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아저씨 제르맹
마리 사빈 로제 지음, 이현희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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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참 표지가 사랑스러운 책 한권이다. 제목에서부터 이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일지 금방 짐작이 갈만하다고나 할까? 이야기는 화자인 '제르맹'의 시선으로 그리고 생각으로 진행되어간다. 마흔 다섯살의 제르맹은 하릴없이 백수로 지내며 선술집과 공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공원 밴치에 앉아 책을 읽던 여든 여섯 살의 할머니 마르게리트를 만나게 된다. 사실 제르맹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있지만, 제르맹의 엄마는 그에게 한번도 모성애나 따뜻한 손길을 내민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그는 어려서부터 제대로 교육다운 교육을 받지도 못했을뿐더러,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며 오히려 친구들과 사람들에게 '사생아'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차가운 시선과 냉대를 받고 자라왔다. 마흔 다섯의 나이지만 글자를 읽지 못하는 문맹의 그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고, 어떤 이야기를 하든 상스러운 단어들을 섞여야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이다. 그런 그에게 우연히 만난 마르게리트는 그에게 또다른 삶을 선물해 준다.

 

비록 나이 많은 할머니와 일자무식의 노총각인 제르맹이지만 그들은 늘 공원에서 만나고, 마르게리트는 제르맹에게 자신의 좋아하는 책을 읽어주며 서로의 이야기를 공감한다. 제르맹에게는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도 있었고, 몇 안되는 교양과는 거리가 먼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사생아라는 꼬리표처럼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어렴풋이 궁금함과 원망을 품고 있다. 자신에게 전혀 사랑을 주지 않는 홀어머니를 늘 원망하기도 하며, 늘 단순하고 가볍게 살아가는 것만이 최선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던 그는, 어쩌면 배움의 기회가 없을뿐 자신에게 어떠한 무한한 잠재력과 재능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눈과 귀를 틔워준 것이 마르게리트 이다. '마르게리트는 내게 말을 걸어주고, 게다가 내 말을 들어주기까지 한다. 내가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면 그녀는 내게 대답을 해준다. 그녀는 언제나 내게 무언가를 가르쳐 준다. 그녀와 함께 할 때 나는 아직도 채워넣을게 한참 많은 깡통 머리가 아닌 그녀가 살뜰히 알려준 어떤 충만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251쪽)' 에서도 볼수 있듯이 제르맹은 그동안 자신에게 관심도 , 그리고 늘 푸대접과 손가락질 받던 자신에게 이렇게 관심과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는 마르게리트를 통해, 그가 얼마나 사랑과 관심이 필요했고, 얼마나 배움에 갈망했는지도 엿볼수 있다.

 

이 소설 속에는 마리게리트가 읽어주는 다양한 책 제목들과 인용문들이 나온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꽤 눈에 익숙한 책 제목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수 있는 기회 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은 제르맹의 단순한 일기를 적어 놓은 듯한 느낌이 많이 들기도 한다. 길게 이어지는 긴 호흡보다는 짧막 짧막 하루하루의 일상을 끄적여 놓은 것 같은 짧은 에피소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러다보니 책의 흥미로움이나 재미, 그리고 이 소설의 이야기 전체적으로 꽤 루즈하고 지극히 평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다. 사실 책 제목 에서만 봤을때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정신지체'가 있는 인물의 이야기 일까 , 지례짐작 했지만 제르맹은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는 오직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함으로 인해 단지 지적인 면에서 많이 부족한것 뿐이다.하지만 그는 순수했고, 꾸밈없이 거짓을 모르는 착한 사람이다.  화자이기도 한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의 표현이나 , 조금은 독특한 생각, 표현들을 보면 그의 순수함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또한 이 책에서는 많은 단어들의 의미들을 세세히 풀어 쓰여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제르맹의 표현한 방식을 그대로 독자가 느낄수 있도록 노력한 옮긴이의 흔적과 노고가 엿보이기도 한다. 

