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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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권을 가지고 꼬박 3주를 안고 있었습니다. 뭐 워낙 속도도 느린데, 요즘 귀신이 씌였는지, 광신 들린듯 영화를 봐 제끼고 있어서요, 그렇기도 하지만 잦은 야근에, 조금 일찍 귀가 하는 날에는 밀린 리뷰를 쓰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여유치 않다는 핑계를 대고 싶습니다. 여튼 그래도 , 다 읽긴 했습니다. 워낙 띄엄 띄엄 토막, 토막 읽어서인지, 미친 몰입 이라기 보다는, 소소하게 꽤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번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2 권에는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정치적, 풍자와 , 관습과 편견에 대한 일침을 놓기도 하고요, 은근 의외의 반전스런 느낌도 있습니다. 70년대 부터 근 2000년대까지의 시대 상을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삶에 비추어 이야기는 시작 됩니다. 서자(庶子)로 들어와 어려서부터 눈칫밥을 먹고 성장한 삼촌에게 이소룡은 어쩌면 비루한 삶의 탈출구 같은 존재가 아니였을까 생각이 드네요. 

 

이 소설은 주인공(삼촌)을 통해 , 이소룡을 추종했으나 끝내 저 높은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모방과 아류, 표절과 이미테이션, 짝퉁인생에 머물게 되는 한 남자의 기구한 삶이 70년대 산업화, 80년대 군부독재와 민주화혁명, 90년대 본격 자본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파란만장하게 보여주며 또한 관습과 편견을 풍자하거나 치졸한 욕망과 권력의 힘을 희화화시켜 조롱함으로써 가슴 싸한 쾌감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30년 정권의 변천사를 틀거리 삼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회적 악행과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인간군상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사회비판적인 리얼리티를 더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천명관님의 소설은 모두 소장하고 있지만, 이번 소설이 제가 접한 첫번째가 되었습니다. 제목에서도 끌렸지만, 표지가 왠지 무협지나, 코믹, 학원물에서나 볼듯한 느낌에 관심이 갔기에 , 다른 작품들 보다는 쉽게 손에 잡을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나의삼촌 브루스리>의 띠지를 보면 '배꼽잡게 웃기고 쓰라리게 가슴을 울린다' 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니, 띠지의 문구가 과장되지 않았다는것을 알수 있었네요, 사실 '배꼽잡게' 정도로 웃기지도 않고, 쓰라리게 가슴을 울리지도 않지만, 피식피식 실소와 옅은 웃음이 잔뜩 입가에 묻어 나옵니다. 또한 파란만장한 그(삼촌)의, 화려한(?)삶 속에 스며들어 들여다 보면, 꽤나 참, 그의 인생이 '기구하다'라는 생각도 들고요.

 

사실, 이 소설속 이야기는 참 장대하고 그 이야기의 범위가 꽤나 폭이 넓습니다. 산업화, 범죄와의 전쟁, 정치, 영화, 충무로, 삼류배우, 사랑, 가족, 편견, 보수적등 다양한 소재들이 녹아내려 있습니다. 이 많은 재료들은, 오롯이 삼촌이란 인물이 중심이 되어, 거미줄 처럼 연결되어 있지요, 또한 그를 통해 연결된 수많은 인물들과의 인연들은 다양한 직업들의 캐릭터로써 보여지지만, 전혀 복잡하거나 어지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캐릭터 하나 하나에 , 개성 강함이 느껴지니, 책 앞 페이지를 들추기며 , 캐릭터들을 찾을 혼란 또한 없습니다.

 

때로는 리얼리티하고 , 디테일한 표현과 텍스트에서는, 다소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자동적으로 상상을 하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이 소설의 텍스트가 이끄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한편으로는 문득  만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뭐라할까.. 만화책을  그림이 없이 활자로만 읽는 느낌이라고 해야할지요. 만화책을 읽는듯한 묘한 재미에, 영화의 이미지를 상상하게 만들어주는 즐거움은 왠지 텍스트로만 만들어진 만화책에 그림은 독자들의 상상으로 그림을 채워감에 있어, 완벽한 한 편의 작품을 만들수 있게 해줍니다. 그만큼 천명관님의 필력은 대단한 흥미로움과, 재미를 줍니다. 수많은 양념들이 듬뿍 들어가, 맛을 알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음식이 아닌, 필요한 요소요소들, 하지만 적지 않은 양념들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깔끔한 맛을 내는 훌륭한 음식과 같은 소설입니다.

 

가끔은 시대의 흐름속에서 이 이야기를 읽으며, 그 속에서 저의 추억, 그리고 그때의 아련한 , 느낌들이 새록새록 솟아나, 잊고있었던, 그 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리게도 해 줍니다. 공감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속으로 탄성을 지르며, 감탄을 하기도 합니다. 비록, 한 사내의 화려하리 만큼 , 고된 삶 속에 비추어진 한 시대의 이야기 이지만, 이번 소설에서 저는 어두운 새드앤딩이 아닌, 해피앤딩을 보았습니다. 정말 희대의 이야기꾼 이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천명관님의 소설, 머지않아 , 그의 작품들을 천천히 한 편씩 읽어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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