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외에는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강렬하지만은 않은 표지지만, 제목과 표지에서 강한 호기심이 생겼다. 아마 처음으로 접하는 역사 추리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소녀는 묘한 매력까지 느껴진다, 100여년전의 시대 추리소설,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어떤 이야기들로 내 마음을 설레이게 할지 책을 펼치지도 전에 괜시리 기대와 긴장이 먼저 내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책의 이야기는 1895년, 19세기 토론토의 추운 겨울, 베일에 가려진 두 사람이 죽은 소녀의 옷과 장갑, 부츠 등을 훔치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죽은 소녀는 누구인지도 그리고 그 소녀의 옷들과 신발등을 훔치는 두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죽은 시체가 발견되면서부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 등장하며, 그 소녀와 과연 어떤 관계인지 그리고 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를  세심하고 그 시대를 보여주듯 이야기를 시작한다. 형사 머독은 죽은 테레즈라는 소녀의 주변 인물들을 한명씩 추리, 추적해 나감으로써 퍼즐처럼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또한번의 침묵이 흘렀다. 포이는 남몰래 문설주에 기대어 아주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디스는 차 수레 옆에 자리를 잡고는 교도관처럼 서 있었다. 로즈 부인의 얼굴은 엄숙하면서도 못마땅 하다는 표정이었다. 머독이 잊어버리고 있던 소년 , 조도 아직 그자리에 잠자코 있었다. 그는 쇠창살 옆에 웅크린 채로 앉아있었다 _ p 255


 
처음부터 죽은 소녀를 등장시키며 이야기를 끌어내어 호기심을 크게 일으킨다. 하지만 책의 중 ,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많은 복선이 깔리면서 책의 흐름이나 긴장감이 점차 떨어져갔다. 분명 추리소설임에도 루즈하고 진부하다는 생각에 책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 또한 그에 따라 더뎌지기 시작했다. 처음의 신선한 시작과는 달리 말 그대로 언젠가 한번쯤 보았을 법한 시대영화를 그대로 재연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현대의 작가가 과거의 역사를 표현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 추리소설을 쓰는것은 분명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신선한 맛이 없다는것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형사 머독의 캐릭터가 다른 인물들에 묻혀 돋보이지가 않았다. 왠지 그 또한 죽은 소녀의 주변 인물중 한 사람 같이 느껴질 정도로 눈에 띄는 강렬한 느낌도 카리스마적인 모습도 찾아 볼수가 없다는게 약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주변 인물들에 대한 과거 이야기들이 읽는 속도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딱히 필요할것 같지 않은 부분들로 인해 '이런이야기는 구태여 넣지 않아도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많은 기대를하고 책을 펼쳤기 때문에 그만큼 책에 대한 실망 또한 크지 않았을까?
조금은 답답한 느낌도, 지루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분명 추리 소설임에도, 왠지 범인을 짐작캐하는 책 속 숨은 요소들을 어렵지않게 발견할수 있었다. 처음 접한 역사라는 추리소설 때문인지 몰라도 내게는 조금 답답함 감도, 너무 이야기를 질질 끌고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내가 몰랐던 그 시대의 종교나 계층의 갈등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알수 있었던것 같다. 가난에 찌든 하층민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 그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숨쉬고 사는 집안 풍경에서 너무 확실한 상류층과의 선이 그어져 있었다.
 
