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 Bleak Nigh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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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개봉전부터 관심있게 지켜보던 영화 <파수꾼> . 사실 그 전에 보려고 벼르고 있던 또다른 독립영화 <혜화,동>을 아쉽게 놓치고 보지 못한 까닭에 이번에는 개봉과 동시에 다음날 바로 보기로 하고 예매를 했습니다. 다행히 그나마 개봉 다음날이라 상영시간대가 꽤 괜찮게 나왔더라구요. 독립영화의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지원을 받지 못해 상영관수가 소수이고 관객수가 적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상업영화보다는 빨리 종영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의 하나라고 할수있는것 같아요. 많이 알려지지 못하고 정말 아깝고 아쉬운 영화들이 짧은 기간의 상영을 끝으로 막을 내리니 개인적으로 정말 안타깝습니다. 독립영화는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계시는 관객분들께 정말 좋은 영화 한편을 소개해 드리고 싶었어요. 사실 저 또한 그렇다고 단편, 독립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꼭 좋은 영화들은 찾아보려고 노력중이거든요!

그래서 올해 처음 만난 독립영화는 <파수꾼>이였습니다. 이 영화는 3명의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의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이 아이들의 일상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모든 대화가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나고, 불량학생스런 모습이 가득하거든요! 하지만 이들 사이에도 우정이 있고, 따뜻한 감정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영상이 반복 됩니다. 수순을 따르지 않고 현재의 그들의 이야기속에 과거의 추억들이 묻어있습니다. 영상은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담아 그들의 내면속 감정을 끌어내기라도 할듯 크로즈업 화면이 많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대화가 많은 영화라는 생각도 드네요. 끊임없이 그들은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대화속 내용들은 다분히 서로를 이해못하고, 이해를 강요하는 듯한 단어들과 이야기가 난무합니다.

그렇게 친하던 3명의 소년들,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어쩌면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그렇게 풀지못한 오해는 비극적인 결말을 안겨주었지요, 누구에게나 우상이 되고 싶었던 일명 학교 '짱'이였던 기태. 그가 원했던건 모두가 자신을 좋아해주고 이해해주며 따라주길 원했던게 아닐까요? 그리고 기태의 친구 희준은 그런 기태의 자기중심적인 행동이 못마땅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동윤 역시 두 사람 사이에서의 일어나는 오해와 싸움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결국 기태로 인해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까지 상처를 주게 됩니다. 끝없는 그들의 대화속 대화를 들으며 그들의 내면에 비친 감정의 표출을 보며 왠지 스릴러를 보는듯 내내 긴장하지 않을수 없더군요. 왠지 모르게 몰입과 긴장감이 영화를 보는 두어시간 동안 제 가슴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태역을 맡았던 이제훈 군의 연기가 단연 독보이더군요. 다른 두 배우 또한 연기가 좋았지만 기태의 내면연기는 꽤 인상깊었답니다.

마지막으로 오랫만에 정말 좋은 영화 한편을 본듯합니다. 주말인 금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무비꼴라쥬 관에는 <파수꾼>을 보러 온 관객들은 고작 15명 내외였습니다. 그만큼 독립영화를 찾는 분들이 없다는 말이겠지요. <파수꾼> 역시 상영기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일주일내외로 상영시간대가 급속히 줄어들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한답니다. 그전에 우리 이웃님들께 꼭 한번 관람하러 가시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괜히 이렇게 적극 추천했다가 돌 맞을까봐 걱정도 되지만 말이죠 - ^-^);;;; 결말은 조금 허무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영화 전반적으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비록 성장시기에 있는 미성숙한 자아의 소년들의 이야기이지만 그만큼 감성과 표현에 서투름이 부른 비극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왠지 적나라하고 직설적인 그들의 대화들이 영화라기보다는 일상의 다큐를 보듯 정말 자연스러울 정도였으니까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라면 자녀와 함께 봐도 될것 같아요(15세 이상), 봄기운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이번 주말. 이 영화를 콕!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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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소담 한국 현대 소설 1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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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표지는 자기계발서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어떻게 보면 소설같기도 어찌보면 계발서 같기도 애매모호한 느낌의 책이다. 사실 제목과 표지만 보고 나는 자기계발서 일거라 생각했는데, 소설이였다. 저자 이혜린은 신문사 연예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고, 그리고 그녀가 겪은 연예계의 실제 사연을 모티브로 얻은 소설이라고 한다. 경험이 없는 이가 이 책을 썼다면 어쩌면 막연한 상상이 동원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경험이 풍부히 들어간 이 소설은 과연 내가 생각하는 기자들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질지 궁금해진다.

