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대신, 여행 - 오늘은 여행하기 좋은 날입니다
장연정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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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대신,

 

여행

 

 

그러니까 , 계속되는 건조한 일상에, 무료함에, 흥미상실에 , 방황의 나날을 계속 보내는 어느날, 집에 수두룩히 쌓여있는 책들을 집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가 결국은 서점에 들려 또다른 책을 품에 안고 돌아왔습니다. 다시 패턴을 찾고 싶었어요, 공허한 마음에서 , 채워지지 않는 계속되는 갈증과 갈망에, 소설보다는 내 마음을 위로해줄, 다독여줄 , 그리고 기댈수 있는 에세이집에 저절로 시선이 갔습니다. 그랬던것 같아요, 어떠한 것에도 위로받지 못한 채, 더욱 더 집요하게 이 에세이 집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했으니.

 

 

 

이번 장연정님의 에세이는 소중한 친구를 잃은 슬픔과 상실로 ,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다시한번 돌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슬픔과 모든 감정들로부터의 치유를 위해 프랑스로 떠나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여행자로써, 고통와 아픔에 당당히 마주 볼수 있기를 기대하지요.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 그녀의 여행 흔적들은 고스란히 추억과 아련한 기억으로 길을 따라, 희미하게 흔적을 남기네요.

 

여행 에세이라기 보다는, 그녀의 상처를 치유하는 그러니까 '산다' 라는 의미를 오롯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끼려는 것에 이 에세이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잃고서 비로소 깨닫게 된, 사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똑바로 직시하게 된 것이지요. 그녀의 짧지만 그녀의 심장 한 부분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여행자로서의 짧막 짧막 이어지는 이야기들과, 그녀가 여행을 다니며 생각하던 단상들로 , 또한 발자취를 따라 남겨진 사진 속에서 , 그녀의 내면과 마주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 또한 위로받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슬픔들을 내 것으로 흡수하기에는, 지금 저는 너무 건조하게 말라 버렸으니 말이지요.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그래서 그런 그녀가 무한한 감정과 애정으로 써내려갔을 텍스트들을 감흥없는 시선으로 읽어 내려갈 뿐입니다. 삐툴어진 시선으로, 그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자니, 그녀의 감성스러운 글귀들이 모두 작위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던것 같네요. 분명 그녀는 자신의 슬픔을 토해내듯 적어 내려갔을 듯한 그 글귀들이 -

 

 

나,

아픈 것은 여전히 아프고

슬픈 것은 여전히 슬프지만,

그렇게 변한 너도 생각보다 나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변한다는 건 모든 것들에게 다 자연스러운 일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어

 

 

 

 

 

 

혼자 상상해보는 '둘'이라는 단어.

 

'혼자'라는 말이 없었다면 별로 아름답지 못했을지도 모를 나의 일상.

이 말에 공감한다면, 당신은 '혼자'라는 말의 아름다움을 잘 이해하는 사람

혹은 '둘이서'라는 말에 깊이 상처받아본 사람.

 

 

 

하지만, 모든 텍스트들이 그렇듯 삐툴어진 시선으로 보이는 건 아닙니다. 한켠으로는 소중한 친구를 잃었을때의 그 상실감과 고통, 상처가 얼마나 클지, 저 또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제는 소수가 되어버린) 어쩌면 귀중하고, 소중한 친구들의 얼굴들을 한명 한명, 떠올리기도 했으니까요. 또한 나 역시 '살아있다' 라는 것에 무덤덤해진채, 그토록 중요한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지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오랜 시간, 오랜 세월, 몸에 베인 습관처럼, 당연함으로 , 느껴지게 되었던 것일지도요. 그래서 지금의 이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건조함과, 상실감이 살아있음으로 해서 , 내가 이렇게 무료하게 지내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고, 또한 느끼는 것일테지요.