작가의 첫 작 이니만큼 완벽할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린 제닝스의 머독 시리즈가 7편까지 나왔다니, 뒷 시리즈를 읽다보면 처음작과는 달리 많이 보충되고 완벽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도 조금은 생긴다. TV 시리즈로도 여러번 만들어 졌다하니,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느낌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나보다 , 모든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 느낌이 모두 같을수 없으니 다음에는 조금더 완벽해진 모린 제닝스의 책을 만나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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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떠나지 않았더라면
티에리 코엔 지음, 이세진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왠지 불편할듯한 느낌의 책, 표지, 심상치 않아 보이는 책 한권, 붉은 색의 상의를 입고 한손에는 찢긴 종이와 컵을 들고있는 소년, 책에서부터 묘한 느낌이 밀려온다. 도대체 어떤 일들이 , 어떤 이야기가 책 속을 가득 매우고 있을지, 감히 생각해 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불편한 마음을 느끼고 싶지 않다. 하지만 왠지 강렬하게 내 마음을 끌어 당기는 책이다.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고, 두번째 장을 넘겨도 차례 목록이 보이지 않는다. 곧바로 프롤로그로 시작하더니, '다니엘' 이라는 큰 글씨의 소제목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다니엘의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갑자기 다른 인물의 이름이 불쑥 나온다 이번엔 '장' 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스토리는 '다니엘'과 '장' 이라는 인물이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하지만 두 사람이 관계가 어떻게 되는건지, 연관성이 무엇인지 알수가 없다. 다니엘의 이야기에서는 그의 과거와 현재를 계속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해준다.
 
다니엘은 폭탄 테러로 첫째 아들 '제롬'을 잃는다. 그로 인해 행복한 가족들을 일순간 어두운 그늘진 , 생기와 웃음이 사라진채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아름다웠던 다니엘의 아내 '베티'는 웃음을 잃었고, 어린 둘째 아들 피에르는 아빠와 엄마,어느 쪽에도 사랑을 못느끼고 두 사람 사이에서 방황한다. 다니엘은 자신이 아들을 데리러 가지 않음에 , 그 잘못으로 자신 때문에 아들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  그리고 자신의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테러범들에게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테러를 사주했을 유력한 인물이 호화롭게 버젓이 범의 재판도 받지 않고, 생활하고 있음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들의 복수와 자신의 죽음을 각오하고 천천히 하나씩 준비를 해나간다.
 

제롬이 폭탄테러에 갈가리 찢겨진 그날, 나는 정체성을 잃었다. 이성도 잃었다. 다른 어떤 일도 내 관심을 끌지 못한다 _ p 57

 
아들을 잃은 아빠의 심경은 어떨지 감히 나 스스로는 상상할수가 없다. 난 아직 미혼이기에 더욱 자식을 가진,그리고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어느정도일지 지례짐작도 되지 않는다. 책의 중반까지 읽어가면서 되도록이면 다니엘의 감정으로 다니엘의 마음으로 읽어가려 노력했다. 다니엘이 표현 그대로 정말 이런 감정이고 이런 기분이고 , 이런 분노일까? 하며 끝없이 책속을 파고들려고 노력했지만, 전혀 나에게는 단 1%로의 감정도 전달되지 않는듯 하다. 그냥 막연하게 자식을 잃는다는건 아마, 정말 이런 기분일꺼야. 하면서 무심히 책 페이지를 한장 한장 넘겨 나갔다.
 
책의 반 정도를 읽었음에도 도저히 장과 다니엘의 연관성을 찾지 못하고, 도대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은 도대체 어떤 관계인건지, 왜 계속 두 사람이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들려주는지 머릿속의 의문이 백개쯤 생길뿐, 책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책의 마지막 100페이지쯤 남았을까? 점점 나의 의문은 나의 눈이 글씨들을 빠르게 읽어 나감으로써 하나둘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니엘이 아닌 다른 인물이 다니엘에 대한 이야기를 항변하듯 들려줄때 나도 모르게 울컥함과 동시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스스로가 아닌 타인의 입을 통해 다니엘에 대한 깊은 슬픔이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지는것 같았다. 처음에는 죽은 아들 제롬이 불쌍하다고 가벼운 안타까움만 느껴질 뿐이였는데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로 점점 다가갈수록 아빠인 다니엘의 슬픔이 너무 크게 다가왔다.
 