 

대학 졸업후 한 스포츠신문의 수습기자로 들어간 이라희. 그녀는 자신의 무한한 애정을 느끼는 영화 때문에 연예부 기자를 선택했지만, 그녀의 기자 생활은 녹록치 못하다. 늘 상사에게 쪼이고, 경쟁 신문사들에게 특종을 놓칠까 온 신경을 곤두세운채 하루하루 정말 전쟁아닌 전쟁을 치룬다. 사실 내 눈에 비치는 티비속 기자들의 모습들이 전부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들의 고단하고 힘든 직업을 택해 늘 육체적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고통을 호소하는게 기자인가 보다 .. 라고 막연하게 치부해 버렸으니까! 하지만 이 책 속에는 정말 기자들의 일상이 리얼리티하게 담겨져 있다. 왠지 드라마 한편을 속도감 있게 보는 기분이랄까? 주인공 '이라희의 자충우돌의 기자의 삶'이라고 부재를 써도 왠지 잘어울리는듯한 느낌. 작가의 센스있는, 그리고 직설적인 이야기와 위트있는 표현들로 나는 쿡쿡 웃음보가 몇번을 두고 터졌었다. 어떻게 이런 센스를 발휘할수 있는걸까? 라며 작가의 글솜씨에 내내 감탄하며 실실 쪼갠듯하다. 책을 읽는동안 내내 즐거움과 흥미를 주기도 했지만, 사실 어떠한 모티브 없이 흘러가는 스토리는 약간의 진부하고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왠지 루즈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똑같은 사건의 반복을 다른 관점으로 들려주는 느낌이랄까? 중반부를 지나면서 이런 생각은 점점 진해지는듯 하다.

 