 

뭔지모를 허무함이 밀려 듭니다. 잠시나마 공감하며 , 내 답답한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쩌면 조금이라도 내게 웃음을 줄수 있는 책 한권이 되어주길,  되었으면 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마음이 더욱 심장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은듯 조여오는 느낌입니다. 잠이 오지 않은 휴일의 새벽을 꽉 채워 주는 친구가 되어 주었지만, 그래도 허 해진 마음은 채워지지 않은채, 긴 시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요, 지금의 이 끝없는 '상실'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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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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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일까, 봄의 시작일까.. 알수없는 짓누름이 꽤 오랫동안 나의 심장을  조이듯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 짓누름은 나의 달콤한 밤 잠을 빼앗아 갔고, 미소를 훔쳐 갔으며,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샘을 한없이 풍요롭게 만들었어요. 어두컴컴한 암흑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 쯔음, 이도우님의 소설을 집어 들었습니다. 성장소설. 딱히 와닿지 않음에, 타인의 성장기를 무료하고 무표정히 무감정스럽게 읽어 내려가지 않을까, 감흥 없이, 내게 와닿지 않음에, 실망하지 않을까, 책을 집어들고 표지를 한참을 바라보며 잠시 잡념에 빠져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無'스러움으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 소설은, 참 많은 혼란과 깊이 숨겨두었던 나의 추억을 몽글몽글 띄워 올려줍니다. 

 

같은 나이, 같은 학교, 하지만 다른 성격, 다른 현실의 수안 과 둘녕, 외가집에 객식구처럼 맡겨져 자란 둘녕은 늘 마음 한구석에 '불편함'과 '미안함'이 자리잡고 있었겠지요, 그에비해 수안은 녹록치는 않은 가정이지만, 두 부모와 동생이란 포근한, 어쩌면 둘녕에 비해, 둘녕이 가지지 못한 것을 '소유'함에 있어, 둘녕의 마음 깊이 자리한 , 공허함과 외로움을 몰랐을지도요. 늘 자신보다, 수안이를 생각하고, 위로해주며, 심장의 한부분처럼 그녀에게 헌신적인 둘녕이, 그러나 수안이는 알수없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소녀 같았습니다. 오롯이 둘녕이만이 자신을 이해하는 유일한 친구라 생각했으니, 그 아이에게 모든걸 , 기댈수 밖에 없었고요.

  

사랑하는 고둘녕.

네가 스웨터를 짜고 있을 땐,

나는 곁에서 같이 아늑해져.

넌 털실을 짜고

난 시간을 허비하지.

넌 물레를 돌릴 테고

딸기잼을 휘젓겠지.

축복할께, 내 사촌

언제나 마법 같은 손길 지니기를.

수안.

 

- 380 쪽

  

현실과, 과거, 그리고 추억의 반복되는 시간속에서, 저는 둘녕이의 시선과 생각,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함께 수없이 반복하고, 따라 읽으며, 가슴 한켠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과, 슬픔이 느껴져요. 두 소녀는 사촌지간 이면서도 그 두사람의 지독한 우정을 이야기 하는 이 소설에는, 두 소녀를 수많은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또다른 주변인물들의 소소한 삶이 녹아있습니다. 둘녕이는 끊임없이 수안이를 이해하려 했지만 어쩌면 결국 성인이 되어서도 그녀(수안)의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함으로 마음 속 깊이 트라우마가 생겼던 것이 아닐지..

 

둘녕이의 시선에서 시작되고 끝이 나는 , 그러니까 현실과 과거가 반복되는 이야기에는 , 소소한 추억을 떠올려주는 소품들과 배경들이 등장을 하기도 합니다. 저에게도 꽤 쏠쏠하게 사용되었던 '알보칠' , 그리고 안티푸라민, 종이인형, 간장 계란밥 등, 옹기종기 아이들과 함께 했던 놀이들과, 날계란에 간장과 마아가린을 넣어 슥슥 비벼 먹었던, 철없던, 그 시절도 기억이 나고요, 직접 만든 종이 인형에, 여러가지 옷을 그려서 오리고 입혀주며, 아기자기한 놀이도 좋아했던, 까마득한 추억들이 몽글몽글 하게 피어 납니다.

