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멈춤 - 서른 살, 지독히 서럽고도 행복한 여행 순례자
김진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서른살, 지독히 서럽고도 행복한 여행순례자'라는 표지의 작은 소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가 느낀 마지막 20대와 다가올 30대. 그리고 특별한 서른을 위해 떠난 남극에서 히말라야까지의 걷기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이 책을 접하기 전, 난 또다른 걷기여행에 관한 에세이집을 읽은적이 있다.그 당시에도 나는 책속에 푹 파묻혀 읽는 내내 ' 아.. 떠나고 싶다!' 라는 부푼 가슴이 설레발을 치고 있었던.. 그리고 또 다시 , 그 에세이집과는 상반되는 듯한 또한권의 걷기여행 에세이집을 손에 쥐어 들었다. 사실 "걷는다"라는 것은 일상에서 늘 언제나, 빠질수없는 작은 움직임이 아닐까?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상의 움직임이기 때문에, 한번도 그 당연함이 몸에 베인듯 그 어떤 의미를 두지 않았고,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 늘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전혀 주위를 둘러볼 여유조차 갖기 않고 그동안 너무 빡빡하게 그리고 급하게 오로지 정면을 주시하며 걸어왔구나. 내가 생각하는 그 평범한 걷기가 어떤 이에게는 생의 소원이 될수도 있을텐데, 난 그 평범함속의 소중함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퍼붓는 비가 내일 아침에는 쨍하고 해를 내비쳐 줄까. 이렇게 비가 오면 피레네 산맥을 넘기가 힘들텐데... 어느새 오지도 않은 내일을 미리 걱정하는 못된 마음의 버릇이 살짝 고개를 든다.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못된 버릇... 이 길에서 나는 무엇을 얻을까. 카미노는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까. 몸에 밴 욕심이다. 무엇을 얻기보다 다만 버릴 수 있길. 산티아고로 가는 나에게 부탁한다 (324쪽) 삭막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난다는건 , 그 짧은 기간의 여행속에서 무언가 꼭 얻어가리라! 라는 의욕이 샘솟는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니깐! 잠시 잠깐의 일탈에서도 비우기 보다는 채우기에 급급했던게 아니였을까? 욕심의 욕심에 만족에 만족을 느끼려 했던 수많은 그 날들이 지금에 와선 물거품처럼 허무한 짓거리 였다는걸 새삼 느끼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여행'은 오롯이 '休'가 아닌 '樂'을 위함이였던것 같다. 여행을 떠난 그곳 여행지의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보고, 숨쉬고, 내려놓음으로서 내 안의 무겁기만 한 응어리들을 모두 버릴수 있는 오직 여행만을 위한 여행을 나에겐 없었던 것인가!

 

평범한 일상을 뒤로하고 생에 단 한번은 이유를 달지 않고, 마음을 쫓아가 보는것. 아주 고독하고 쓸쓸하고 아플지라도 마음을 다해 걸어가는것... 웃고 싶어진다. 살고 싶어진다. 그렇게 걷고싶어진다... 산다는 것과 살아있지 않다는것. 죽음조차도 부인한 삶에서 나는 무엇을 그렇게 부둥켜안고 살았을까? 책을 읽는내내 조잡스러운 , 그리고 가볍기만한 집중력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활자들이 내 머리주위를 빙빙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감정과 느낌을 고스란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똑같은 글귀들을 몇번씩 반복해 읽기도 했지만, 왠지 괴리감만 더 생기는건 무엇때문인지... 오로지 그녀가 매순간 느꼈던 단상들로 온통 활자들을 잔뜩 채운 이야기들 때문이였을까? 아니면 맞지않은 옷을 입은듯 먹구름이 잔뜩 낀 것처럼 지금의 나에게 맞지않는 책을 집어들었던 나의 잘못이었을까? 이유야 어찌됐든 그녀의 이야기들에 절대적으로 공감하지 못함이 아쉬울뿐이다. 그렇게 실망스러운듯 책을 덮은후 우연히 뒤표지에 있는 하나의 글귀에 잠시 넋이 빠진듯 생각속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나는 무엇을 그렇게 부등켜 안고 살았을까...' 이 글귀 하나가 심장에 콕 박히듯 스스로에게 되묻기를 반복하듯, 답을 찾지 못하는 내 머릿속은 당혹스러움에 잠시 온 몸이 마비된듯 물음표 수만개를 달고 정답을 찾고있다.

 

저자는 춥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춥디 추운 나라에서 걷기여행을 시작한 것인지, 그녀는 어떤 것을 얻고 , 어떤 것을 버림으로 다가올 서른이란 나이에 맞서려 했던 것일까?사실 늘! 언제부터인가 서른 이라는 단어나 그에 관한 책들을 접할때마다 나도 모르게 덥썩 집어들기 일수였다. 나는 무엇을 그 책속에서 얻으려했고 어떤 책속 이야기에 공감하려 했으며, 또 어떤 글들로 위로를 받고 싶어했던 것일까? 이 책 또한 남극.. 외에 접해보지 못한 나라들의 에세이집이라는 점에서 끌렸다기 보다는, 그녀의 30대의 시작은 어떤 느낌일지 그것이 궁금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그녀는 인도(히말라야), 파키스탄(K2), 네팔(안나푸르나), 스페인(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여행하면서 여행지에 관한 에피소드나 그곳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추억과 슬픔, 아픔, 사랑에 관한 기억들을 회상하고, 버리고 , 느낌을 그대로 써내려간듯하다.무언가 채워지지 못함이 계속되었고, 나는 그런 그녀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지 못했다.지극히 이기적인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 책이였지만, 어쩌면 저자는 자신이 느꼈던 모든것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극한의 추위와 고통과 육체적 압박감을 이겨내며 걷기를 계속 하며 그 속에 그 순간의 시간속에 느꼈던 것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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