사실 내 스스로 기자에 대해 큰 관심이 없긴 했지만, 이 소설 덕분에 기자의 일에 조금이나마 한발 다가간듯 알게된듯하다. 연예인과 기자는 어쩌면 앙숙일수도 어쩌면 친구가 될 수 있듯, 이 책 속에서도 뜨기 위해 기자들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어떠한 모습, 어떠한 사건을 기사로 내달라며 부탁하는 연예인부터, 멋모르는 신입기자 시절 썼던 한 기사로 인해 고소를 당하기도 한다. 다른 신문사 기자에게 배신당해 특종을 빼앗기기도 하고, 또한 서로 속고 속이며, 또한 네티즌들에게 악성덧글 테러를 당하기도 하고, 명예와 돈을 위해선 양심, 우정 , 사랑 따위는 기자에게는 없는 것일까? 사이코패스 같은 부장의 말도안되는 미션들을 수행해야 하고, 정식기자가 되기 위해선 동기들과 피터지게 싸워야 한댜 "세상에는 개새끼가 무수히 많으며 , 그 중 상당수는 우리 회사에 있다"(212쪽)왠지 공감백! 하고 싶은건, 나 또한 쩔대로 쩔은 직장생활의 회의감이 아닐까? 지금은 비록 아니지만 전 직장에서 상사, 선배들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로 결국 딱 만 2년만에 퇴사를 했다. 그리고 퇴사한 날부터 갑자기 긴장감이 풀린 탓인지 3일을 꼼짝없이 극심한 몸살로 인해 체중이 4kg가 쑥 빠지기도 했던 기억이 스물스물 떠오른다. 사실 지금 다니는 곳은 그전 회사보다 스트레스가 없고 자유롭게 일할수는 있지만 역시 나 또한 박봉이다!! 그래도 오랜 시간 계속 다닐수있는건 내 마음이 편할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라희가 얻은 거라고는 스트레스로 생긴 식도염과 이기적으로 변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갑작스런 사로 생명을 잃은 아이돌 스타 소식에 함께 슬퍼하며 애도하기보다는 그들은 앞다투어 기사를 쓰는데 여념이 없었던 부분을 읽으며 참 씁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통화를 한게 누구인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유서는 없는지 등등, 오로지 기사거리만 찾아다니는 이라희의 모습을 보며 감정없는 인격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이렇게 까지 특종에 열올리는것 또한 우리 네티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또한 연예인들에 대해 관심이 많은것도 아니지만, 가끔 눈에 띄는 낚시성(?) 제목의 기사가 보이면 저절로 어느새 클릭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저널리즘은 아니죠, 기자들도 잘 압니다. 알아! 그런데 그걸 자꾸 클릭해대잖아요? 거기 학생도 욕은 욕대로 하면서 그런 기사 다 클릭해 보죠? 여기서 카라 팔뚝에 털 많다고 쓴 기사 클릭한 놈 다 손들어봐요! 왜 하냐고 그걸! 고매하신 네티즌께서 그런 기사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어떡해! 신문사도 장사하는 곳인데 클릭수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게 싫으면 제대로 된 기사도 좀 클릭을 하란 말이야! 진짜 내가 부탁하고 싶다, 정말!(237쪽) 내가 클릭한 기사들의 반 이상은 정말 낚시성 기사가 많다. 뭔가 대단한 기사인듯해서 클릭해보면 정말 사소한 기사들로 가득 찬 내용들. 아마 이들이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올리는건 그만큼 클릭수를 올리기 위함이겠지만, 가끔 이렇게 허무한 기사를 볼때마다 살짝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기자들이 있음으로써 우리가 여러 정보를 쉽게 접할수 있고, 여러 소식을 들을수 있는게 아닐까? 오직 나쁜 점만 보고자 한다면 끝이 없겠지만, 그들 덕분에 우리도 편하게 여러 정보들을 얻을수 있으니 그분들께 한편으로는 고마워 해야할것 같다. 술술 잘 넘어가는 책페이지 덕분에 오랫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머리를 식힐수 있는 책이였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사회생활의 고단함을 제대로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지만, 저자의 위트있는 이야기에 그 시간만큼은 즐거웠던것 같다. 