 

하지만  , 이 소설 이야기는, 마냥 소소하고 달콤하며, 옛 추억을 아삭아삭 베어 무는 짜릿함만을 주지는 않습니다.  둘녕이와 수안이의 주변을 돌아보면, 꽤나 가슴 아린, 그리고 아픈, 시큰한 울컥함의 상처를 깊숙히 안고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짙은 잔향처럼 주위를 맴돌고 있으니까요, 각자의 깊게 베여있는 상처와, 마음과는 다르게 전해져 버린 오해와 상처, 그리고 미안함. 분명 이 많은 이야기들을 텍스트로 전해주고 있음에도, 그 모든 텍스트들은 그들의 마음속에 담겨 있을뿐, 결국 내뱉어 표현하지 못함에 내면의 텍스트로 남아 버린 것이였을테지요,

 

하지만 그 순간 조용히, 이상하리만치 평온하게 잦아들던 내 마음이 지금도 느껴진다. 공기는 잔잔히 흐르고 소년은 그대로 내게 눈부셨다. 비로소 나는 소년이 지난날 내 첫사랑이었음을 깨달았다.(381쪽)

 

그 시절 그 아이는, 어쩌면 세상에 없는 언어로 얘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에게서 잊혀져가는 꼭꼭 숨어있는 말들을 찾아 배우고 싶었나 봅니다. 늘 쓰던 흔한 언어로는 말이 되어 나오지 않을 때 ,  이미 죽은 언어라는 사어(死語)를 배우고 싶은 마음일 때, 살다보면 나도 그런 마음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 어떤 언어로도 내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합당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말입니다. 하지만 말도 글도 쉽게 만들거나 배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럴 때면 나는 그냥 침묵합니다. (110쪽)

 

꽤나, 아프게 여운이 많이 남는 성장소설 <잠옷을 입으렴> . 책을 덮은후, 알수없는 시큰한 울림이,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제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나는, 그 시절, 그 시간,  그 기억 속에서 ,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었고, 누군가에게서 첫사랑의 아련함을 느꼈고, 또한 가족에게는 무심코 가시와 같은 날카로운 말의 내뱉음으로써, 나도 모르게 , 아픔을 주었던건 아닐까, 하고 .. 지난 오래된 기억과 추억들을 곱씹고, 또 곱씹어 봅니다. 오묘한 텍스트의 표현과 , 오묘한 느낌의 스토리 , 오즈의 마법 속, 오즈의 나라에 스며 들어온 듯, 꽤나 깊이 빨려들어 읽어 내려간 이도우님 소설은 정말 , 참 텍스트의 표현과 느낌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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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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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권을 가지고 꼬박 3주를 안고 있었습니다. 뭐 워낙 속도도 느린데, 요즘 귀신이 씌였는지, 광신 들린듯 영화를 봐 제끼고 있어서요, 그렇기도 하지만 잦은 야근에, 조금 일찍 귀가 하는 날에는 밀린 리뷰를 쓰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여유치 않다는 핑계를 대고 싶습니다. 여튼 그래도 , 다 읽긴 했습니다. 워낙 띄엄 띄엄 토막, 토막 읽어서인지, 미친 몰입 이라기 보다는, 소소하게 꽤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번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2 권에는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정치적, 풍자와 , 관습과 편견에 대한 일침을 놓기도 하고요, 은근 의외의 반전스런 느낌도 있습니다. 70년대 부터 근 2000년대까지의 시대 상을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삶에 비추어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서자(庶子)로 들어와 어려서부터 눈칫밥을 먹고 성장한 삼촌에게 이소룡은 어쩌면 비루한 삶의 탈출구 같은 존재가 아니였을까 생각이 드네요. 

 

이 소설은 주인공(삼촌)을 통해 , 이소룡을 추종했으나 끝내 저 높은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모방과 아류, 표절과 이미테이션, 짝퉁인생에 머물게 되는 한 남자의 기구한 삶이 70년대 산업화, 80년대 군부독재와 민주화혁명, 90년대 본격 자본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파란만장하게 보여주며 또한 관습과 편견을 풍자하거나 치졸한 욕망과 권력의 힘을 희화화시켜 조롱함으로써 가슴 싸한 쾌감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30년 정권의 변천사를 틀거리 삼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회적 악행과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인간군상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사회비판적인 리얼리티를 더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천명관님의 소설은 모두 소장하고 있지만, 이번 소설이 제가 접한 첫번째가 되었습니다. 제목에서도 끌렸지만, 표지가 왠지 무협지나, 코믹, 학원물에서나 볼듯한 느낌에 관심이 갔기에 , 다른 작품들 보다는 쉽게 손에 잡을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나의삼촌 브루스리>의 띠지를 보면 '배꼽잡게 웃기고 쓰라리게 가슴을 울린다' 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니, 띠지의 문구가 과장되지 않았다는것을 알수 있었네요, 사실 '배꼽잡게' 정도로 웃기지도 않고, 쓰라리게 가슴을 울리지도 않지만, 피식피식 실소와 옅은 웃음이 잔뜩 입가에 묻어 나옵니다. 또한 파란만장한 그(삼촌)의, 화려한(?)삶 속에 스며들어 들여다 보면, 꽤나 참, 그의 인생이 '기구하다'라는 생각도 들고요.

