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팥쥐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기묘하고 오묘한 표지에 끌렸던 책, 나름 전래동화 이야기는 많이 알고있다고 생각했는데, 책 속에 나오는 제목들의 전래동화는 낯설기만 했다. 마냥 동화를 현대판으로 재 해석한 것일까? 그런 줄 알고 읽기 시작했지만, 뜻밖에 전혀 내가 알고 있던 동화와는 너무나 틀린, 아니 새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전래동화를 재구성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끌어낸 소설, 단편으로 6가지의 이야기들이 들어있었다.  - 서리박지(콩지팥쥐), 자개함(여우누이), 시시(우렁각시), 개나리꽃(개나리꽃), 죽이거나 살리거나(선녀와 나무꾼), 지팡이(십년간 지팡이를 휘두른 사람), 이렇게 짧은 단편으로 엮인 책이지만, 그 짧은 단편들 속에서 정말 소름 끼칠정도로 아찔하거나 묘한 감정이 드는 이야기들이 몇가지 있었다. 제일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서리박지' , '죽이거나 살리거나' 두 이야기였다,

 


"거기서 뭐해?"

"응,  항아리를 들여다 보고 있어,"

  머리칼이 곤두섰다.

"하....항아리가 어디 있는데? 그건 네 방에...."

"아냐, 내가 가져왔어,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말이야"

 서리가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서리의 두손에 항아리가 들려있었다. 입구를 봉한 창호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아찔했다. _( p61 서리박지 )






평소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의 책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으시시한 표지에 끌렸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 , 은근한 매력을 가지고있다. 광적으로 공포스럽거나, 잔인하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작가의 힘이랄까? 아니면 작가의 묘하고 매력적인 문체 덕분일까? 읽는 중간중간 심심치 않게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소름끼치기도, 으스스한 기분까지 들었다. 영상이 아닌 글자 하나하나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런 기분이 들다니, 그동안 많은 스릴러물을 읽었어도 이런 기분이 든건 처음이였던 것 같다. 또한 중간중간 삽입되어있는 삽화들까지 단단히 한몫 한것도 있었다. 아이완님이 그린 삽화들이 조선희님의 글과 만나면서 묘한 공포심을 더욱 배로 증가 시켰던 것 같다.

 

하지만 무섭다는 생각도 잠시 궁금함에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기도 했다, 무서우면서도 계속 눈을 떼지 못하는 그런 기분, 누구든 한번쯤 경험해 보지 않았을까 ? 영화 여고괴담 같이 공포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사실, 영화 여고괴담은 개인적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서리박지를 읽는동안 그런 기분이 들었었다. 어쩌면 영화보다 더 공포스러움이 느껴졌을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조선희님의 문체와 표현력에 감탄을 마구마구 했다. 어쩌면 유치하게 치부될수도 있을듯한, '이게 뭐야?' 하며 식상하게 책 페이지를 스르륵 넘겼을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이 작은 글자들로 표현했다니, 대단한 작가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또한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해 낼수 있었는지, 작가의 상상력에도 다시한번 감탄을 했다. 은은히 긴장감을 고조 시키면서도 생각못한 반전에감탄의 감탄을...  책을 읽으면서 머리속으로 영상이 자꾸 오버랩 되니, 늦은밤 집에 홀로 앉아 이 책을 읽고 있자니, 갑자기 공포감이 몰려와 나도 모르게 책을 덮어버렸다. 어릴때는 공포영화도 밤늦게 혼자 눈 똥그랗게 뜨고 보던 내가 이정도로 심약해 지다니, 나이가 드니 점점 눈물도, 공포영화도 이제 잘 못보게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우울해진다.








... 옷으로 갈아 입고 저랑 같이 가요, 멋질 거에요, 매미가 허물을 벗으면 다시 태어나요, 매미의 옷을 입은 아이는 바퀴를 밀어요, 바퀴가 굴러가면 살고요, 바퀴가 멈추면 죽어요, 내 두 눈을 뽑아서 뒤통수에 달고, 사슴의 뿔로 내 몸에 바람이 긁은 상처를 내요, 흩어진 피가 구름의 꼬리를 만들고 우리는 그걸 타고 날아갈 수 있어요 _ (p 252 '죽이거나 살리거나' )








아이가 부르던 노래 구절을 읽을때 갑자기 소름이 끼쳐왔다, 이 이야기를 읽을때 내내 내 머릿속에 맴맴 도는 구절이기도 했지만, 책 속에서 느껴지던 아이의 이미지가 그대로 머릿속에 깊이 인식 되어버린 탓일지도 모르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계속 제일 강하게 남는 구절이기도 하다.

 

책속의 여섯 가지 이야기가 모두 마음에 들거나 모두 소름끼치도록 공포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새롭게 재해석한 이야기들로 충분히 올 여름 더위를 싹 가시게 해줄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무서움을 많이 타는 분들에겐 권하고 싶지 않지만, 어느정도 강한 심장(?)을 가진 분들이라면, 한번쯤 가볍게 읽어보길 권해 드리고 싶다.꼭 강한 심장이 아니어도 이런 살짝 공포스러움이 가미된 책들을 좋아한다면야, 어느 누구도 재미있게 읽을듯 하다. 물론 읽는 사람마다 느낌도, 생각도, 전해지는 공포심도 다를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무심코 집어들어 가볍게 읽기 시작한 책 한권이 뜻밖의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다면, 그걸로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그리고 선물해 주고 싶었던 마음이 아닐까?

 

이야기 중 조금은 어리둥절하기도 이해가 잘 안가는(흐트러진 집중력)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건 시간날때 다시한번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몇번 읽다보면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오겠지. (워낙 머리가 나쁘다보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조선희란 작가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문체나 표현력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건 사실이니까, 조선희님의 출간된 책들을 좀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올 여름, 이 책 한권을 꼭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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