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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ㅣ 소담 한국 현대 소설 1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왠지 표지는 자기계발서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어떻게 보면 소설같기도 어찌보면 계발서 같기도 애매모호한 느낌의 책이다. 사실 제목과 표지만 보고 나는 자기계발서 일거라 생각했는데, 소설이였다. 저자 이혜린은 신문사 연예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고, 그리고 그녀가 겪은 연예계의 실제 사연을 모티브로 얻은 소설이라고 한다. 경험이 없는 이가 이 책을 썼다면 어쩌면 막연한 상상이 동원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경험이 풍부히 들어간 이 소설은 과연 내가 생각하는 기자들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질지 궁금해진다.
대학 졸업후 한 스포츠신문의 수습기자로 들어간 이라희. 그녀는 자신의 무한한 애정을 느끼는 영화 때문에 연예부 기자를 선택했지만, 그녀의 기자 생활은 녹록치 못하다. 늘 상사에게 쪼이고, 경쟁 신문사들에게 특종을 놓칠까 온 신경을 곤두세운채 하루하루 정말 전쟁아닌 전쟁을 치룬다. 사실 내 눈에 비치는 티비속 기자들의 모습들이 전부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들의 고단하고 힘든 직업을 택해 늘 육체적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고통을 호소하는게 기자인가 보다 .. 라고 막연하게 치부해 버렸으니까! 하지만 이 책 속에는 정말 기자들의 일상이 리얼리티하게 담겨져 있다. 왠지 드라마 한편을 속도감 있게 보는 기분이랄까? 주인공 '이라희의 자충우돌의 기자의 삶'이라고 부재를 써도 왠지 잘어울리는듯한 느낌. 작가의 센스있는, 그리고 직설적인 이야기와 위트있는 표현들로 나는 쿡쿡 웃음보가 몇번을 두고 터졌었다. 어떻게 이런 센스를 발휘할수 있는걸까? 라며 작가의 글솜씨에 내내 감탄하며 실실 쪼갠듯하다. 책을 읽는동안 내내 즐거움과 흥미를 주기도 했지만, 사실 어떠한 모티브 없이 흘러가는 스토리는 약간의 진부하고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왠지 루즈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똑같은 사건의 반복을 다른 관점으로 들려주는 느낌이랄까? 중반부를 지나면서 이런 생각은 점점 진해지는듯 하다.
사실 내 스스로 기자에 대해 큰 관심이 없긴 했지만, 이 소설 덕분에 기자의 일에 조금이나마 한발 다가간듯 알게된듯하다. 연예인과 기자는 어쩌면 앙숙일수도 어쩌면 친구가 될 수 있듯, 이 책 속에서도 뜨기 위해 기자들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어떠한 모습, 어떠한 사건을 기사로 내달라며 부탁하는 연예인부터, 멋모르는 신입기자 시절 썼던 한 기사로 인해 고소를 당하기도 한다. 다른 신문사 기자에게 배신당해 특종을 빼앗기기도 하고, 또한 서로 속고 속이며, 또한 네티즌들에게 악성덧글 테러를 당하기도 하고, 명예와 돈을 위해선 양심, 우정 , 사랑 따위는 기자에게는 없는 것일까? 사이코패스 같은 부장의 말도안되는 미션들을 수행해야 하고, 정식기자가 되기 위해선 동기들과 피터지게 싸워야 한댜 "세상에는 개새끼가 무수히 많으며 , 그 중 상당수는 우리 회사에 있다"(212쪽)왠지 공감백! 하고 싶은건, 나 또한 쩔대로 쩔은 직장생활의 회의감이 아닐까? 지금은 비록 아니지만 전 직장에서 상사, 선배들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로 결국 딱 만 2년만에 퇴사를 했다. 그리고 퇴사한 날부터 갑자기 긴장감이 풀린 탓인지 3일을 꼼짝없이 극심한 몸살로 인해 체중이 4kg가 쑥 빠지기도 했던 기억이 스물스물 떠오른다. 사실 지금 다니는 곳은 그전 회사보다 스트레스가 없고 자유롭게 일할수는 있지만 역시 나 또한 박봉이다!! 그래도 오랜 시간 계속 다닐수있는건 내 마음이 편할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라희가 얻은 거라고는 스트레스로 생긴 식도염과 이기적으로 변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갑작스런 사로 생명을 잃은 아이돌 스타 소식에 함께 슬퍼하며 애도하기보다는 그들은 앞다투어 기사를 쓰는데 여념이 없었던 부분을 읽으며 참 씁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통화를 한게 누구인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유서는 없는지 등등, 오로지 기사거리만 찾아다니는 이라희의 모습을 보며 감정없는 인격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이렇게 까지 특종에 열올리는것 또한 우리 네티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또한 연예인들에 대해 관심이 많은것도 아니지만, 가끔 눈에 띄는 낚시성(?) 제목의 기사가 보이면 저절로 어느새 클릭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저널리즘은 아니죠, 기자들도 잘 압니다. 알아! 그런데 그걸 자꾸 클릭해대잖아요? 거기 학생도 욕은 욕대로 하면서 그런 기사 다 클릭해 보죠? 여기서 카라 팔뚝에 털 많다고 쓴 기사 클릭한 놈 다 손들어봐요! 왜 하냐고 그걸! 고매하신 네티즌께서 그런 기사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어떡해! 신문사도 장사하는 곳인데 클릭수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게 싫으면 제대로 된 기사도 좀 클릭을 하란 말이야! 진짜 내가 부탁하고 싶다, 정말!(237쪽) 내가 클릭한 기사들의 반 이상은 정말 낚시성 기사가 많다. 뭔가 대단한 기사인듯해서 클릭해보면 정말 사소한 기사들로 가득 찬 내용들. 아마 이들이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올리는건 그만큼 클릭수를 올리기 위함이겠지만, 가끔 이렇게 허무한 기사를 볼때마다 살짝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기자들이 있음으로써 우리가 여러 정보를 쉽게 접할수 있고, 여러 소식을 들을수 있는게 아닐까? 오직 나쁜 점만 보고자 한다면 끝이 없겠지만, 그들 덕분에 우리도 편하게 여러 정보들을 얻을수 있으니 그분들께 한편으로는 고마워 해야할것 같다. 술술 잘 넘어가는 책페이지 덕분에 오랫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머리를 식힐수 있는 책이였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사회생활의 고단함을 제대로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지만, 저자의 위트있는 이야기에 그 시간만큼은 즐거웠던것 같다. 하지만 왠지 무언가 약간의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오직 재미있었다. 라는 느낌 외에는 딱히 이 책에 다른 표현이 좀 애매한듯하다.그래도 뭐 재미있었음 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