 

진부하게 흐르는 듯한 이야기 속에, 후반부쯤에 이외의 이야기로 잠시 놀랍기도, 그리고 가슴 뭉클하기도 했지만, 그것 역시 내가 읽은 이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을 180도 바꾸기는 어려운듯 하다. 프랑스 소설을 가끔 접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영화나 소설 모두 내게는 아직 낯설고 적응하기 힘든 것 같다. 단편집은 아니지만 왠지 스토리의 끊김이 , 책을 읽는 동안 방해 요인이 되기도 했고, 프랑스 문화나 여러가지 단어들의 의미들을 잘 이해 못하기도 하다보니 (당연히 주석이 있었지만!) 빠르게 읽히지도 그렇다고 공감이 되지도, 아니면 어떠한 감동이나, 몰입감이나, 흥미로움, 재미 등 어떤 것에도 충족하지 못하고 만족스럽지 못해 아쉬움이 크게 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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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더십 iLeadership - 애플을 움직이는 혁명적인 운영체제
제이 엘리엇 & 윌리엄 사이먼 지음, 권오열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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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솔직히 말하면 내가 즐겨있는 분야의 도서가 아니다. 경영, 경제, 자기계발서, 이런 류의 책들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어느 소수인들 말고는 아마 잘 찾아보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애플' 하면 '스티브 잡스' 가 떠오르는건 당연하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있다. 그는 애플에서 유능한 CEO 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기도 하는 인물이니 아무리 이런 계통에 관심없는 나조차도 귀에 익는 이름이라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지례짐작 할수 있을듯 하다. 1~2년 사이에 스마트폰 이용자를 심심치 않게 길거리에서든, 지하철이든 버스에서든 어디서든 쉽게 볼수 있게 된것 같다. 나 또한 그들 중 한 사람이기에,  어쩌면 그렇게 관심없는 경영서인 이 책에도 약간의 호감과 호기심이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읽기도 전부터 겁을 먹었던 것 역시 딱딱한 문체나, 내가 알수없는 경영, 경제에 관련된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야기들이 가득하지 않을까, 과연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갑갑함이 엄습해 왔기 때문이다.

 

이 경영서(?)는 , 전 애플사 수석부사장 제이 엘리엇에 의해 그가 바라본 CEO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자신(제이 엘리엇)이 스티브 잡스를 만나게된 우연한 만남에서부터, 애플사의 성장사와 스티브와의 여러 에피소드, 경영방식들을 세세히 들려주고 있다. 내가 스티브 잡스에 알고 있는거라곤 꼴랑 아이폰, 애플 , 하면 생각나는 이름이라는 정도였지만, 이 한 권의 책에 의해 아주 약간은 그의 스토리를 옅볼수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제이 엘리엇의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의 글이라, 이 책에서 말하는 스티브의 모습을 100%는 믿을수 없을 것 같다. 스티브의 애플에서의 고난은 꽤 많기도 했고, 성공의 기쁨도 이 책에서는 그대로 드러나 있다. 여러번의 고비가 있기도 했지만, 그의 지혜롭고 현명한, 그리고 병적으로 완벽스러운 성격 때문에 그의 부하 직원들 또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것 같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고갯짓을 해도 그는 전혀 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안된다'라는 생각은 그의 확고한 믿음에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스티브는 제때에 제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제대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58쪽)' 에서도 알수있듯, 그는 매번 제품 출시일을 제대로 지킨적이 거의 없는듯 하다. 이번 아이폰4 나,아이폰 4 화이트 제품 출시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알수 있듯이, 수많은 추측기사와 루머들로 인터넷이 도배되어도 절대적으로 아이폰의 출시일은 정확히 알수 없었다. '그는 출시 직전까지 신제품 관련 정보를 발표하지 않으며, 떠도는 소문이나 유언비어에 신경쓰지 않는다. 사전 추측은 기대의 불길에 더욱 부채질을 해댈 뿐이다(59쪽)'

