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여행책 -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박준 지음 / 엘도라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제목처럼 설레이게 하는 한권의 에세이를 읽는다. 푸른 표지가 꽤 제목과 잘 어울리는것 같아, 내 마음 또한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것, 그 또한 감사할 일 1/3을 읽는데에는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그리고 오늘 하루동안 나머지 2/3을 모두 읽어버렸다. 에세이 집이라 하면 내 관념속 내, 고정된 관념속에는 왠지 '그곳'의 발자국들이 담긴 사진들과 함께 했을 것이라는 틀에박힌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책여행책' 이 책은 사진은 커녕 활자들로 빼곡해 왠지 소설책을 버금가는 느낌을 안겨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사진을 대신한 삽화가 있다는 것? 아무튼 활자로도 충분히 책 여행을 할수있다면야, 사진이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달랠수 있을 것.

 

나는 박준님이 쓴 'On the Road' 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왠지 꽤 유명한 책이였으니, 나에게 박준님의 첫번째 책이 되어준 책 여행책 또한 실망이 없지 않을까? 여행을 하면서 그곳에서 그리고 책 속에서 만났던 장소, 시간, 기억들을 풀어낸듯하다. 이 책속에는 꽤 많은 책들의 인용구들이 나오기도, 여러 책 제목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내게는 꽤 생소한 책 제목들도, 그리고 가끔은 반가운 눈에 익은 책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대부분인듯! (왠지 아직 내가 읽기엔 무게가 느껴지는듯한..)

 


우리는 참 모범적으로, 스탠더드하게 살아간다. 그렇게 살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만 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지만, 의문이 든다. 스탠더드라... 왜 그렇게 살아야 하지? 사실 '스탠더드하게 산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눈총받기 싫으니 남들과 비슷하게, 똑같이 살려고 하는 것일 뿐! _ P.24



유유상종이란 말을 쓰는데 여행이 바로 그런 겁니다. 시시한 여행을 할 때는 시시한 사람을 사귀지요. 얽매인 데 없이 좋은 여행을 할 때는 격이 높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오히려 높은 인격의 사람을 만나는게 곧 좋은 여행은 아닙니다. 오히려 여행중에 얼마나 다양하게 만났느냐가 중요하지요. 그것이 여행의 풍성함이라고 생각합니다. _ P.64


꽤 여행에세이를 많이 접하는 나에게도 이 책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그곳, 크레모나, 할렘, 님만해민, 앙코르와트.등등 낯설음이 호기심으로 그리고 궁금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알지못했던 그 나라 현지인들의 생각, 성격 또한 작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세세하게 활자로 설명을 하고 표현을 한다하더라도 역시 사진이 없으니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갔고, 아쉬움은 배로 쌓이기 시작했다. 책을 읽음으로 몰입도 되는 반면 지루함이 느껴져 슬슬 책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 또한 같이 더디는 어느 한 부분도 있었다. 호기심과 궁금함이 느껴졌던 모로코. 박준님은 모로코를 이렇게 얘기했다. 사람들은 천년 전과 똑같은 이 골목 안에서 중세 때와 똑같은 일을 하며 산다. 중세와 현재가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말처럼 세상에서 유일하게 14세기처럼 살수 있는 곳이다.(P.159)라는 글에 나도 모르게 그곳에 가고싶다는 작은 갈망이 생기기도 한다.

 

얼마전 읽었던 '노르딕 라운지'에서도 언급했던 핀란드의 <카모메 식당> 우연히  아는 동생에게 추천받아 메모해 두었던 일본영화였는데, 아직까지 보질 못하고 있던 중 책 속에 이 영화의 장소가 꽤 언급되다 보니 빠른 시일내에 영화를 꼭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고나면, 나도 핀란드의 <카모메 식당>이 가고 싶어질까?

 


'책여행책'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책 속의 시공간으로 빠져 들어가 '그곳'을 거늘며, 책 속의 등장인물과 대화하고, 꿈 속을 유영하듯 책과 현실을 오가며 '책여행'을 했다. 도대체 불가능할것 같은 온갖 여정이 가능했다. 때론 책을 읽으며 지난 여행의 추억 속으로 떠나기도 했다. 다른 세상을 만나고 다른 삶을 인정하며 내가 되고 싶은 존재에 근접해가는 것. 책과 여행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_ 박준. 방콕 아틀랜타 호텔(The Atlanta Hotel)에서


나도 이 책을 읽으며 때로는 여행의 갈망을 느끼기도, 어쩌면 내가 알지 못한 다른 그 나라의 삶을 직접 보고, 느끼고, 만지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여행 에세이에 이렇게 집착하는것 또한, 그들의 ,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나름대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지도. 내가 할수 없음에, 내가 갈수 없음에, 지금 현실에서 탈피, 일탈의 용기가 없기에.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말도 안되는 합리화로 스스로를 위로하는지도 모른다. 자유로운 여행, 자유로움 삶, 누구나 꿈을 꾸고 누구나 갈망하는 것이겠지. 박준님의 글에 꽤 많이 공감하고 끄덕이기도 했지만, 크게 내게 와닿지 않았던 것은 아마 내가 있는 그대로를 모두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책 첫장의 시작 글 한 줄이 내 마음을 스스로 다독여주고 위로가 뒤어주었다.'461,918km를 날아 29개의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 집을 떠날 필요는 없었다. 안락의자와 8,894 page의 책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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