하지만 왠지 무언가 약간의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오직 재미있었다. 라는 느낌 외에는 딱히 이 책에 다른 표현이 좀 애매한듯하다.그래도 뭐 재미있었음 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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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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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장미가 그려진 치마를 입은 강렬한 표지와는 다르게 제목은 차디찬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듯 <차가운 밤>이라 쓰여있다. 많은 양의 독서를 하지도, 또한 한쪽으로 치우치는 편독. 그것들을 고쳐보려고도 하지만 왠지 고전은 어렵고 무겁고 답답한, 딱딱한 느낌일듯한 생각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늘 머릿속으로만 무수히 발버둥 치는듯하다. 이 모든것들은 無言의 압박을 하듯 선뜻 다른 분야의 책들을 쉽게 접어들지 못하게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나에게 한 권의 책의 쥐어진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일뿐인 이 표지 하나가 이 책을 읽게끔 만들었다. 처음으로 아니 내 생애 몇권 안될지도 모르는 내가 읽은 고전 중 한 권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작가 바진은 1904년에 태어나 2005년에 생을 마감한 딱 백한살을 살아온 작가. 한세기도 살기 힘든 이 세상에 그의 오랜 삶이 말해주듯 바진은 자신의 삶에서 겪어온 중국의 소용돌이 같은 삶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 내려갔다. 이 소설은 고부갈등, 그리고 그들의 고달픈 삶들을 대변하듯 한 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탕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랜 옛시절에서나 볼수있을듯한 고부갈등은 중국 또한 다르지 않다는걸 보여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라 할수 있는 세사람. 왕원쉬안과 그의 아내인 청수성, 그리고 시어머니가 등장한다. 세사람을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진행된다. 주인공 왕원쉬안과 청수성은 대학시절에 만나 열정적인 지식인이였지만 그들은 정식 혼례를 치루지 않고 14년이란 긴 시간을 아들을 낳고 지낸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고 그들은 하루하루 연명하는데 급급한 초라하고 처량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형편에 아들을 귀족학교에 보내며 은행에서 근무하는 며느리를 보며 늘 그녀가 못마땅하고 불만스럽다. 고부갈등이 끊이지 않는 두 사람 사이에 왕원쉬안이 있다. 그는 고학력의 지식인이였지만 이제는 출판사에서 교정일을 보며 변변치 못한 월급으로 가정을 이끌어가는 무능한 남편이고 아들이고 가장일 뿐이다. 그는우유부단하고 안일한, 소심하기도 해서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서 떠도는 방랑자처럼 아무런 해결책을 주지 못한다. 왕원쉬안은 아내가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갈까 늘 노심초사하며 늘 긴장속과 스트레스 속에 살고있다.그러던중 왕원쉬안은 폐결핵에 걸리고 점점 기력을 잃어가며 점차 삶의 희망이 사라진다. 그런 그의 곁에서  아내 수성 또한 이 불안한 가정속에서 자신의 앞날이 불안하기만 하다.

