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스 문도스 - 양쪽의 세계
권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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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표지가 딱히 마음에 안드는 오렌지빛의 책한권이였다. 그리고 분야를 알수없는 정체모를 느낌의 책이기도했다. 그렇게 느낀건 아마 띠지에 적혀있는 "나는 이 책이 서점과 도서관 직원들을 혼란스럽게 했으면 좋겠다. 여행기에 놓아야 할지, 철학에 놓아야 할지, 예술 일반에 놓아야 할지, 아니면 문학과 취미 사이 애매한 선반에 애매하게 놓아 두여야 할지. (작가의말)"이란 문구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기전 후루루룩 가볍게 책페이지를 넘겨보았지만, 다른 여행 에세이들처럼 사진 한점 없이 빼곡히 활자들로 채워진 이 책이 나는 은근 서운하게 느껴진다. 표지의 강렬한 오렌지빛 만큼이나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지 알수없을 뿐이다. (표지에 이미 "양쪽의 세계"라는 스페인어 라는 친절한 제목 설명이 되어있음에도 난 이게 제목의 뜻인지 몰랐을뿐).

 

저자는 크게 3가지의 '소요' - 작은 흔들림(小搖), 떠들썩한 소동(騷擾), 산책(逍遙)를 테마로 잡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는 많지 않은 나이에 꽤 많은 45개국을 여행했다, 이 책에서는 유럽,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를 여행하며 그녀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큰 기대없이 , 사진 한 점 없는 불친절한 이 정체모를 책을 읽으면서 왠지 저자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이 든다. 소소하게 하루하루 써내려간 에피소드들을 적어놓은 추억을 담은 일기장 말이다. 여러나라 여러곳, 그리고 쉽게 여행지로 결정할수 없을듯한 나라들도 서슴없이 자신의 발길 따라 여행하는 그녀를 책을 읽으며 그런 용기와 자신감에 꽤 많이 부러움을 느낄뿐이다. 아직 서른 중반이 되어가도록 제대로 해외여행은 커녕 국내 여행도 다녀보지 못한 나로써는 더욱 목마름의 갈증에 그녀의 이야기는 더한 사막의 태양 같은 느낌을 준다.  활자들로만 가득차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책의 분류에 대해선 여행 에세이로 분류해 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활자들로 잔뜩 이야기를 써내려가지만 이 책은 분명 그녀의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 많은 지명들이 나올때마다 생소함에 그리고 머리 위로 물음표를 백개 정도 띄운채 상상으로서만 그곳을 머릿속 도화지에 그려 넣어야했다. (이럴때 사진의 없음이 참 간절히 서운해지는건 어쩔수 없구나.) 그녀의 이야기속에는 많은 인종들과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들의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다. 아마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해도 무관할 정도로 말이다. 그녀의 이야기에 피식 하며 실소도 웃음도 짓게된다.

 

그녀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듯한 이야기들 속에, 그녀는 꽤 많은 문화적인 지식들을 소유한 사람이기도 한듯하다. 여행지마다 사색에 잠기듯 작가와, 한번쯤 들어봄직한 소설책의 제목들, 그 외에도 전시회나 음악에도 다양한 지식의 해박함을 보여준다. 여러 작가 인물들의 삶에 대해서 조근조근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내 앞에 앉아 이야기 해주는듯 한 느낌이 들기도 하며, 책 속의 글들을 적절한 여행지에서 적절히 인용해 풀어주어 그 나라에 대한 나의 상상의 나래 속에 단단히 한 몫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더이상 나에게 무언가 남겨주질 않는다. 애매모호한 느낌에 두리뭉실한 마음에, 알수없는 침음에, 그냥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실소에, 그것이 전부일 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무언가 나의 여행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리라고는 진작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어쩌면 작가도 그런 의도로 쓰지는 않았을테지만) 사실 조금이나마 현실의 답답함을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대리만족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책을 덮은후 아무것도, 아무런 감흥도 없는, 왠지 이 책을 읽기 전과 별다를것 없는 공허한 마음은 어쩔수가 없었다. 분명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그녀의 독특한 매력적인 문체로 써내려간 여러 나라의 이야기들이지만, 나는 왜 챗바퀴 돌리듯 모든 여행지의 이야기가 다 같은 느낌으로 읽혀졌는지도 잘 이해가지 않을뿐.

 

어쩌면 부끄럽게도 한번도 이 나라, 나의 조국을 떠나보지 못함의 갈증을 나는 여행에세이들을 읽으며 나름의 방식대로 갈증해소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환상과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오롯이 책속에 박혀있는 작은 사진들과 작가가 주관적인 생각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들을 보면서 말이다. 여행에세이를 종종 즐겨 읽기도 하고, 늘 TV프로는 드라마 , 오락 프로보다는 여행다큐나, 휴먼다큐를 즐겨 보기도 한다. 네모난 티비 박스를 보면서 그속의 현지인들의 삶과 그곳의 공기를 눈으로 느끼고 감상하며 가끔은 여행의 스트레스를 그런 방법으로 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껏 누비며 떠나지 못하는 지금의 나의 현실에 씁쓸한 고소만 흘릴 뿐이다. 비록 나에게는 조금은 부족한 느낌의 그녀의 여행기였지만, 지친 일상에  잠시의 휴식같은 책으로 읽기에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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