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딕 라운지
박성일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약간은 딱딱한 디자인과 딱딱한 또박또박 쓰여진 고딕체 풍의 제목인 '노르딕 라운지' 라는 에세이를 집어들었다. 다른 여행 에세이들과는 다르게 조금은 낯선 느낌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지 않은듯, 하지만 어떤 내용인지 모르니 무조건 책의 표지만 보고 판단할수도 없다. 우선 천천히 작곡가 박성일이 여행을 하며 느낀 그가 느끼고 보아온 모든 것들을 이 얇은 책으로 나 또한 고스란히 느껴보고 싶다. 내가 알지 못하는 저자나 작가의 책을 읽게 될때는 그 저자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편인데, 이 책을 읽는동안 괜시리 '박성일' 이라는 작곡가겸 음악PD라는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괜시리 서평을 쓰기 전 검색창에 이름을 조회해 보니 제일 먼저 눈에 띄였던건 생년월일. '이런, 나랑 동갑인거야?!' 라며 한편으로는 반가움도 한편으로는 괜한 질투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와는 정 반대의 삶을 사는 사람 같아서... 아마도 부러움의 질투였겠지! 북유럽에 관한 에세이는 이 번이 두번째 책, 처음의 북유럽 에세이집은 지극히 정말 여행을 목적으로 한 에세이라면 이 책은 음악과 디자인, 그리고 건축등을 보며 느끼며 고스란히 저자의 느낌을 전한다.

 


현지에 아는 친구 하나 없이 온 진짜 완벽한 혼자인 여행. 길을 걸으면서도 왠지 더 외롭고 바람도 더 춥다. 혼자 다녀온 여행들을 떠올려보면 다른 특별한 것이 떠오른다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처럼 내 생각이 깊어질 무렵 주위가 낯설었던 기분이 가장 깊게 각인된다 _ P.65



숨을 쉬면 희뿌연 입김이 감도는 쓸쓸한 겨울밤에 너와 내가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린다는 건 어찌 보면 우리의 불행한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뭉텅한 아픔을 몽롱한 사운드로 얘기했을 뿐이다 _ P.112


북유럽이라고 해서 꽤 여러곳을 여행했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필란드의 헬싱키 , 스웨덴의 스톡홀롬을 여행한 것이 전부였을뿐. 크게 디자인이나 건축에 관심이 없는 나에게는 책의 기대감 또한 없이 멍하니 한장한장 넘기기 시작했지만, ' 오! 이 사람 작곡가라더니 은근 글쓰는 솜씨가 꽤 괜찮은데?' 라며 내심 놀라기 시작했다. 혼자 키득키득 풉! 풉! 터지는 실소에 지루할줄만 알았던 책 한권에 나 또한 즐거워하며 그의 시선으로 찍힌 여행사진들을 보며 나 또한 저자 박성일의 시선으로 마음속 여행을 함께 한다.왠지 유럽스러울듯한 느낌의 디자인 소모품 사진들을 보며, 의외의 아기자기함에 온통 갖고싶은 소품들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듯 해 책 속으로 손을 쏘옥 집어넣어 살짝 빼오고 싶을 정도였다.  사진속의 건물들은 온통 색색, 알록달록, 어찌나 이쁘던지 하얀 눈속에 파묻혀있는 그 건물들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살고 있는 이 한국의 서울이란 도시의 건물들이 참 삭막하고 촌스럽구나 라는 생각은 여전히 이 여행책을 읽으면서도 또한번 느끼게 된다.

 


아직 시간이 한참 남은 3일 트램 승차권이 손에 잡혀서 헬싱키를 8자로 계속 순환하는 3T를 올라탔다. 헬싱키의 겨울은 걸어서 구경하기엔 냉동실 안을 거니는 기분이다. 북유럽의 겨룰을 느끼고 싶은 자가 있다면 따라 해보라. 냉동실에 머리를 잠시 넣는다면 그것이 핀란드의 겨울이자 지금의 내 기분과 같다 - 비릿한 냄새 조차도- P.120


역시 그는 작곡가이다 . 작곡에 대한 이야기도, 그리고 그의 일상도 다분히 엿볼수 있기도 , 그리고 나 또한 조금은 문외한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삶도 잠시마나 바라볼수 있는 그런 책, 내가 사진속에서 찾지 못한 감성을 저자는 섬세하게도 잘 표현한듯한, 나 또한 다시한번 사진속의 모든 피사체들을 다시한번 보게 되었다.

 


쉴새없이 바쁘게 살던 한국의 내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 없다. 길을 걷다가 갤러리를 만나면 들어가서 한참을 둘러보고, 금방 카페에서 나왔는데도 다시 예쁜 카페를 만나면 두 번 고민없이 들어가서 자리를 잡아 가방 속 책을 꺼내어 읽는다 'Angel'은 그런 여유같은 곡이다.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는 대로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대로 파랗고 높은 하늘을 볼 때나 늦은 새벽의 공기를 들이마실 때에도, 한 번의 배신 없이 내게 늘 자로 잰 듯, 기복 없이 똑같은 여유를 선사한다. _ P. 247


그가 말한 Angel - Sarah Mclachlan 이란 곡이 어떤 곡일지 문득 궁금해져 리뷰를 다 쓰면 검색해 봐야겠다는 의욕이 불타 오른다. 그가 말한 것처럼 나 또한 그와 똑같은 느낌이나 감정을 이 곡을 통해 느낄수 있을까? 우리 나라에서도 미술관이나 전시회 박물관에 꽤 흥미가 없던 내게, 저 멀리 다른 나라의 문화와 미술과 음악을 읽으면서 그동안 마음 한켠으로 미뤄두었던 나름의 예술관람을 즐겨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단순히 에세이로만 혼자 떠난 북유럽 여행이 왠지 외롭고 힘겨웠을 듯도 한데, 그는 그 외로움과 여유로움과 있는 그대로의 그곳을 꽤 즐겼던것 같다, 책 속 사이사이 유용한 날씨정보, 박물관 정보등 여행에 도움이 될만한 유용한 여러 정보 또한 꼼꼼히 넣어준걸 보면 참 섬세하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책 사이사이 QR코드가 있어 스마트 폰이 있다면 더욱 유용하게 이 책을 읽는 '읽는 즐거움'을 배로 느꼈을듯, 눈이 펑펑 오는 어느날 따뜻한 카페 구석에 앉아 커피 한잔 , 그리고 잔잔한 음악과 함께 하면 더 좋았을듯 한 , 내게는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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