볼 시간이다. 내 글의 독자들의 마음을 돌보는 동안 더 깊고 더 따스하고 더 고운 마음의 눈을 얻게 된다면 , 그리하여 더욱 아름답고 더욱 굳건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슬픔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쓴 사람으로써 많이 기쁠 것이다 _ <작가의 말 중에서>


 

처음의 무관심히 읽기 시작했던 책한권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내 마음속에서 따뜻한 등불을 켜놓는듯 괜시리 베시시 지어지는 미소는 어떤 이유일까? 어쩌면 조금은 공감을 했고,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는 괜한 동질감에 내 스스로를 위로했을지도... 그랬을꺼라고, 그냥 자연스럽게 믿고 싶어진다.

그래,공선옥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했듯이 나 또한 이 책을 읽음으로써 무언가의 마음의 얻음이 있었으니 그녀도 기뻐하지 않았을까?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나처럼 무언가의 얻음이 없더라도, 무미건조하고 우울함으로 부터 잠시마나 위로가 되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작은 반창고 같은 역할을 해주었을 것이라고 믿고싶다. 현대의 이야기 속에 옛스럽고 촌스럽다는 문체라고 느껴졌던 것도 작가만이 가질수 있는 매력적인 무기 였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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