 

"당신이 이렇게 떠나면 나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 당신은 여기서 잘 지낼 수가 없어요" 그의 말에 그녀는 다른 일이 떠올랐다. 갑자기 떠올라서 그녀도 어쩔수가 없었다. 울고 싶었으나 애써 참았다. 따뜻함이라고는 하나 없는 집. 선량하나 유약하고 병든 남편, 극히 이기적이고 완고하며 보수적인 어머니, 사움과 질시, 적막과 빈곤, 전쟁 중에 사라진 청춘, 자신이 추구했으나 날아가 버린 행복, 어두운 앞날, 이 모든 것이 그녀 가슴속에서 파도처럼 용솟음쳤다 (152쪽) 아내가 느낀 가정이라는것이 온통 짙은 어둠속을 걷는 것과 같다면, 나 또한 이런 미칠듯한 이곳에서 벗어나려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내 수성은 시어머니와 자신의 남편에게 늘 최선이였다. 넉넉치 못한 남편의 월급때문에 늘 집안의 가장 역할은 수성의 몫이었다. 그런 그녀를 어찌 미워할수 있느냔 말이다.

 

"흥! 나와 비교를 하다니! 넌 내 아들의 정부일 뿐이야. 나는 정식으로 혼인을 해서 이 집안에 들어왔다." 이 모습을 보는 그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했다. '두 사람은 도대체 왜 끊임없이 다투기만 할까? 가족도 몇 안되는데 왜 화목하게 지내지 못하는 것일까? 왜 내가 사랑하는 두 여인은 서로 공격하고 물고 싸우며 원수처럼 지내는 것일까?'이 오래된 문제가 그를 괴롭혔다. '사랑스러운 언어들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오직 증오와 경멸의 눈빛만 가득하고, 나는 안중에도 없군. 이 싸움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언제가 되어야 비로소 휴식을 얻을 수 있을까.' (184쪽)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떳떳히 내세울 것은 오로지 정식 혼인으로 집안 사람이 되었다는 것 뿐이다. 정식 혼례없이 살고있는 며느리에게 어찌 그리 비수같은 말을 할수 있는가! 그 두사람의 끝없는 분쟁을 보며 왕원쉬안의 내면이 울부짖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결국 이 소설의 세 사람의 결말은 어둡고 우울하다. 각자의 삶에 ,각자의 이야기가 그대로 베어 나오는 소설이다. 그래서 누구 한사람의 편이 되어주기도, 누구를 원망하기도 참 애매함이 느껴진다. 그들 각자의 내면의 모든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는 그들의 갈등이 빚어낸 참극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작가 바진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세 명의 주인공을 모두 동정하지만, 그러나 또한 그들 모두를 비판한다" 아마 바진 또한 각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그들을 모두 이해할수있지만, 가정을 파탄과 파멸로 이끌고간 이해와 소통이 없었던 그들을 비판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이것이 내가 느낀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들의 갈등과 다툼은 결국1940년대 불공평한 사회와 전쟁으로 왕원쉬안의 가정처럼 평범한 그들의 안정적 삶을 지켜주지 못해서 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그때와는 비교도 할수 없을만큼 발전이 있고, 풍요로워 졌지만 아직도 불평등한 사회는 여전히 남아있고, 어려운 삶을 영위해가는 그들은 여전히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현재에도 고부갈등은 남아있고,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할수 없는 그들은 아직도 수없이 그들만의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 읽는내내 싸늘한 냉기가 책 속속들이 차오르듯 한기가 느껴지는듯 하다. 씁쓸함과 허탈함과 허무감이 베어나오기만 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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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50 - 은근한 불로 노릇하게 부쳐 먹는 한국의 슬로푸드
손성희 지음 / 시드페이퍼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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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가 다가올쯔음 책한권이 도책했다. 명절하면 떠오르는 음식 <전> 에 관한 레시피가 한가득 실려있는 얇디 얇은 책. 사실 전 종류를 무척 좋아하는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 괜시리 내 기분까지 덩달아 보슬보슬 가랑비처럼 흠뻑 적셔지는 그런날 모락모락 피어오르듯 달달한 동동주와 노릇노릇하게 부쳐진 해물파전이 간절해지기도 한다. 전 종류가 50가지나 되나? 하며 의아해 휘리릭 뒤적여본다. 사실 뭐 많은 전 종류를 살아오면서 접할 일도 없지만, 그렇다고 다양한 종류를 먹어보지 못했으니, 조금만 먹으면 느끼함에 고개를 설레설레 도리질 까지 하니 말이다. 제일 대표적으로 '전'하면 김치전과 파전이 아닐까 싶다. 사실 개인적으로 파전보다 김치전을 무척 좋아한다. 느끼함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나른한 휴일, 가끔 엄마가 만들어 주시는 김치저는 개눈감추듯 앉은자리에서 뚝딱 하기 바빴던듯하다.  



정말 생각치 못했던 많은 종류의 전들이 소개되어있다. 들어보지도 못한 연근전, 움파산적,육원전, 표고새우완자전, 매생이전, 연어깨전, 조갯살달래전, 참나물전, 메밀묵전, 냉이우렁전, 주꾸미탕탕이전, 무다시마전, 닭살견과류전, 감자명란치즈전, 마늘종홍새우전,제육숙주전, 라이스채소전 등등 정말 수많은 전들이 나열되듯 깔끔한 음식 사진들과 함께 레시피 또한 간결하면서 잘 따라 만들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본문을 들어가기전 전의 필수요소인 기름과 가루에대해 세세히 알려주니 이 책을 펴낸 분의 세세하고 섬세한 배려심을 느끼기도 한다. 기름의 종류인 "올리브유, 포도씨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씨유, 참기름과 들기름"의 특성과 적절한 사용법 그리고 "밀가루, 부침가루, 튀김가루"의 알지못했던 특성과 설명이 잘 나와있는듯하다." 늘 전을 만들때면 부침가루를 많이 쓴듯하다. 아마 음식에 문외하다 보니 제일 많이 쓰이는 것이 정답일거라고 늘 생각해 왔기 때문일듯.  