 

스티브는 설명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맥을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라고 말했다 시피, 아이폰 역시 참 간단하고 심플한 포장과 메뉴얼로 이루어져 있다. 그동안 여러 제품을 사용하면서 이렇게 간단하게 포장된 제품은 한번도 본적이 없어, 처음 아이폰을 받아 들때 사실 약간 놀라기도 했다. 매장 직원이 작은 손바닥 크기의 상자만을 내밀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상자를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그 안의 내용물은 정말 가장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되어있었다.  또한 아이폰 자체도 여러 버튼이 있기 보다는 달랑 하나의 버튼으로 모든걸 조작하도록 만들어져 있다.사실 이 역시 아이폰의 탄생을 모두 불가능하다고 말했었다. 조작이 복잡한 여러개의 버튼을 없애고 오직 하나의 버튼으로 만들라는 그의 이야기에 모두들 불가능한 일이라며 입을 모아 이야기 해도, 결국 그의 뜻대로 아이폰은 탄생되었다. 그런 그의 생각과 강하게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없었다면, 아마도 아이폰은 이 세상에 빛을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처음에는 조금은 복잡하고 어렵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너무 간소화 한게 아닌가, 싶어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이 제품은 사용하면 할수록 참 세심하게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하나하나 일일히 꼬집어 설명할순 없지만, 내가 생각못한, 그리고 어느 제품에서도 보지 못했던 작고 소소한 곳까지 꽤 많은 신경을 썼던것 같다. 뭐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안할수도 있지만, 그래도 애플이 스마트폰 세계에서 월등히 앞서있는건 아마 이런 소소하 배려심과 심플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동안 제이 엘리엇이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스티브 잡스를 떠받드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찌 보면 너무 오만하고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위대하고 우러러 볼수있는 인물이라고 추켜 세우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제이 엘리엇이 말하는 스티브는 왠지 만능인 , 아니면 신(神), 같은 존재처럼 쓰여진듯 하다. 읽는 독자인 나 스스로도 왠지 스티브 잡스는 인간이 아닌, 신 적인 존재처럼 주입되며 나 또한 세뇌 당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왠지 애플사에는 스티브 잡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사라질 것 같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책의 서문에서도 말했듯이 정말 그(스티브)가 사라진다면, 애플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제이 엘리엇은 스티브가 있기에 애플이 존재하는 것처럼 이 책을 쓴것처럼 보인다. 지금 암 투병 중인 그를 대신할 경영자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또는 애플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가 하는 생각이 희망 보다는 어두운 그늘이 뒤덮히는것 같다. 스티브 잡스가 대단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과연 이 책에 쓰여진 것처럼 내가 생각하는 그의 모습이 전부일지는 알수없다. 사실 경영서 분야는 처음 책을 접하다 보니 다른 경영서들도 이런 형식으로 쓰여지는지는 모르겠으나, 왠지 경영서 보다는 자기계발? 분야가 더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의외로 쉽게 읽히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수 있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너무 과하게 부풀린듯 애플사 와 스티브 잡스에 대해 쓰여진게 아닌가 싶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그래서 약간의 거부감과 비호감적인 느낌이  생긴 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아마도 애플사에 소속되어있던 제이 엘리엇 이란 사람이 쓴 책이라 객관적인 마음을 가지고 쓸 수는 없었을 거란건 이해 할수 있을듯 하다. 그러나 조금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경영서다운 느낌이 없어, 조금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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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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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두번째인, 그녀의 책 에쿠니 가오리의 '소란한 보통날'. 