언제부터 내가 복수의 히스테리 상태에 빠져들게 되었을까? 제롬이 죽던 날부터인가? 그 아이의 장례식을 치른 날부터 인가? (중략) 무엇이든 상관없다. 나는 내 정신착란을 그대로 수용했다. 미치는 것이 미치지 않는 것에 비해 못할 게 없지 않은가? (중략) 불의를 단호하게 비판하고 대항하기 보다는 살인자들에게 동정이나 보내는 미치광이들의 신경증에 비해 내 광기가 정당하지 못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 혼탁한 사회에서 광기는 어차피 도처에 비집고 들어서 있다. 사람들은 분별을 잃어버려 어느 부분을 이성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어느 부분에 인간적 연민의 여지를 두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적어도 내 분노가 그들의 미망(迷妄)보다 나쁘지 않단 말이다 _ p 241


 
이야기는 단순히 아들을 잃은 아빠의 슬픔과 분노만을 다루지 않았다. 정치 , 사회에 대한 비판, 그리고 왜곡된 진실을 알리는 대중 매체들에 대한 문제점들이 담겨져 있었다. 정치인들, 그들은 테러의 범죄를 진실되게 다루기보다는 자신들의 명예와 직위에 손상이 가지 않을까, 국민들의 시선들에만 급급하다. 왠지 우리의 정치 ,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씁쓸한 고소만 입가에 생길뿐,,, 기대를 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일깨움과 많은 감정기복을 안겨준 책이다. 작가의 표현력, 어쩌면 옮긴이의 능력일지 모르나, 일인칭 주인공 시점 같지만, 다른 인물들의 감정이나 심리를 잘 표현해 주었던 것 같다. 생각치 않았던 반전, 그리도 또다른 반전에 나의 눈은 빠르게 이야기를 따라 가느라 쉴새없이 움직였다. 책을 덮고 나니, 그제서야 머릿속에서 다시한번 글자 하나하나, 장과 다니엘의 이야기들이 반복재생되듯, 퍼즐을 맞추듯 조각조각 떠오른다.
 
기대를 많이 한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전혀 생각없이 읽기 시작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조금은 독특한 형식으로 시작되는 이책의 이야기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그 속으로 흡수되기에는 조금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초반에 적응을 못하고 책 페이지를 뒤적이며 허우적 거리기시작했지만, 어느새 나는 책 속의 다니엘이 되기도, 장이 되기도 하면서 그들과 같이 호흡하고 있었다. 내가 책의 마지막쯔음 읽으면서 감정에 복받쳐 울컥했던 것도, 작가의 뛰어난 표현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왠지 참 오랫동안 여운이 남을 것 같은 한권의 책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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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쉬허쉬 허쉬허쉬 시리즈 1
베카 피츠패트릭 지음, 이지수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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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영화로만 봐서, 책의 느낌이 어떤지 모르겠다. 왠지 트와일라잇과 비슷한 느낌의 책이 내 품에 안겨졌다.블랙의 표지에, 온통 검무스름한, 느낌의 어두운 책, 로맨스 판타지의 장르는 아마 이 소설로써는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 생각이 든다.  타락천사라, 수호 천사와는 다른 느낌의 악하게만 생각되는 내게 어떤 즐거움과 재미있는 요소들이 가득 들어있을지 궁금함에 책 첫페이지를 시작한다.

 

아버지를 불의의 사고로 잃고 엄마와 둘이 사는 16세의 '노라' 생물시간에 우연히 실험 파트너로 전학생 '패치'를 만나게 된다.그러면서 단짝 친구인 '비' 하고는 떨어져 앉게 된다.  하지만 무심하고, 전혀 수업과제에 도움도 주지도 않을뿐더러 무언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패치' 검은 눈동자에 거무스르만 피부, 검은 머리칼, '전학생의 검은 눈이 몸을 저미기라도 할듯 나를 날카롭게 바라보았고, 그의 입꼬리는 슬쩍 올라갔다.(중략) 음울한 어둠의 그림자처럼 내 머리 위에 스윽 드리워진 느낌이 들었다.(중략) 전학생의 미소는 우호적인 것이 아니었다 , 파란을 부르는 미소였다 _ p 16

 