 


전은 평상시엔 일상으 반찬 이지만 비오는 날엔 파전으로, 명절에는 산적요리로 상황에 따라 트랜스포머처럼 특별한 변신이 가능하다. 뻔한 파자마 파티 대신, 메인 재료 하나만 있으면 간단한 레시피로 뚝딱 만들어 낼수 있는 전 덕분에 친구들과 타임머신을 타고 추억여행 제대로 다녀왔다(71쪽) 요즘은 서양화된 우리의 식습관으로 인해 인스턴트나 패스트 푸드가  많아지고, 쉽게 접할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음식들은 점점 가볍게 접할수가 없는 왠지 간식거리라기보다는 간단히 먹기엔 불편하고 한끼 식사로 해결해야 할듯한 음식들이 대부분인듯 하다. 이 레시피책을 보면서 조금만 더 노력하고 생각한다면 햄버거나 피자 못지않는 사랑받는 음식이 될텐데... 라는 아쉬움이 꽤 많이 남는다. 아이들 건강에도 그리고 부모님의 간단한 간식거리로도 좋을듯한 정말 다양하기만하다.  


잔치에서 전이 빠지면 섭섭하듯, 전에 술이 빠지면 왠지 허전해 저의 개인적인 취향과 호기심에서 전과 곁들이면 좋을 술의 궁합도 소개했습니다. '젼=막걸리'라는 익숙한 공식을 깨트리고 국적 불문한 다양한 술들을 담았습니다. 맛있는 제철 음식이 모두 전의 재료가 되다보니 전통주, 사케, 와인, 맥주, 칵테일 등 세상의 모든 술과 잘 어울리더군요 (여는 글) 오롯이 전에 대한 레시피뿐 아니라 전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술도 추천해 주고있다. 오로지 파전엔 동동주+막걸리뿐이라고 생각했던 내 고정관념을 한 번에 깨주듯이 말이다. 이렇게 많은 전 종류 중에서 유독 곶감전과 양파전, 고추전이 유달리 내 식욕을 자극한다. 아무래도 생소한 여러 다른 전 보다는 눈에 익는 ,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고추와, 양파이다보니 사진속 음식을 보며 괴로움에 몸부림 친다. 이 레시피 책은 왠지 꼭 한권쯤 가지고 있어야 할 필수 소장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언제든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모임에서 빛을 발해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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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멈춤 - 서른 살, 지독히 서럽고도 행복한 여행 순례자
김진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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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지독히 서럽고도 행복한 여행순례자'라는 표지의 작은 소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가 느낀 마지막 20대와 다가올 30대. 그리고 특별한 서른을 위해 떠난 남극에서 히말라야까지의 걷기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이 책을 접하기 전, 난 또다른 걷기여행에 관한 에세이집을 읽은적이 있다.그 당시에도 나는 책속에 푹 파묻혀 읽는 내내 ' 아.. 떠나고 싶다!' 라는 부푼 가슴이 설레발을 치고 있었던.. 그리고 또 다시 , 그 에세이집과는 상반되는 듯한 또한권의 걷기여행 에세이집을 손에 쥐어 들었다. 사실 "걷는다"라는 것은 일상에서 늘 언제나, 빠질수없는 작은 움직임이 아닐까?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상의 움직임이기 때문에, 한번도 그 당연함이 몸에 베인듯 그 어떤 의미를 두지 않았고,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 늘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전혀 주위를 둘러볼 여유조차 갖기 않고 그동안 너무 빡빡하게 그리고 급하게 오로지 정면을 주시하며 걸어왔구나. 내가 생각하는 그 평범한 걷기가 어떤 이에게는 생의 소원이 될수도 있을텐데, 난 그 평범함속의 소중함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퍼붓는 비가 내일 아침에는 쨍하고 해를 내비쳐 줄까. 이렇게 비가 오면 피레네 산맥을 넘기가 힘들텐데... 어느새 오지도 않은 내일을 미리 걱정하는 못된 마음의 버릇이 살짝 고개를 든다.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못된 버릇... 이 길에서 나는 무엇을 얻을까. 카미노는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까. 몸에 밴 욕심이다. 무엇을 얻기보다 다만 버릴 수 있길. 산티아고로 가는 나에게 부탁한다 (324쪽) 삭막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난다는건 , 그 짧은 기간의 여행속에서 무언가 꼭 얻어가리라! 라는 의욕이 샘솟는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니깐! 잠시 잠깐의 일탈에서도 비우기 보다는 채우기에 급급했던게 아니였을까? 욕심의 욕심에 만족에 만족을 느끼려 했던 수많은 그 날들이 지금에 와선 물거품처럼 허무한 짓거리 였다는걸 새삼 느끼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여행'은 오롯이 '休'가 아닌 '樂'을 위함이였던것 같다. 여행을 떠난 그곳 여행지의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보고, 숨쉬고, 내려놓음으로서 내 안의 무겁기만 한 응어리들을 모두 버릴수 있는 오직 여행만을 위한 여행을 나에겐 없었던 것인가!