나에게 쥐어진 첫번째 책은 그녀의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이라는 에세이집이였다. 표지만큼 달달한 이야기들이 가득할것 같은 기대감과 설레임이 컸던 탓인지, 그녀의 에세이집은 너무 평범했고, 루즈했고, 진부함이 느껴졌을뿐, 아무런 감흥을 일어내지 못했다. 그녀의 어린시절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이랄까? 별 특별할것 없는 , 소소한 이야기들만 가득했을뿐이다. 그 이후 왠지 그녀의 책에는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첫번째 책의 느낌이 너무 강렬하게 부정적이게 남아있었기에, 다른 책들도 다 비슷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들이 내 머리속을 지배했다.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를 강한 거부감으로 멀리하던 어느날, 내게는 처음 접하는 그녀의 소설 한권이 손에 쥐어졌다. 그녀의 독특한 느낌이 가득담긴 달콤한 느낌의 표지와 함께. 큰 기대감이 없기도 했고, 어떠한 내용일까 궁금함도 없을뿐더러, 제목만큼의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있겠구나, 라는 느낌에 가볍게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네 형제의 셋째인 고토코가 화자가 되어 조근조근 속삭이듯 시작한다. 보수적이고 정도(正道)를 우선시 하는 아빠, 왠지 감수성이 풍부하고, 감정이 깊은 엄마, 그리고 결혼한 큰언니 소요, 여러번의 연애를 하지만 왠지 독특한 연애방식의 둘째언니 시마코,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후 공부, 취업 어느것도 방향을 잡지못한채 무료한듯한 일상을 보내는 고토코, 막내 남동생 리쓰 여섯이라는 적지 않은 가족이야기가 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제목에서 알수있듯이 보통의 나날,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지만, 그  일상 속에 자그마한 소란과 혼란, 그리고 웃음, 사랑, 모든 감정과 다툼, 이해등의 부딪침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유없이 남편과 이혼하려하는 첫째딸 소요, 그리고 남의 자식을 기르겠다는 둘째 시마코, 조용하고 말수없는 막내이지만 학교에서 부모님 호출을 받게되는 리쓰, 이런 일들로만 본다면 어느 집이건 차가운 공기와 소란스런 소음이 가득하겠지. 하지만 이 고토코의 가족은 무언가 조금 특별하다. 어찌 보면 참 애틋한 가족애라고 생각해야 할까? 가족들의 생일을 늘 챙기고, 선물을 사며, 가족들 누구 한명 소원하게 대하지 않는다. 가족모임이 잦은듯하면서도 꼬박꼬박 가족사진을 찍고, 형제간의 우애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에쿠니 가오리만의 특유한 문체인지, 표현 방식인지, 참 소소하고 담백하고, 달콤한 표현들로 그들의 일상들을 조근조근 이야기 해주는듯하다. 어쩌면 일본과 우리 나라의 가족문화, 생활방식이 약간의 차이가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들 가족의 대화는 왠지 평범한 느낌보다는 몽상적인, 감성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듯하다. 읽는동안 '어떻게 이렇지?' 라며 갸웃거리기도 했고, 이혼한 첫째 '소요'를 맞이하는 그들의 방식과 감정 표현이 참 생소하다. 그럼에도 긴 시간, 이 책을 쥐고서 읽었음에는 아마 번역도 한몫 톡톡히 한게 아닐까? 사실, 나는 어느 책을 읽든 번역자가 누구인지, 전혀 관심이 없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문체의 표현이나 번역 자체가 맘에들거나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때는 한번쯤 번역이 누구인지, 표지를 보게 된다. (어차피 한번 보고 또 잊을것을!) 이 소설 역시 번역이 참 마음에 들었다. 세세하고 감성적인 표현이, 그리고 외국소설이 아닌 우리나라 소설인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외국소설이지만, 우리 가족에게도, 또는 어느 가족에게서도 늘 일어나는 소란한 보통날들의 일상이다. 고토코의 시선에서, 생각에서, 읽어나가고 생각해야 했기에, 그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모두 알수는 없다. 하지만 고토코의 조용한 이야기는 약간의 내게는 낯선 다른 한 가족의 이야기였고, 어떠한 부분에서는 부러움의 마음이 들기도 한 이야기였다. 소소한 일상에 작은 일에도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신경질적인 내 모습과는 달리 그들의 일상은 늘 조용했고, 슬며시 미소 지어지고, 어떠한 좋지않은 소식에도 그들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지혜롭게(?) 풀어나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이야기로 서평을 써야할지 난해함과 난감함이 가득했다. 어쩌면 그동안 내가 강한 느낌의 강한 스토리를 즐겨 읽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소란한 보통날>은 그냥 ' 참.. 잔잔하다' 라는 느낌일뿐 어떠한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뿐 아니라 어느 한부분 뇌리에 콕 박히는 문구도 없다. 그냥 세밀한 표현과, 정감어린 가족 이야기에 건조스럽게 읽었던게 전부, 