노라 역시, 그런 패치의 행동과 분위기가 마음에 안들지만, 그리고 또한 이상한 기운을 풍기는것 같아 무서움까지 느끼며 패치를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패치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자기 멋대로이고, 무심하고, 불친절한 전형적인 나쁜남자 스타일의 패치는 내가 봐도 참 끌리는 캐릭터이다. 책의 반 이상을 넘어가면서도 패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나오질 않아 궁금함에 점점 지쳐갈때쯤, 2/3정도 넘어서면서 점점 패치의 실체와 노라와의 인연 , 그리고 노라와 패치의 얽힌 인연들의 이야기들이 쏙쏙 드러난다. 우연히 단짝 친구 비와 카페에서 알게된 엘리어트와 그의 친구 줄스 ,학교 노라의 심리상담 담당 선생인 그린선생님, 모두 그냥 평범한 주변 인물들인가 술술 책장을 넘기다보니, 그들이 모두 하나같이 슬쩍 나타났다 사라지는 엑스트라성이 아니라는걸 알게되었다. 패치와 가까이 지낼수록 노라는 몇번의 생명의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패치가 침대 모서리에 걸터 앉자 매트리스가 몸무게 때문에 푹 꺼졌다.

그대로 상체를 숙여 팔뚝 위쪽을 무릎에 대자 흉터가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촛불 빛이 그 표면 위에 괴괴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펄럭거렸다.

패치의 등 힘줄이 솟아 올랐다가 다음 순간 느슨해 졌다

 

" 만져 봐"

 

패치는 조용히 말했다

 

"사람은 변하는 거지만, 과거는 그럴 수 없다는 건 명심해 두고." _ p 345


 

왠지 트와일라잇의 영상이 머리속을 복잡하게 방해를 놓는 바람에, 책에 완전히 몰입해서 읽기는 힘들었다. 처음 시작부분도 트와일라잇과 많이 흡사한것같아 새로운 감 또한 없었던것 같기도 하다. 단지 뱀파이어라는 이야기가 아닌 추락천사로 설정만 바꾸어 이야기를 쓴것 같아 약간의 식상함 마저 들었지만, 왠지 읽으면 읽을수록, 지루하고 식상하다는 느낌보다는 뒷 이야기가 점점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상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 책 스토리에만 빠져 읽다보니, 생각못한 반전의 반전도 있었던것 같다, 사실 책 중간중간에 심상치(?)않은 느낌으로 살짝 힌트를 주기도 하지만, 아마 너무 내가 두 남녀 주인공에만 몰입해 읽다보니 놓쳤을수도 있었을듯,

 

노라와 패치의 닿을듯 닿을듯한 사랑이야기에서도 왠지 안타까움에 나도 모르게 '아~' 탄식을 연발했다. 무언가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에 약간의 불만도 있지만, 왠지 너무 쉽게 뻔하게 모든걸 드러내는 표현보다는 이렇게 조금은 아쉬움을 남겨줘야 책을 덮은후에도 아련히 가슴에 더욱 은은히 남게되지 않을까? 아직 책 속 주인공들이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좀더 적극적인 표현이 없었을수도 있지만, 요즘 로맨스 소설에 목말라 있어서 그런지, 크게 다른 로맨스 판타지와 다를것 없는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만 이틀동안 완전 빠져 들어 읽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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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지중해에 빠지다 - 화가 이인경의 고대 도시 여행기
이인경 지음 / 사문난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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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봤을때는, 자주 접하지 못한 나라이기도, 그리고 왠지 막연히 아름다울것 같은 지중해에 관한 에세이 집이라고 생각하며 약간의 설레임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하지만 이번에도 너무 기대를 한건가, 이쁘고 아름다운 사진이 많을 꺼라고 기대를 잔뜩한 탓인지도 모르지만, 여행에세이 치고 사진보다는 글이 너무 빼곡히 많았다. 개인적으로 너무 사진에만 치중되어 내요없는 여행에세이도 안좋아하지만, 이렇게 사진보다 글들이 빼곡한 에세이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뭐 그래도 그만큼 사진의 아쉬움을 재미있는 글들로 가득 채워 준다면 아쉬움이 눈녹듯 사라질테지만 말이다.