 

평범한 일상을 뒤로하고 생에 단 한번은 이유를 달지 않고, 마음을 쫓아가 보는것. 아주 고독하고 쓸쓸하고 아플지라도 마음을 다해 걸어가는것... 웃고 싶어진다. 살고 싶어진다. 그렇게 걷고싶어진다... 산다는 것과 살아있지 않다는것. 죽음조차도 부인한 삶에서 나는 무엇을 그렇게 부둥켜안고 살았을까? 책을 읽는내내 조잡스러운 , 그리고 가볍기만한 집중력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활자들이 내 머리주위를 빙빙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감정과 느낌을 고스란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똑같은 글귀들을 몇번씩 반복해 읽기도 했지만, 왠지 괴리감만 더 생기는건 무엇때문인지... 오로지 그녀가 매순간 느꼈던 단상들로 온통 활자들을 잔뜩 채운 이야기들 때문이였을까? 아니면 맞지않은 옷을 입은듯 먹구름이 잔뜩 낀 것처럼 지금의 나에게 맞지않는 책을 집어들었던 나의 잘못이었을까? 이유야 어찌됐든 그녀의 이야기들에 절대적으로 공감하지 못함이 아쉬울뿐이다. 그렇게 실망스러운듯 책을 덮은후 우연히 뒤표지에 있는 하나의 글귀에 잠시 넋이 빠진듯 생각속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나는 무엇을 그렇게 부등켜 안고 살았을까...' 이 글귀 하나가 심장에 콕 박히듯 스스로에게 되묻기를 반복하듯, 답을 찾지 못하는 내 머릿속은 당혹스러움에 잠시 온 몸이 마비된듯 물음표 수만개를 달고 정답을 찾고있다.

 

저자는 춥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춥디 추운 나라에서 걷기여행을 시작한 것인지, 그녀는 어떤 것을 얻고 , 어떤 것을 버림으로 다가올 서른이란 나이에 맞서려 했던 것일까?사실 늘! 언제부터인가 서른 이라는 단어나 그에 관한 책들을 접할때마다 나도 모르게 덥썩 집어들기 일수였다. 나는 무엇을 그 책속에서 얻으려했고 어떤 책속 이야기에 공감하려 했으며, 또 어떤 글들로 위로를 받고 싶어했던 것일까? 이 책 또한 남극.. 외에 접해보지 못한 나라들의 에세이집이라는 점에서 끌렸다기 보다는, 그녀의 30대의 시작은 어떤 느낌일지 그것이 궁금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그녀는 인도(히말라야), 파키스탄(K2), 네팔(안나푸르나), 스페인(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여행하면서 여행지에 관한 에피소드나 그곳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추억과 슬픔, 아픔, 사랑에 관한 기억들을 회상하고, 버리고 , 느낌을 그대로 써내려간듯하다.무언가 채워지지 못함이 계속되었고, 나는 그런 그녀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지 못했다.지극히 이기적인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 책이였지만, 어쩌면 저자는 자신이 느꼈던 모든것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극한의 추위와 고통과 육체적 압박감을 이겨내며 걷기를 계속 하며 그 속에 그 순간의 시간속에 느꼈던 것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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