 

사실, 이 소설속 이야기는 참 장대하고 그 이야기의 범위가 꽤나 폭이 넓습니다. 산업화, 범죄와의 전쟁, 정치, 영화, 충무로, 삼류배우, 사랑, 가족, 편견, 보수적등 다양한 소재들이 녹아내려 있습니다. 이 많은 재료들은, 오롯이 삼촌이란 인물이 중심이 되어, 거미줄 처럼 연결되어 있지요, 또한 그를 통해 연결된 수많은 인물들과의 인연들은 다양한 직업들의 캐릭터로써 보여지지만, 전혀 복잡하거나 어지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캐릭터 하나 하나에 , 개성 강함이 느껴지니, 책 앞 페이지를 들추기며 , 캐릭터들을 찾을 혼란 또한 없습니다.

 

때로는 리얼리티하고 , 디테일한 표현과 텍스트에서는, 다소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자동적으로 상상을 하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이 소설의 텍스트가 이끄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한편으로는 문득  만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뭐라할까.. 만화책을  그림이 없이 활자로만 읽는 느낌이라고 해야할지요. 만화책을 읽는듯한 묘한 재미에, 영화의 이미지를 상상하게 만들어주는 즐거움은 왠지 텍스트로만 만들어진 만화책에 그림은 독자들의 상상으로 그림을 채워감에 있어, 완벽한 한 편의 작품을 만들수 있게 해줍니다. 그만큼 천명관님의 필력은 대단한 흥미로움과, 재미를 줍니다. 수많은 양념들이 듬뿍 들어가, 맛을 알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음식이 아닌, 필요한 요소요소들, 하지만 적지 않은 양념들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깔끔한 맛을 내는 훌륭한 음식과 같은 소설입니다.

 

가끔은 시대의 흐름속에서 이 이야기를 읽으며, 그 속에서 저의 추억, 그리고 그때의 아련한 , 느낌들이 새록새록 솟아나, 잊고있었던, 그 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리게도 해 줍니다. 공감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속으로 탄성을 지르며, 감탄을 하기도 합니다. 비록, 한 사내의 화려하리 만큼 , 고된 삶 속에 비추어진 한 시대의 이야기 이지만, 이번 소설에서 저는 어두운 새드앤딩이 아닌, 해피앤딩을 보았습니다. 정말 희대의 이야기꾼 이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천명관님의 소설, 머지않아 , 그의 작품들을 천천히 한 편씩 읽어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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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천 개의 연극 - 유럽 연극의 수도에서 삶을 뒤흔든 작품들을 만나다
박철호 지음 / 반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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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웹서핑을 하다 <베를린, 천개의 연극>이란 연극에 관한 책이 출간 한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그러한 기사를 보면서 책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진해 집니다. 조만간 서점에서 이 책을 한번 훑어보아야 겠다며, 스마트폰 메모 기능에 꾹꾹 눌러 기억을 해 놓았지요, 그리고 며칠 뒤 광화문의 대형 서점을 찾아, 쉬엄쉬엄 , 책 내음을 맡으며 이곳 저곳을 둘러보던 중 이번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후루룩 넘김의 갈증은 곧 이번 책은 꼭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이렇게 제게 , 이 책을 품게 되었지요.

 

쉼 없는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저의 숨 트임은, 어쩌면 남들과 다르지 않은 , 마음으로 느낄수 있는, 그 무엇이였습니다. 소설, 연극, 뮤지컬등의 공연과, 잠시나마 지그시 하나의 작품을 바라볼수 있는 여유를 느끼고 싶을땐 아주 드물게 전시를 관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 , 그리고 쉽게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건 단연코, 소설과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사실, 연극과 뮤지컬 또한 쉼없이 보고 싶고, 아주 가까이 자주 접하고 싶지만,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는건 어쩔수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 저는 소극장의 공연들을 즐겨 봅니다.작은 무대에서 배우들의 호흡을 그대로 느낄수 있는 그 소극장 공연이 정말 좋거든요.