 

사실, 이 책을 읽은후에도 또다시 에쿠니 가오리님의 책에 대해 생각이 바뀌진 않았다. 다만, 왠지 한번쯤 읽고 싶었던 <냉정과 열정사이>는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꽤 많은 호평이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츠지 히토나리와 함께 했던 책이기도 하니, 두 사람의 각각의 감정과 감성, 이야기를 어찌 풀어냈을지 꽤 궁금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에쿠니 가오리에게 매료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그리고 나의 책 읽기의 패턴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그래도 그녀의 이런 잔잔한 이야기에 적지않은 팬들이 있으니,  그만큼 그녀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란 이야기겠지, <소란한 보통날>은 왠지 지금의 봄날과 잘 어울리는 느낌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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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문도스 - 양쪽의 세계
권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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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표지가 딱히 마음에 안드는 오렌지빛의 책한권이였다. 그리고 분야를 알수없는 정체모를 느낌의 책이기도했다. 그렇게 느낀건 아마 띠지에 적혀있는 "나는 이 책이 서점과 도서관 직원들을 혼란스럽게 했으면 좋겠다. 여행기에 놓아야 할지, 철학에 놓아야 할지, 예술 일반에 놓아야 할지, 아니면 문학과 취미 사이 애매한 선반에 애매하게 놓아 두여야 할지. (작가의말)"이란 문구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기전 후루루룩 가볍게 책페이지를 넘겨보았지만, 다른 여행 에세이들처럼 사진 한점 없이 빼곡히 활자들로 채워진 이 책이 나는 은근 서운하게 느껴진다. 표지의 강렬한 오렌지빛 만큼이나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지 알수없을 뿐이다. (표지에 이미 "양쪽의 세계"라는 스페인어 라는 친절한 제목 설명이 되어있음에도 난 이게 제목의 뜻인지 몰랐을뿐).

 

저자는 크게 3가지의 '소요' - 작은 흔들림(小搖), 떠들썩한 소동(騷擾), 산책(逍遙)를 테마로 잡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는 많지 않은 나이에 꽤 많은 45개국을 여행했다, 이 책에서는 유럽,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를 여행하며 그녀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큰 기대없이 , 사진 한 점 없는 불친절한 이 정체모를 책을 읽으면서 왠지 저자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이 든다. 소소하게 하루하루 써내려간 에피소드들을 적어놓은 추억을 담은 일기장 말이다. 여러나라 여러곳, 그리고 쉽게 여행지로 결정할수 없을듯한 나라들도 서슴없이 자신의 발길 따라 여행하는 그녀를 책을 읽으며 그런 용기와 자신감에 꽤 많이 부러움을 느낄뿐이다. 아직 서른 중반이 되어가도록 제대로 해외여행은 커녕 국내 여행도 다녀보지 못한 나로써는 더욱 목마름의 갈증에 그녀의 이야기는 더한 사막의 태양 같은 느낌을 준다.  활자들로만 가득차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책의 분류에 대해선 여행 에세이로 분류해 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활자들로 잔뜩 이야기를 써내려가지만 이 책은 분명 그녀의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 많은 지명들이 나올때마다 생소함에 그리고 머리 위로 물음표를 백개 정도 띄운채 상상으로서만 그곳을 머릿속 도화지에 그려 넣어야했다. (이럴때 사진의 없음이 참 간절히 서운해지는건 어쩔수 없구나.) 그녀의 이야기속에는 많은 인종들과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들의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다. 아마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해도 무관할 정도로 말이다. 그녀의 이야기에 피식 하며 실소도 웃음도 짓게된다.