 

나는 아직 결혼한 기혼녀도, 그렇다고 나이가 많은 중년여인도 아니다. 그렇다고 어린 나이도 아니지만, 왠지 곧 내게도 다가올 나이이고, 언젠가 꼭 한번 지나쳐야 할 시기 이기에, 그 나이가 되기전에 지금의 50대 여인의 이야기를 조금은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작가의 모든 이야기들을 내 몸으로 마음으로 흡수 할수는 없어도 같은 여자라는 단 한가지 공통점만으로도 충분히 느낄수 있지 않을까?

 

바쁘게 일상에 쫓기던 미술을 전공한 화가 50대의 주부, 아줌마, 엄마, 부인으로써 갑자기 찾아온 공허함, 무기력감으로 자신을 뒤돌아보고 자신만을 위해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게된다. 같이 동행할 여행자도 없이 홀로 떠나는 여행, 그녀가 선택한 여행지는 그리스, 이스라엘 , 이집트였다.

그녀는 여행을 호화롭고 여유롭게 즐기기 보다는,  유적지와 그 나라의 역사등을 돌아보며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보며 자신을 찾아나간다. 하지만 읽는 독자의 입장인 내게는 단지 관심없는 무료하고 지루한 유적지에 관한 이야기들 , 그 나라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들을 계속 읽어 내려가자니, 책을 그냥 덮어 버리고 싶은 마음 또한 여러번 , 또 들었다 놨다 하기도 여러번, 만약 내가 신화나 역사 , 유적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어쩌면 너무 재미있게 읽었을지 모를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나라 이름만 많이 들어봤을뿐, 그 나라의 지명이나 유적지에는 무지하다 보니, 생소한 단어가 불쑥 불쑥 튀어나올때마다, 큰 관심이 가지지 않았던것도 사실, 왠지 그곳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이 가득할줄 알고 큰 기대로 시작한 내 탓도 있지만, 이 책은 에세이 보다는, 약간은 자기계발이나, 살짝 자신만의 개인적인 여행 일기를 보는 느낌? 하지만, 내가 알지 못한 곳, 그리고 그들의 신화, 역사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나간 부분을 읽을때면, 그때만큼은 몰입이 가장 잘 됐었던것 같다.

 

 


 

준비되지 않는 자는 기회가 와도 그게 기회였는지조차 모른다. 사실 인생 살면서 단 한번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왜 내게는 기회가 오지 않는지, 내 인생은 왜 이리 불운한지, 푸념하게 될까? 기회가 없었던 것은 기회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몰랐는데 잡을 수 있었을리 만무하고, 그 기회를 통해 무언가를 이룰 수도 없다. 결코 운이 아니다. 붙잡을 수 있고, 그 일을 해낼 준비를 착실히 해온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다.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었던 소크라테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 P 63 -


 

또한 어쩌면 50대에 작가처럼 모든걸 접고 훌쩍 홀로 여행을 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생각은 이 시간, 이 순간에도 가지고 있다. 다만 자신감과 의지박약으로 인해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을뿐, 국내도 아닌 해외를 홀로 여행한다는건 여자로서 정말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쪽으로 생각하니 홀로 혈혈단신으로 조금은 익숙치 않은 곳을 여행지로 택한 작가가 내심 부럽기도 , 대단한 강심장이라는 생각도 문득 든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에세이에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아있는건 어쩔수 없는것 같다. 쉽게 접할수 있는 나라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다른 여행 에세이보다 좀더 그 나라의 현지인들의 교류나, 인연들, 이야기,문화의 특성들이 더욱 담겨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역사나 유적, 종교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한 책을 읽다보니 나의 관심사 밖으로 이미 이야기는 계속 진행되고있었다.

 

이스라엘 여행기에선 그 나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예수 라는 종교적인 이야기들로 한가득 채워져 있어, 조금은 거부감이 들기도했다, 그쪽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떨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예수의 탄생에 대한, 그리고 성장이나 또다른 종교적 이야기들, 괜시리 빨리 넘기고 싶은 마음에 이스라엘 편, 부분의 이야기들은 설렁설렁 책장을 넘기게 되어버린 주 이유가 되어버렸다.