 

 

하지만, <베를린, 천 개의 연극>에서는 저와는 전혀 다른, 아니 감히 근접하다고 생각할수 없는 괴리감마저 들기도 합니다. 저자 박철호님은 우연한 기회에 연극을 접하면서 연극의 매력에 푹 빠져 2년동안 베를린과 유럽도시에서 500여편에 이른 연극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는 또한 연극 연출가이기도 비평가 이기도 합니다.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베를린과 유럽의 서양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꽤나 디테일하고 깊이 있게 이야기 해주고 있습니다. 저 나름대로 연극을 즐긴다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좌절을  맛보고 마네요. 오롯이 연극이란, 그 어떠한 것보다,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오롯이 즐거움, 감동을 주는 것이라 생각했고,  저 또한  그런 모습들만 찾아 보려 했었습니다. 그러나 책 속의 수많은 작품들을 간접적으로 접하다 보면, 꽤나 충격적이기도, 또는 놀랍기도 한 이야기들이 담뿍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극과는 달리, 서양의 연극들은 그 한정된 공간에서 하나의 소품을 다용도로 사용하여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며,과도한 노출이나 선정적인 모습조차 거리낌 없이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런 장면들은 오롯이 그것이 연기이고 연극의 일부분이라 생각 합니다. 책 속 어느 한 부분, 체호프의 「벚꽃 동산」에서 체호프는 이 작품을 코미디로 생각하고 썼는데, 이 작품은 초연 당시부터 비극으로 다루어져 이 공연을 본 체호프가 기절초풍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문득 때로는 공연을 관람시 관객들의 어느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작품의 해석 또한 각기 달라질수 있다는 것이 새삼 느껴지기도 하네요.

 

 

어제 나는 시간의 신, 즉 시간의 의인화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라는 친구는 무대로 들어올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시간에 대해 우리는 이해하지도 , 보지도 못한다. 그저 흘러가고 또 오는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여기 우리들 무릎 위에 앉아 있다는 것은 믿지 못한다. 무대의 한순간에 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란 놈은 우리의 양심이 되거나, 아폴론 신전의 사제가 되거나, 또는 예언자가 될수도 있고, 어쩌면 잠깐 동안 맥베스의 손을 잡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 아리안 므누슈킨의 [연습노트] 중에서

 

이번 <베를린, 천개의 연극>은 어찌보면 왠지 조금은 낯설고, 잘 알지못하는 서양 연극에 대한 거부감이나 또는 문외한으로 조금은 난해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 하며 읽기 전부터 부담감으로 다가 올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 처럼 , 베를린, 또는 유럽 연극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정보도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책을 읽다 보면 묘하게 빠져드는 쏠쏠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16편이라는 작품들에 대한 소개, 그리고 스토리, 또한 저자의 소소한 베를린에서의 생활들을 조근조근 들려주어, 부담스럽지 않으며, 연극의 포인트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냄으로써, 각 작품에서의 무대 장치, 그리고, 배우들의 이야기 까지, 덧붙이는 이야기 식으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삶의 고단함과 두려움 속에서도 웃음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웃음은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웃음만 위안을 주는가? 슬픔도 위안을 준다. 연극이라는 옷을 입은 슬픔은 아픔과 함께 위안을 준다. 그것이 연극이다. 비록 우리가 3개월이면 모두 사라진다 해도 슬픔과 웃음이 공존하는 연극이 있다면 삶이라는 괴물을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아리안 므누슈킨의 질문에 대한 태양극단 단원들의 대답이다. (310쪽)

 