 

그녀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듯한 이야기들 속에, 그녀는 꽤 많은 문화적인 지식들을 소유한 사람이기도 한듯하다. 여행지마다 사색에 잠기듯 작가와, 한번쯤 들어봄직한 소설책의 제목들, 그 외에도 전시회나 음악에도 다양한 지식의 해박함을 보여준다. 여러 작가 인물들의 삶에 대해서 조근조근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내 앞에 앉아 이야기 해주는듯 한 느낌이 들기도 하며, 책 속의 글들을 적절한 여행지에서 적절히 인용해 풀어주어 그 나라에 대한 나의 상상의 나래 속에 단단히 한 몫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더이상 나에게 무언가 남겨주질 않는다. 애매모호한 느낌에 두리뭉실한 마음에, 알수없는 침음에, 그냥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실소에, 그것이 전부일 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무언가 나의 여행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리라고는 진작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어쩌면 작가도 그런 의도로 쓰지는 않았을테지만) 사실 조금이나마 현실의 답답함을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대리만족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책을 덮은후 아무것도, 아무런 감흥도 없는, 왠지 이 책을 읽기 전과 별다를것 없는 공허한 마음은 어쩔수가 없었다. 분명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그녀의 독특한 매력적인 문체로 써내려간 여러 나라의 이야기들이지만, 나는 왜 챗바퀴 돌리듯 모든 여행지의 이야기가 다 같은 느낌으로 읽혀졌는지도 잘 이해가지 않을뿐.

 

어쩌면 부끄럽게도 한번도 이 나라, 나의 조국을 떠나보지 못함의 갈증을 나는 여행에세이들을 읽으며 나름의 방식대로 갈증해소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환상과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오롯이 책속에 박혀있는 작은 사진들과 작가가 주관적인 생각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들을 보면서 말이다. 여행에세이를 종종 즐겨 읽기도 하고, 늘 TV프로는 드라마 , 오락 프로보다는 여행다큐나, 휴먼다큐를 즐겨 보기도 한다. 네모난 티비 박스를 보면서 그속의 현지인들의 삶과 그곳의 공기를 눈으로 느끼고 감상하며 가끔은 여행의 스트레스를 그런 방법으로 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껏 누비며 떠나지 못하는 지금의 나의 현실에 씁쓸한 고소만 흘릴 뿐이다. 비록 나에게는 조금은 부족한 느낌의 그녀의 여행기였지만, 지친 일상에  잠시의 휴식같은 책으로 읽기에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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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의 비밀스러운 삶
아틀레 네스 지음, 박진희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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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책 역시 내 손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겨우 책 한권을 끝내고도 이 책에 관해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함이 밀려와 선뜻 리뷰를 작성하질 못하고 몇번을 서성이다가 힘겹게 마음을 다잡고 리뷰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어떻게 써야할지,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아무런 준비도 아무런 생각도 없는 지금,포스팅이 무사히 마무리 될지도 미지수이다. 우선은 최선을 다해 볼 수밖에.솔직히 수학이라하면 단어만 들어도 두통과 미간에는 川자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단어이다.나뿐 아니라 대부분 수학에 부담을 갖거나 거부감이 드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 책이 어려운 함수,수학,수식의 복잡한 이야기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가끔 나오는 함수와 수식에 조금은 당황스럽고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머리 위로 잔뜩 물음표를 그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깊게 파고들어가지 않으니 가볍게 넘겨 읽도록 한다.
 