 

 


 

따뜻한 붉은 빛 석양이 나무 그림자를 드리우며 유리천장을 통해 신전을 신비롭게 감싸고, 간결한 돌기둥 신전이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었다. 흥분해있는 여행자의 마음이 평온하게 가라앉고, 어느때고 잔뜩 움츠려 있는 내 고단한 어깨에서 스르르 힘이 빠져 나갔다. 나도 모르게 탄식인지 감탄인지, '아!' 짧은 한숨이 터져 나갔다. 남성적인, 강한 힘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기둥과 벽에 새겨진 상형문자들이 낮은 음성으로 천천히 속삭였다. 누군가 나를 많이 배려해 주고 있는 것 같은, 안심하라고, 여기서 조금 쉬다가도 좋다고, 토닥토닥 두드려주는듯, 그건 거의 영적이라고까지 할수 있을만한 경험 이었다 - 이집트편 시작하는 글 -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저자 덕분에 알지못했던 유적지나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낯설기도, 생소하기도 한 그들의 역사나 유적에 큰 관심이 없다면, 이 여행 에세이는 단순히 지루하고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책이 될수도 있을 것 같다.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가 아니어서 , 어쩌면 평범한 주부이기도, 평범한 한 사람의 아내이기도 한 여행자의 책이니 완벽할수는 없을 거라는건 알고있다.

 

하지만,  그리스, 이스라엘, 이집트 등 이 쪽 나라에 관해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에피소들, 더 많은 그 나라 사람들과 문화를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는 아쉬운 책이 아닐까 생각든다, 나 또한 그런 마음으로 책을 들었기 때문에, 하지만 작가가 에필로그에서도 말했다시피 이 책에 의미를 생각하기보단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와서'라는 말처럼 자신이 알고있고, 자신이 느끼고  , 자신이 생각했던 모든 머릿속, 생각속 이야기들을 독자들도 같이 느끼고 그대로 받아들이길 원했던게 아닐까? 책 속의 큰 의미를 찾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저자가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이 책을 읽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일탈하고 싶은 큰 용기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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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팥쥐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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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고 오묘한 표지에 끌렸던 책, 나름 전래동화 이야기는 많이 알고있다고 생각했는데, 책 속에 나오는 제목들의 전래동화는 낯설기만 했다. 마냥 동화를 현대판으로 재 해석한 것일까? 그런 줄 알고 읽기 시작했지만, 뜻밖에 전혀 내가 알고 있던 동화와는 너무나 틀린, 아니 새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전래동화를 재구성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끌어낸 소설, 단편으로 6가지의 이야기들이 들어있었다.  - 서리박지(콩지팥쥐), 자개함(여우누이), 시시(우렁각시), 개나리꽃(개나리꽃), 죽이거나 살리거나(선녀와 나무꾼), 지팡이(십년간 지팡이를 휘두른 사람), 이렇게 짧은 단편으로 엮인 책이지만, 그 짧은 단편들 속에서 정말 소름 끼칠정도로 아찔하거나 묘한 감정이 드는 이야기들이 몇가지 있었다. 제일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서리박지' , '죽이거나 살리거나' 두 이야기였다,

 


"거기서 뭐해?"

"응,  항아리를 들여다 보고 있어,"

  머리칼이 곤두섰다.

"하....항아리가 어디 있는데? 그건 네 방에...."

"아냐, 내가 가져왔어,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말이야"

 서리가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서리의 두손에 항아리가 들려있었다. 입구를 봉한 창호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아찔했다. _( p61 서리박지 )






평소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의 책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으시시한 표지에 끌렸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 , 은근한 매력을 가지고있다. 광적으로 공포스럽거나, 잔인하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작가의 힘이랄까? 아니면 작가의 묘하고 매력적인 문체 덕분일까? 읽는 중간중간 심심치 않게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소름끼치기도, 으스스한 기분까지 들었다. 영상이 아닌 글자 하나하나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런 기분이 들다니, 그동안 많은 스릴러물을 읽었어도 이런 기분이 든건 처음이였던 것 같다. 또한 중간중간 삽입되어있는 삽화들까지 단단히 한몫 한것도 있었다. 아이완님이 그린 삽화들이 조선희님의 글과 만나면서 묘한 공포심을 더욱 배로 증가 시켰던 것 같다.