하지만 이번 <베를린, 천 개의 연극>은 어쩌면 호 불호가 강한 책이 되지 않을까,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연극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루하고 따분한 한 권의 책이 될 것이고, 그와 반대로 연극을 사랑하고, 좀더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싶어하시는 분들에게는 달콤한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저는 연극에 대한 무한 사랑을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 연극을 관람함에 있어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내공 쌓기에 조금이나마 보템이 되고  양식이 되었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약간의 보는 시각이 트이는 듯도 하지만, 저자처럼 박학다식한 지식에는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네요. 조금이나마, 잠시나마 책 속의 삽입된 공연 사진들과, 디테일한 저자의 글 솜씨로 연극을 상상속으로 오버랩하며 대리만족을 느낄수 있었던 짧지만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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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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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정은궐님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읽고, 이 분의 문체에 매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분의 또다른 소설 <해를 품은달>을 알게 되었지요. 하지만 이미 절판으로 책은 구할수가 없었기에, 틈만나면 인터넷 중고서점, 또는 이곳저곳 헌책방을 전전 했지만, 참으로 구할수가 없어 포기 했었습니다. 그렇게 지금의 시간에 이른후, 작년 가을쯤, 까맣게 잊혀져 있던 , 이 소설에 대한 개정판 출간 소식을 지인으로 부터 듣게 되었네요. 또한 이렇게 책 선물도 함께 말이지요. 그렇게 읽어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마루던 던 찰나, 새해가 밝음과 동시에 이 소설은 어느새 드라마가 되어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결국 게으름이 부른 안타까움이 아닐수 없어, 드라마를 먼저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1,2회를 보면서 동시에 그제서야 책을 집어 들었지요. 보름동안 책과 드라마를 번갈아 보며 결국, 마지막 장을 덮을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잘 읽힙니다. 슬슬 읽다보면 어느새 두툼하게 페이지의 넘김이 빠르게 속도를 붙기도 하지요. 드라마 시청을 함께 하며 읽은 탓인지 원작과 드라마는 조금 다르게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는 큰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 사실 아역들의 연기가 꽤 매력적이였던지라, 책보다는 잠시 드라마에 살짝 빠져 들었습니다.  그러나 성인 연기자들의 등장과 함께, 흥미, 재미, 관심, 감동 등 모든 면에서 조금씩 흥미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우선 드라마 <해를 품은달>을 언급하자면, 사실 성인 연기자들의 역할이 대부분인 드라마라 해도 도입 부분에서의 아역배우들이 제대로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전개해 주지 못한다면, 다소 이질감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생각했을때 허연우의 어린시절을 맡은 아역 '김유정'은  최고의 캐스팅이 아니였나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성인연기자들이 등장함과 동시에 아역과 성인배우들간의 괴리감이 크게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연기력,표현력, 섬세한 감정전달 등 모든 면에서 꽤 아쉽네요. 여튼 원작을 완독한 지금, 드라마는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 갈지 , 조금은 다른듯 같은 원작과 드라마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는 듯 합니다.

 

원작 <해를 품은달1,2>는 사실 이전에 읽었던 <성균관, 규장각> 시리즈 보다는 감동이나, 재미 면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가독성은 분명 뛰어나고, 또한 드라마와는 달리 디테일함을 표현함에 있어 원작이 가질수 있는 텍스트의 무한표현의 강점이 있지만,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으로는 크게 감흥도 감동도 없는 듯 합니다. 비록 소설이긴 하지만, 왠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조금은 작위적다 라고 해야할까.. 여튼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말랑말랑한 두근거림도, 애달픈 가슴시린 슬픔도 느끼지 못한채 슥슥 읽어 내려 갔을 뿐입니다. 뭐 현실성 떨어지는 소설이나 드라마가 많긴 하지만 이 소설은 한마디로 표현하라 한다면 '꿈' 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현실과 가상을 떠나서, 그냥 '몽롱하다' 라는 느낌으로 계속 읽어 나가게 된다. 라고 해야 할지, 여튼 오묘하다는 생각은 계속 읽는동안 느꼈던 거였습니다.

 

원작을 읽으면서 사극 로맨스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신파적인 면모를 다분히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부분은 책의 결말에 다다를수록 그런 생각은 더욱 뚜렷히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조금은 오버스러운 듯한 표현과 대화에서 손가락들이 오글 거린다고 해야 할까, 여튼 제 주관적인 관점에서는 그런 불편하고 어색한 부분이  후반부에서 도드라지게 많이 나타났던듯 합니다. <해를 품은달>은 재미와 즐거움 면에서는 크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해서 매료 될 정도로 좋지도 않았습니다.

 

   + 문득,  정은궐 작가님이 어떤 분이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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