이야기는 딸이 아버지(후세)의 실종신고를 하게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컴퓨터 파일 하나를 보게되는데 그 파일은 아버지(후세)가 일기를 기록해두었던 하나의 파일 문서였다. 이야기는 이렇게 후세(화자)의 일기를 토대로 진행된다. 모든 스토리의 시작과 끝은 이 일기가 바탕이 되어 전개되는데 마흔세살인 중년인 후세는 수학교수로써,소수(소수 [素數, prime number] -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누어지는 1보다 큰 양의 정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아내와 두 아이의 아버지였다. 평범하고, 늘 부족함없이 생활하던 가정의 가장이라 생각하며 지내던 그는 19세기 역사적 천재 수학자인 베른하르트 리만의 평전을 쓰기로 결심하게 된다.

 

이처럼 소수를 공식으로 증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소수는 모든 규칙을 벗어나 안전한 보호막 속에 있기 때문에 연구 가치가 있다.나는 이렇게 수와 관련된 주제를 좋아하여 자주 화제로 삼는 편이다. 그러나 내 강의시간에 이런 수에 관한 이야기는 뛰어난 몇몇 학생을 제외하고는 의식과 야심이 있는 학생들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한다. 나는 도대체 그 이유를 모르겠다. (14쪽)

 

리만의 가설은 두 세기가 지나도록 풀지못한 최대의 난제로 남아있다. 그런 리만의 가설은 처음부터 순조롭게 풀리는듯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기록에 대해 부족한 자신의 형편없는 글쓰는 재주에 결국 작문을 배우기 위해 작문교실에 등록하고 강의를 듣는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그곳에서 독일강사'잉빌드'라는 여인을 알게되고 그녀에게 조금씩 호감과 사랑을 느끼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지극히 평범한 자신의 가정에서도 조금씩 불화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후세는 리만의 평전을 준비하기 위해 잉빌드와 함께 리만의 삶을 쫓아 여행을 하고 필요한 자료를 찾아 간다. 잉빌드는 리만의 자료를 수집하는데 후세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그녀도 어쩌면 자신의 이런 불미스러운 만남에 자신의 가족에게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듯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들의 마음이 이끄는대로 농도깊은 사랑을 나눈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책 제목처럼 리만의 이야기로 잔뜩 채워지지 않았을까 했지만, 어쩌면 이 책을 쓴 아틀레 네스는 독자들로 하여금 부담과 거부감, 읽는내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리만의 평전을 집필하는 후세로 하여금 그의 일상의 이야기를 적절히 섞음으로써 두 인물의 삶이 자연스럽게 섞여 조화를 이룬다. 주인공 후세 역시 수학교수라는 설정과, 목사의 아들이라는 점, 그리고 결혼 후의 진정한 사랑을 만나는 설정등을 보면서 비슷한 공통점은 수학교수(후세)가 리만의 평전을 집필하게 되는 동기나 그의 삶이 꽤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나가는것 같다. 후세는 자신이 잉빌드와의 은밀한 사랑을 나누면서 자신의 아내 과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감정 묘사가 꽤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리만의 이야기에 빠져있던 그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천재 수학자 리만처럼 그 역시 그렇게 비밀스럽게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린 것일까?

 

이야기 속에는 리만 외에도 가우스, 베버 .... 등의 역사속 인물 수학자들의 이야기들도 등장한다. 하지만 나에겐 모두 생소할 뿐, 그들이 누구인지 문외한 나에게는 그냥 어렵고, 지끈거리고, 울렁거리는 수학에 뛰어났던 인물들이 였다는 것에만 지례짐작 할뿐이다. 관심없던 수학자 리만의 이야기였지만, 후세 역시 '소수'처럼 작고 미미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리만의 삶을 쫓아 평전을 집필하면서 그런 자신의 소극적이고 늘 존재감 없는 자신의 삶을 어쩌면 깨달았을지도 모르겠다. 후세의 시선을 통해, 그리고 그의 생각을 통해 리만의 이야기를 읽었지만, 이것이 진실이든 가설이든, 후세와 리만의 삶을 잠깐 엿볼수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여전히 나에게 수학은 어렵고 난해한 과목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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