 

하지만 무섭다는 생각도 잠시 궁금함에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기도 했다, 무서우면서도 계속 눈을 떼지 못하는 그런 기분, 누구든 한번쯤 경험해 보지 않았을까 ? 영화 여고괴담 같이 공포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사실, 영화 여고괴담은 개인적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서리박지를 읽는동안 그런 기분이 들었었다. 어쩌면 영화보다 더 공포스러움이 느껴졌을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조선희님의 문체와 표현력에 감탄을 마구마구 했다. 어쩌면 유치하게 치부될수도 있을듯한, '이게 뭐야?' 하며 식상하게 책 페이지를 스르륵 넘겼을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이 작은 글자들로 표현했다니, 대단한 작가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또한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해 낼수 있었는지, 작가의 상상력에도 다시한번 감탄을 했다. 은은히 긴장감을 고조 시키면서도 생각못한 반전에감탄의 감탄을...  책을 읽으면서 머리속으로 영상이 자꾸 오버랩 되니, 늦은밤 집에 홀로 앉아 이 책을 읽고 있자니, 갑자기 공포감이 몰려와 나도 모르게 책을 덮어버렸다. 어릴때는 공포영화도 밤늦게 혼자 눈 똥그랗게 뜨고 보던 내가 이정도로 심약해 지다니, 나이가 드니 점점 눈물도, 공포영화도 이제 잘 못보게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우울해진다.








... 옷으로 갈아 입고 저랑 같이 가요, 멋질 거에요, 매미가 허물을 벗으면 다시 태어나요, 매미의 옷을 입은 아이는 바퀴를 밀어요, 바퀴가 굴러가면 살고요, 바퀴가 멈추면 죽어요, 내 두 눈을 뽑아서 뒤통수에 달고, 사슴의 뿔로 내 몸에 바람이 긁은 상처를 내요, 흩어진 피가 구름의 꼬리를 만들고 우리는 그걸 타고 날아갈 수 있어요 _ (p 252 '죽이거나 살리거나' )








아이가 부르던 노래 구절을 읽을때 갑자기 소름이 끼쳐왔다, 이 이야기를 읽을때 내내 내 머릿속에 맴맴 도는 구절이기도 했지만, 책 속에서 느껴지던 아이의 이미지가 그대로 머릿속에 깊이 인식 되어버린 탓일지도 모르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계속 제일 강하게 남는 구절이기도 하다.

 

책속의 여섯 가지 이야기가 모두 마음에 들거나 모두 소름끼치도록 공포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새롭게 재해석한 이야기들로 충분히 올 여름 더위를 싹 가시게 해줄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무서움을 많이 타는 분들에겐 권하고 싶지 않지만, 어느정도 강한 심장(?)을 가진 분들이라면, 한번쯤 가볍게 읽어보길 권해 드리고 싶다.꼭 강한 심장이 아니어도 이런 살짝 공포스러움이 가미된 책들을 좋아한다면야, 어느 누구도 재미있게 읽을듯 하다. 물론 읽는 사람마다 느낌도, 생각도, 전해지는 공포심도 다를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무심코 집어들어 가볍게 읽기 시작한 책 한권이 뜻밖의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다면, 그걸로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그리고 선물해 주고 싶었던 마음이 아닐까?

 

이야기 중 조금은 어리둥절하기도 이해가 잘 안가는(흐트러진 집중력)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건 시간날때 다시한번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몇번 읽다보면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오겠지. (워낙 머리가 나쁘다보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조선희란 작가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문체나 표현력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건 사실이니까, 조선희님의 출간된 책들을 좀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올 여름, 이 책 한권을 꼭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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