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가제본으로 먼저 받게 되었던 '김종욱 찾기' 얇은 책에 가제본이라는걸 알려주려는듯 조금은 성의없어보이는 표지와 활자들, 하지만 남들보다 먼저 읽을수 있다는 설레임은 이런 실망스러움을 모두 감싸 안아 주는듯해. 후루룩 뒤적여보니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아주 얇은 책이었다. 이미 작년 5월쯔음 대학로 소극장에서 뮤지컬로 먼저 만나 보았기에 내용을 빤히 알고 있음에 큰 기대감이 없던것도 사실.- 솔직히 뮤지컬은 좀 지루하기도 식상하기도 했으니까 - 그래서 인지 이 얇은 책을 읽는 손에 쥐고 있는 시간 또한 꽤 오래였던 것 같아. 마음만 먹으면 몇시간이면 후딱 해치울 분량을 난 적어도 꼬박 일주일을 껴안고 있었으니까! 일주일동안 꼴랑 50페이지를 겨우 읽은후 남은 150페이지를 오늘 앉은 자리에서 후딱 해치웠다. 생각보다 너무 잘 읽히는 책이였는데, 뮤지컬에 대한 아련한 기억 덕분에 아마도 감흥이 없었기 때문일것.

 

잡지사 기자로 일하던 29살의 효정, 그녀는 어느날 백수가 되고 우연히 친구를 따라 갔던 친구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알게된 성재, 그 또한 광고회사에서 해고 당하고 첫 광고지 업무를 맡긴 손님이였던 엄마의 계모임 회원중 한명인 친구 속칭 복부인은 곗돈을 가지고 사라져 버리고, 텅빈 그곳, 사무실에서 자신이 만들었던' 당신의 첫사랑을 찾아 드립니다' 라는 문구의 대출 광고지를 수천장과 함께 며칠을 그곳에서 머물게 된다. 효정 또한 우연히 자신의 친구 청접장에 끼워진 이 광고지를 들고 찾아간 그 대출 사무실에서 성재를 만나게 된다. 순진한 그녀는 광고지의 글처럼 사람을 찾아주는 곳인줄 알지만 성재 또한 대출광고지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한채 그녀의 첫사랑을 찾아주는데 함께 하게된다.

 

그녀가 24살 홀로 떠난 인도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김종욱이란 남자,  그녀의 여행길 스토리를 읽다보니 인연이라는것이 진정 있을까? 싶은 마음도 나 또한 그런 인연을 만나고픈 마음도 살며시 들기도 한다. 그들은 여행을 함께 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온후 아무런 연락처도 서로에게 남기지 않았다고 효정은 말한다. 5년전의 그 사람을 찾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 또한 단지 이름 하나로 어떻게 찾을수 있을지 막막하지만, 성재는 물신양면으로 그녀의 첫사랑 찾기에 함께 해준다. 그러면서 그 또한 효정에 대한 감정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녀의 첫사랑을 찾는것에 동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김종욱'이 나타나지 않기를 마음 한켠으로 바라는 그의 마음이 얼마나 혼란 스러울지....

 


내 첫사랑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어김없이 장난삼아 묻곤 했다. 지금 와서 김종욱을 만난다면 다시 사랑에 빠질 것 같으냐고.

그렇다. 너무 확실한 마음이라 오히려 대답하기가 꺼려졌던 것이다. 다시라고 말할 것도 없이, 나는 항상 그를 사랑해 왔다. 앞으로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 해도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내 마음은 소유나 집착과는 거리가 멀다. 도대체 이게 내 안의 어디서 비롯된 마음인가 싶을 만큼 영롱하고 애틋해서 나도 앞에 세워 놓고 그저 물끄러미 들여다 볼 수 밖에 없는 그냥, 사랑이다 _P.130 


참 가볍게 읽히면서도 그들의 감정 표현에, 마음 표현에 나 또한 자꾸 옛기억이 나는건  어쩔수 없나보다. 왠지 나의 서툴렀던 마음표현과 상대방에게 받았던  마음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 했던 , 아직은 모든게 서툴렀던 어린 그 시절, 지금도 가끔 그 오랜 추억을 마음속에서 꺼내 필름처럼 되감아 보다보면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주인공 효정의 성격에서 나는 왠지 꽤 동질감을 많이 느끼기도 한다. 나 또한 표현하지 않음으로 아주 오랜 시간뒤 후회를 하기도 했으니까.. 아마 효정 역시 왠지 모를 두려움, 무서움, 그리고 자신감 상실, 그런 복잡한 여러 생각들로 마음을 표현함이 두려웠겠지. 그런 그녀를 보며 괜시리 안타까움이 물밀듯 밀려온다.

 


쿨한 건 그런게 아냐. 쉽게 만나서 자고 쌈빡하게 헤어지는거, 그건 문란한 거지. 누구나 맘만 먹으면 할수 있는 거야. 한 사람 사랑하면서 배신당할까봐 쫄지 않고 상처받을까봐 이거저거 재지 않으면서 미친 듯이 사랑하는거, 그게 쿨한 거지 _ P. 169



늘 효정의 마음을 비웃어대긴 했으나 나는 내심 그녀의 사랑을 동경했었다. 첫사랑이란 건 조금씩 덜 익거나 부서진 구석이 있기 마련이라 그 모자란 부분 속에 환상을 채워 넣을 수 있다. 환상은 방부제와 같아서 사랑을 쉬이 사라지게 놔두지 않는다. 서로 잊으려야 결코 잊을 수 없는 , 사랑의 기준이 되는 그런 사람 하나쯤은 나도 있으면 좋으련만 _ P. 190



사람이 외롬다는 것을 깨닫는 건 다른 사람들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인가 보다. 따뜻함 속에서 저 안쪽을 간질이는 사소한 질투심과 함께 은근하게 몸을 감싸오는 외로움. 누가 말했더라, 적당한 외로움은 축복이라고 _ P. 199


책을 덮고 나니 왜 이렇게 오랜 시간 질질 끌었나 싶을 정도로 허무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뮤지컬에서의 단조롭고 모든 내용들의 함축된 그 속에서 책의 세세함과 섬세함을 찾으려 했으니, 아마 뮤지컬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을꺼라 생각했었는데,  꽤 괜찮은 책이구나, 메마른 내 감성에도 아주 잠시나마 두근거림을 주었던 것 같아, 영화개봉에도 별 관심 없던 나였는데, 영화로는 어떻게 이들의 사랑이 표현되었을지 내심 기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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